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노조가 카드의무수납제 완화와 대형가맹점에 대한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하한제를 명시하는 법안 도입을 추진한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이 점진적으로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협상력을 앞세운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 추가 인하를 막기 위한 의도다. 카드사 노조가 법안 도입을 직접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없는 삼성·현대카드를 제외한 6개 전업계 카드사(신한·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 노조로 구성된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카노협)는 신용카드의무수납제완화와 대형가맹점의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율 하한제를 명시한 법안을 국회와 협의해 연내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장경호 카노협 의장은 이날 <머니S>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경영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의 카드수수료율 인하 정책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소상공인의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선 보다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카드의무수납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한편 카드결제시장 참여자의 균등한 고통분담을 위해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 하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용카드 의무수납제(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1항)는 카드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로 가맹점은 소액 카드결제에 대해서도 카드수수료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장 의장은 “일정금액 이하 건에 대해선 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의무수납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여당 야당 가리지 않고 연내 입법화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드의무수납제를 유지 중인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뿐이다.


이와 함께 대형가맹점에 적용되는 카드수수료율 하한제 도입도 추진한다. 소상공인의 경영부담 완화를 위한 고통분담에 카드사는 물론 카드 시장의 또 다른 참여자인 대형가맹점도 동참해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에 영세(연매출 3억원 이하) 및 중소(3억원 초과~5억원 이하)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이 꾸준히 인하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 추가 인하를 방지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이 낮아질 때마다 대형가맹점도 가격 협상력을 앞세워 카드수수료율 추가 인하를 요구해왔다”며 “이미 역마진 구조인 중소·영세가맹점 수수료의 경우 카드사가 수익을 어떻게든 보전하면 되지만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는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의무수납제 완화와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하한제 도입에 대해 학계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어 관련 법안 도입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현금결제가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소상공인들은 소액 카드결제 건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문제는 의무수납제로 인해 가맹점은 영업력 제한을 받는다. 소액에 대해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는 내용과 더불어 카드단말기를 설치하는 가맹점은 모든 카드사의 카드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조항도 폐지해야 카드사에 대한 소상공인의 협상력이 보다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또 “우대수수료율만 낮추면 카드사는 ‘몸집 줄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고 그 몫은 결국 부가혜택 축소 등으로 소비자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정부의 우대수수료율 인하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는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도 덩달아 내려가는 것”이라며 “소상공인을 위한 우대수수료율 정책을 위해선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 하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전체 카드사 순익은 지분 매각 등의 요인으로 외형상 증가한 결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용판매 수익성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