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합니다.”
직장인 김정수씨(30·가명)는 심경을 묻는 말에 짧게 답변했다. 유사수신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듯했다.
악몽의 시작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당시만 해도 1억6000만원대의 빚쟁이가 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오히려 높은 수익률로 돈을 더 모아 아내와 행복한 삶을 꾸릴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허황된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두달 뒤인 11월 말 김씨가 투자한 상품이 유사수신으로 사기라는 것을 알아챘고 그는 한순간에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놓였다.
그가 투자로 사기당한 금액은 1억6900만원. 모두 아내 몰래 받은 은행대출이었다.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결국 아내에게 사실대로 털어놨고 최근 간신히 개인회생을 통해 일부 이자를 탕감받았다.
대가는 혹독했다. 2018년 입주예정인 새 아파트 분양이 불투명해졌고 아내는 충격으로 유산까지 했다. 삶도 순탄치 않았다. 현재 사는 집은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을 설득해 간신히 보증금 그대로에 월세를 더 내는 반전세로 전환한 상태다. 50여일간 김씨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난 2일 저녁 6시 경기도 수원에서 김씨를 만나 그의 힘든 속내를 들어봤다.
직장인 김정수씨(30·가명)는 심경을 묻는 말에 짧게 답변했다. 유사수신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듯했다.
악몽의 시작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당시만 해도 1억6000만원대의 빚쟁이가 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오히려 높은 수익률로 돈을 더 모아 아내와 행복한 삶을 꾸릴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허황된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두달 뒤인 11월 말 김씨가 투자한 상품이 유사수신으로 사기라는 것을 알아챘고 그는 한순간에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놓였다.
그가 투자로 사기당한 금액은 1억6900만원. 모두 아내 몰래 받은 은행대출이었다.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결국 아내에게 사실대로 털어놨고 최근 간신히 개인회생을 통해 일부 이자를 탕감받았다.
대가는 혹독했다. 2018년 입주예정인 새 아파트 분양이 불투명해졌고 아내는 충격으로 유산까지 했다. 삶도 순탄치 않았다. 현재 사는 집은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을 설득해 간신히 보증금 그대로에 월세를 더 내는 반전세로 전환한 상태다. 50여일간 김씨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난 2일 저녁 6시 경기도 수원에서 김씨를 만나 그의 힘든 속내를 들어봤다.
◆‘3개월 20% 수익률’ 달콤한 유혹… 참혹한 대가
김씨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 다닌다. 2년 전 결혼할 당시 그의 나이는 28세, 아내는 24세였다. 부모 도움없이 결혼한 그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신혼살림을 꾸렸다. 직장 3년차 막바지에 이르자 전세자금대출을 거의 상환하는 등 결혼과 직장생활 모두 순조로웠다. 지난해 초엔 새 아파트도 분양받았다. 30대 초반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소박한 꿈에 행복했고 설렜다.
그는 꼼꼼하고 절약이 몸에 밴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런 그를 아내도 믿었다. 가정에서 돈 관리는 모두 김씨의 몫이었다. 여유가 생기니 조금씩 재테크에 관심이 갔다.
‘4개월 만에 20% 수익 보장’.
재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쯤 포털사이트에서 우연히 본 글귀가 김씨의 눈을 사로잡았다. 최근 유사수신 논란에 휘말리고 일부 관련자가 법원에서 실형까지 선고받은 ‘백만장자 재테크’(백테크)였다. 김씨는 회원가입을 했고 관련 모집인과 접촉했다.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총 46개에 달했는데 김씨는 이 중 3개 상품에 투자했다. 첫번째는 용인의 미분양아파트를 사들여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실물 및 담보투자상품인데 수익률이 20%에 달한다고 모집인은 설명했다. 실제 수익률이 이보다 낮더라도 담보가 있으니 원금보장이 가능할 것으로 김씨는 생각했다.
김씨는 1억원을 투자했다. 그러자 모집인은 김씨를 또 유혹했다.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하는데 3년 기준 200%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김씨는 6400만원을 더 투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창원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투자하면 3~4개월 내 20%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모집인은 설득했고 김씨는 추가로 500만원을 모집인에게 건넸다.
용인 미분양아파트부터 창원 부동산PF까지 3곳에 투자하는 데 걸린 시간은 9월 초~10월 중순으로 50여일에 불과했다. 안타까운 것은 투자금액이 모두 아내 몰래 받은 대출이라는 점이다. 모집인이 은행대출이자보다 수익률이 높으니 가능한 수준만큼 대출을 받으라고 설득했는데 이를 곧이곧대로 믿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런데 그해 10월 말께 백테크 홈페이지에 눈을 의심할 만한 글이 하나둘 게시되기 시작했다. ‘(백테크가) 유사수신이다’, ‘사기다’, ‘투자한 돈을 모두 잃게 생겼다’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즉시 모집인에게 연락을 취했다. “우리도 확인 중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최소 원금이라도 챙기도록 도와드릴게요.” 모집인은 김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11월 초쯤 ‘사기 당했다’는 게시글이 눈에 띄게 늘었고 김씨가 정황을 다시 묻기 위해 연락을 취하자 모집인은 "자신도 피해자"라며 전화를 피했다. 김씨는 단 한푼도 돌려받지 못한 채 다른 피해자와 함께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며칠 전 1심이 나왔는데 저를 관리한 모집인을 비롯해 관련자 7명이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어요.” 1심 판결로 보면 백테크가 명확한 사기로 밝혀진 셈이다.
◆매달 400만원 상환… 아내는 ‘유산’으로 고통
김씨는 좌절했다. 당시 매달 이자만 70만원씩 갚았는데 아내 몰래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궁지에 몰리자 결국 아내에게 사실대로 얘기했다. 아내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 남편이 대출을 받아 사기까지 당한 배신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며칠 후 김씨는 감당하기 힘든 또 다른 소식을 들었다. 결혼 2년 만에 힘들게 임신한 아내가 유산한 것. 김씨 부부를 비롯해 일가 친척들까지 깊은 슬픔에 잠겨야 했다.
사면초가에 빠진 김씨는 아내와 상의해 결국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에선 5년간 매달 400만원씩 갚으라고 판결했다. 월급으로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아내가 번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중이다.
김씨처럼 젊고 유능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유사수신에 빠질 수 있었을까. 김씨는 누구든 유사수신의 유혹에 현혹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넓고 촘촘한 그물을 던지기 때문에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구조라는 것.
“법원의 판결을 통해 알게 됐는데 백테크 피해자가 총 3300명, 금액은 560억~570억원이나 됩니다. 피해자 대다수의 연령층이 30~40대고 그중 금융권에 다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제 김씨는 가해자가 처벌을 받도록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활동한다. 이 와중에 유일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단체도 알게 됐다. 바른가정경제실천을위한시민연대(바실련)가 그곳. 김씨는 바실련이 아니었다면 소송조차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반면 우리나라 법이 얼마나 허술한지도 알게 됐다. “유사수신은 단순사기가 아니라 집안을 파탄 내는 중범죄입니다. 그런데 1심 판결을 보면 가해자가 대부분 2~3년형을 선고받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법이 이토록 관대한 줄 미처 몰랐죠.”
그는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젠 더 이상 저처럼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사기꾼들이 다시는 우리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사법당국이 처벌규정을 강화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