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대우전자부품에서 사장으로 재직하며 자기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허위 매출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공시한 이금석 전 사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 전 사장의 재직 기간은 1년여에 불과했지만 그사이 이 회사와 투자자는 돌이키기 힘든 손해를 입었다. 회사를 이끄는 경영진의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대우전자부품은 1973년 대한마루콘전자로 시작해 1983년 대우그룹에 편입돼 대우전자부품으로 사명을 바꾼 회사다. 대우그룹 편입 후부터 업종을 변경해 자동차 부품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후 2000년 콘덴서용 알루미늄박 생산업체이자 대우부품의 하청업체였던 '알루코'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파츠닉’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후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아진그룹에 편입된 후 사명을 다시 ‘대우전자부품’으로 바꿨다.

매출실적 허위공시한 전 사장 실형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월 이금석 대우전자부품 전 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 전 대표는 2008년 이 회사의 주가를 올릴 목적으로 3건의 허위공시를 한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사장은 아버지인 이만규 전 대표의 명의로 이 회사를 인수했으며 2008년 1월 경영권을 인수한 뒤 주요 경영진으로 활동했다.

당시 대우부품은 1076억원 규모의 노트북 컴퓨터 공급 계약과 각각 233억원, 345억원 규모의 중고휴대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외국기업과 새로운 계약을 통해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대우부품은 뒤늦게 “계약을 체결한 이후 실제 매출이 이뤄졌지만 매출대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아 모두 가공거래였다”고 해명했다. 중고휴대폰 판매계약도 체결 이후 주문은 없었다.

대우부품은 “해당 거래는 모두 이만규 대표의 아들인 이금석 전 사장의 주도로 이뤄졌다”며 “이 대표와 이 전 사장은 현재 소재를 알 수 없어 계약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회사는 2008년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받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 공시에 대한 진실이 밝혀진 것은 10여년이 지난 올해 1월이다. 대우 부품이 계약을 체결한 곳은 이 전 사장이 실제 소유한 홍콩·싱가폴 소재 페이퍼컴퍼니였다. 그가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당시에 허위공시를 한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 전 사장이 이 같은 사기행각을 벌인 이유는 대우부품 지분 매입대금 때문이었다. 그는 2008년 1월 현대비버리힐스 외 1인으로부터 대우부품 주식 1500만주를 18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이 회사 주식을 담보로 리맥스파트너와 엔씨네트컴으로부터 50억원의 사채자금을 차용했다. 또 사채업자에게 주식 1800여만주를 담보로 33억원을 차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이 회사는 당기순손실 513억원을 기록하며 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었다. 담보로 맡긴 주식이 반대매매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이 전 사장의 허위공시 소송을 담당한 재판부는 “계약이 공시내용과 같이 유효하게 실행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며 “일반 투자자들이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오인하게 해 재산상의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유가증권의 매매, 기타 거래와 관련한 중요한 사항에 대해 허위의 표시를 하거나 필요한 사실의 표시가 누락된 문서를 이용해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하게 함으로써 담보로 맡긴 주식의 반대매매라는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를 해 액수 미상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밝혔다.

이 전 사장은 ‘노드시스템’이라는 회사를 통해 수백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인물이다. 이 전 사장은 이 사건으로 징역 17년과 벌금 229억여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2008년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잠적해 2009년 중국으로 밀항했지만 2015년 중국 공안에 검거돼 송환됐다.

당시 이 전 사장의 아버지인 이 전 대표도 허위로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해 회사 돈 5억원을 횡령했다며 그와 부동산매매계약을 공모한 이들이 함께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국회입정책 연구회 자문을 했던 경력이 있다.

대우전자부품 본사/사진=홈페이지 캡처

◆10년 지나도 주가 회복 안돼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죄값을 받았지만 대우전자부품은 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자본잠식으로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등 오랫동안 경영난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이 회사에 대한 상장폐지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5000원대였던 이 회사의 주가도 2009년 50원까지 하락했다. 이 회사의 소액주주는 2008년 말 기준 1만5000여명에 달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1년 사이 약 7190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대우전자부품의 경영이 정상궤도에 오른 것은 2010년 최대주주가 아진그룹으로 바뀐 이후다. 이 회사는 2009년 125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580억원까지 올랐고 주가도 3000원대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이 전 사장 재임 당시 하락했던 주가는 10년이 지나도록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대우전자부품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남아 신용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우전자부품의 추락은 대표이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대표가 소위 먹튀 할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기업을 키울 생각이 있는 사람인지 구분해야 한다”며 “규모가 작거나 지배구조가 불분명한 기업일수록 위험성이 높다”이라고 설명했다.

오승택 헤이스팅스 자산운용 대표는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대표이사 한명에게 회사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투자할 때 IR(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대표이사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0호(2018년 3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