/사진=머니위크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담을 받기 위해 미래에셋생명의 한 지점을 찾았다. 하지만 지점이 아닌 고객행복센터 또는 고객행복프라자에서만 ISA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에 다른 지역에 위치한 센터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미래에셋생명 고객행복센터는 건물 고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내부는 조용했다. ISA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자 창구 직원은 간단한 설명만 해줄 뿐 굳이 판매를 권하지는 않았다.
‘재테크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 판매가 시작되면서 금융권의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보험업계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관망하는 분위기다. 지급결제 기능이 없는 보험사로서는 ISA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실익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ISA에는 보험상품이 포함되지 않는다. 보험사 영업센터는 은행과 증권사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미래에셋생명이 국내 보험사 중 유일하게 ISA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변액보험에 강점을 가진 미래에셋생명의 ISA는 자산운용 역랑을 기반으로 글로벌 자산과 국내 자산을 적절히 분산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할 전망이다. 하지만 단순히 수익을 높이기 위한 목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미래에셋생명은 왜 ISA시장에 출사표를 던진걸까.

◆비과세+9.9%로 낮아진 세율의 분리과세 혜택

최근 미래에셋생명은 보험사 최초로 ‘미래에셋생명 러브에이지(LoveAge) 신탁 ISA’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고객이 직접 어떤 상품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신탁형 상품이다. 미래에셋생명의 ISA 성적은 아직까지 여타 금융사에 비해 부진한 편이다. 24일까지 미래에셋생명은 가입자 247명과 3억3000만원을 유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ISA를 판매 중인 은행과 증권사에 비해 미미한 수치다.


ISA는 하나의 계좌에 예적금과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상품이다. 여러 가지 물건을 담는 바구니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무엇보다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어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세금도 ISA 계좌 내에서의 총 순수익에 대해 매겨지기 때문이다. 

순이익 기준으로 200만~250만원의 비과세혜택이 부여되고 비과세한도를 초과한 수익은 기존 15.4%에서 9.9%로 낮아진 세율로 분리과세된다.

예컨대 5년간 A펀드에서 500만원 이익을, B펀드에서 100만원 손실을 봤을 경우를 가정해보자. 기존에는 계좌가 따로 떨어져 있어 A펀드에서 발생한 500만원 이익에 대해 15.4% 세율이 적용돼 77만원 세금을 내야 한다. B펀드에서 발생한 100만원 손실에 대해서는 세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그런데 ISA 계좌 안에서는 A펀드와 B펀드를 합친 순이익인 500만원에서 100만원을 뺀 400만원에 대해서만 과세가 발생한다. 여기에 400만원 순이익 중 200만원은 비과세혜택을 받아 나머지 200만원에 대해서만 9.9% 세율이 적용된다. 즉, 19만8000원의 세금만 내면 되는 것이다.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57만2000원이 절세되는 셈이다.


금융자산가 입장에서는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 41.8%까지 과세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도 피할 수 있다.

◆올 상반기 ‘투자도우미’ IFA 도입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생명이 수익을 높이기보다는 VIP들의 자산관리서비스 차원에서 ISA를 출시한 게 아니냐고 분석한다. 단순히 센터나 프라자를 통해 ISA에 가입고객수를 늘리려는 목표가 아닌 VIP를 대상으로 한 절세 전략을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 통로라는 해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통 금융사의 VIP 고액자산가들은 특정한 금융상품에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재무설계를 원한다”며 “특히 고액자산가들은 수익률 보다는 절세 방법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VIP를 많이 보유한 보험사라면 절세혜택서비스에 공을 들일 만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달 말 ISA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삼성생명도 VIP마케팅에 강한 보험사다.  

정원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납입한도가 있어 VIP를 위한 상품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아무래도 비교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고려해볼 만하다”며 “보험사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저렴한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것처럼 이 상품(미래에셋생명의 ISA)도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독립투자자문업(IFA)이 도입된 이후를 장기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IFA는 특정 금융사에 속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상품을 추천해준 대가로 자문료를 받는 금융자문업자다. IFA가 보험업권까지 도입되면 그동안 꽉 쥐고 있던 판매주도권을 대형GA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보험사들 내부에 깔려있다.

그동안 미래에셋생명은 설계사채널에서도 펀드, 연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역량강화에 힘써왔다. 최근에는 자격을 갖춘 일반인도 펀드 등 금융상품을 고객에게 서비스할 수 있는 ‘에셋매니저’ 제도를 도입했다. 당장 큰 영향력이 없겠지만 IFA 도입 후 이 같은 각종 노하우를 ISA 판매하는 데 활용할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 중 하나”라며 “아직까지 (ISA) 판매실적은 미미한 편이지만 시작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종합자산관리 차원에서도 보험상품 외 전반적인 자산관리에 관심이 많은 VVIP와 VIP 고객에게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IFA가 도입되면 앞으로 ISA에 대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