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죽는 것보다 어렵다는 노인이 늘고 있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 500원 순례길은 이미 널리 알려진 뉴스거리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돈 없이 늙고 병 들어가는 노인들에게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닌 악몽이 된 지 오래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를 차지한 우리나라에서 '하류노인'은 이제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우리 부모의 현실이자 코앞에 닥친 나의 일이다. <2020 하류노인이 온다>는 일본의 새로운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하류노인을 낱낱이 파헤친다.
NPO(비영리단체, Non Profit Organization)에서 활동하며 하류로 전락한 노인들을 만나온 저자는 이들이 '처음부터 하류'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3억원이라는 노후자금이 있었지만 병원비로 탕진한 노인도 있고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중산층이었지만 일만 열심히 하고 살다가 황혼 이혼을 당하고 연금을 전 부인과 나눠 갖게 되면서 실질연금수령액이 확 줄어버린 노인도 있다. 더군다나 결혼을 못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해서 연금 수령액 자체가 적은 노인도 있다. 청년실업 문제로 자녀가 취업을 못해 부모의 짐이 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았다.
저자인 후지타 다카노리는 이들을 만나며 노후 빈곤의 문제가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사회정책과 긴밀히 연결됐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곤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구조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고, 이들을 구제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주장한다. 노인의 빈곤은 청년층의 결혼 기피와 저출산을 야기하고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 더불어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파산하는 길에 이르기도 한다. 이는 사회 붕괴로까지 발전할 소지가 있다.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보다 복지체계가 열악한 우리나라의 사정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현실이 지금의 우리보다 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하류노인의 양상을 우려한다.
실질적으로 일본의 복지체계는 3층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재정도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많이 보유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층 국민연금뿐인 데다 그나마 생활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탄탄한 퇴직연금이 보장된 근로자는 전체의 7%에 불과하다. 게다가 한국 사회의 스트레스는 위험 수위를 훌쩍 넘어섰으며 정년을 채우지 못한 조기 퇴직으로 창업에 내몰린 사람이 수두룩하다. 이들은 창업 사기에 휘말려 남은 노후자금을 날릴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이렇듯 하류노인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장기불황으로 인한 저성장과 인구 변화 등으로 경제 성장률이 바닥을 찍는 요즘 청년층의 빈곤과 함께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가 바로 노후 빈곤이지 않을까. 고령화 속도는 빨라지는데 그 대비책은 전무하다시피 한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더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일독할 것을 권한다.
후지타 다카노리 지음 | 홍성민 옮김 | 전영수 감수 | 청림출판 펴냄 | 1만5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