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대주주에게 지주사 전환은 매력적이다. 지배구조가 깔끔해지고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지배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주가가 요동치기 때문이다.


◆SK케미칼, 주가 요동칠까?
가장 최근 인적분할을 통해 분할상장을 한 곳은 SK케미칼이다. SK케미칼은 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와 사업부문을 가진 SK케미칼로 인적분할해 지난 1월5일 재상장했다. 이 회사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인적분할을 지배구조 강화에 사용하지 않았다. 분할 전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323만6603주(지분율 13.3%) 중 193만9120주를 소각했다. 합병으로 취득한 남은 자사주 129만7493주(5.3%)는 1021억원에 시간외매매로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대금은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재상장 첫날 SK디스커버리의 주가는 5만2000원에서 시작해 장중 6만4900원까지 오르며 강세를 보였으나, 지난 17일 4만5700원까지 내려앉았다. 분할신설된 SK케미칼의 주가도 상장 첫날 11만1000원에서 시작해 등락을 반복하다 횡보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지분 정리가 끝나지 않아 대규모 주식 거래가 예정됐기 때문에 주가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SK케미칼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로 지배지분을 강화하지 않은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자사주 소각에 따라 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 주식을 보유하지 않게 됐다. 현행법상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 지분 2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매입해 나서야 할 상황이다.

이 회사들의 최대주주인 최창원 부회장이 이번 분할 상장으로 관계자들과 함께 보유하게 된 SK케미칼 주식은 259만7383주다. 이를 SK디스커버리에 매각할 경우 주당 11만으로 계산해도 약 2857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SK디스커버리 주식과 스왑 방식으로 처리하면 SK디스커버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가 없기 때문에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스왑을 할 가능성이 높다. 유상증자 규모에 따라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SK디스커버리 입장에서는 SK케미칼 시절 자사주를 매각한 대금을 제외해도 1800억원에 달하는 기회비용을 지출하게 된 셈이다. 이는 ‘자사주의 마법’이란 세간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비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BGF리테일, 지배지분 ‘경영승계’ 자금줄되나?
SK케미칼보다 한달정도 앞서 분할상장한 BGF리테일도 사정은 비슷하다. 자사주가 거의 없는데다 지난해 12월8일 분할상장 이후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분할존속회사이자 지주사인 BGF는 재상장 첫날인 지난해 12월8일 종가 기준 2만8550원에서 시작한 주가가 같은 달 12일 1만6400원까지 급락했고, 올해 1월18일 1만4150원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분할사업회사인 BGF리테일은 재상장 첫날 종가 기준 19만4000원에서 시작해 12일 24만8500원까지 올랐지만 지난 24일 종가기준으로 21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소액주주들이 등락하는 주가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을 때 BGF의 최대주주인 홍석조 회장은 공개매수를 통해 지주사 지분 확대에 나섰다. 주당 21만500원에 518만6000주(지분 30%)를 공개매수에 나선 것이다. 주식 매매 대금은 현금이 아닌 BGF의 주식으로 지급한다. BGF는 유상증자를 통해 주당 1만4878원씩 7337만3638주를 내놓는다.

현재 홍 회장은 BGF지분 관계자 지분을 포함한 지배지분이 50.33%에 달한다. 이중 홍 회장의 지분은 31.80%이다. 이번 공개매수에 일반 투자자가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따라 홍 회장은 BGF에 대한 지배지분을 최대 84.82%까지 확대할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선 홍 회장이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승계도 일부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 회장의 장남인 홍정국 BGF리테일 부사장의 BGF리테일 지분율이 0.28%에 불과해 추가지분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BGF의 경우 이번 유상증자로 유통 가능한 주식수가 기존 3226만3719주에서 1억563만7357주로 3배 가량 늘어난다. 유상증자 참여 비율에 따라 지분율이 크게 변동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 회장은 이미 확고한 지배 지분(50.1%)을 보유하고 있고 공개매수를 통해 이를 훌쩍 넘는 지분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선 늘어난 유동성을 활용해 일부 지분을 경영승계 자금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사정으로 기업분할에 이은 지분 변동이 계속되면 소액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 "기업 분할은 대주주를 위한 이슈지 소액주주를 위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5호(2018년 1월31일~2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