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에 허덕이는 카드업계가 ‘몸집 줄이기’ 일환으로 밴수수료를 줄이자 밴 대리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밴 대리점들은 해당 카드사의 사용중지 운동까지 계획하고 있다.

카드사의 밴수수료 절감 확대는 가능할까. 카드사가 비용절감을 위해 밴 대행업무를 줄인 데 대해 카드사와 직접적인 업무 관계가 없는 밴 대리점들이 발끈하는 이유는 뭘까.


◆신한카드, ‘데이터캡처 청구대행 업무’ 케이알시스에 위탁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최근 밴사에 청구대행수수료를 건네지 않기로 했다. 이 수수료에 해당하는 데이터캡처 청구대행 업무를 정보통신기술(ICT)사업자 케이알시스에 새로 위탁하면서다(본지 2월26일자 ‘[단독] 신한카드, ‘청구대행수수료 0원’ 체계 도입… 업계 확산될 듯’ 참조).

데이터캡처 청구대행 업무를 이해하기 위해 카드사로부터 위탁받는 밴사의 주요 업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밴사는 카드사로부터 크게 두가지 업무를 위탁받는다. ‘승인중계 업무’와 ‘전표매입 업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승인중계 업무는 소비자가 가맹점에서 카드를 사용할 때 결제승인을 내리는 업무다. 소비자의 크레디트(신용)정보를 전달받은 뒤 이 소비자의 신용공여한도(카드 사용한도)를 확인하는 절차다. 이 정보는 결제중개망을 통해 건네진다. 결제중개망 설치 역시 밴사의 주요 역할이다.
전표매입 업무는 가맹점의 매출전표(거래 영수증)를 수거하는 업무다. 카드사가 가맹점에 카드대금을 건네기 전 소비자가 실제 사용한 금액이 대금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일치한다면 해당 전표를 카드사에 건넨다.


그리고 이 과정에 ‘데이터캡처 청구대행 업무’가 있다. 매입데이터를 제작하는 업무로 카드결제 승인이 정상거래인지 확인하는 절차다. 이를테면 카드단말기 오류로 재결제하면 이중거래가 발생하는데 이 중 하나는 매입을 보류해야 한다. 정상거래로 확인된 결제건만 카드사에 매입을 청구한다.

최근 신한카드가 기존의 밴 대행업무를 ICT사업자에 새로 위탁한 게 이 데이터캡처 청구대행 업무다. 기존에 밴사가 이 업무를 수행하며 받은 수수료(청구대행수수료)는 18~20원이었다. 밴사는 당장 이 수수료 수익이 0원으로 줄었다. 다만 신한카드는 전표수거수수료 비용으로 3원을 보전키로 했다.

신한카드는 케이알시스에 이 업무를 새로 위탁하며 수수료 비용을 대폭 절감할 계획이다. 예상 비용절감액에 대해 신한카드 측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청구대행수수료 0원 체계’, 카드사-밴사-밴 대리점의 동상이몽

신한카드는 우선 전체 가맹점 25%가량에 대해서만 이 업무를 케이알시스에 위탁했다. 적용 대상을 내년 하반기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먹거리가 줄어든 밴사는 반발하고 있지만 신한카드는 “밴사와 상생할 수 있도록 단계별 적용을 통해 밴사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소식이 전해지자 밴 대리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밴 대리점들은 신한카드 이용 거부운동까지 계획하고 있다(본지 3월7일자 ‘[단독] 밴 대리점, '청구대행수수료 0원' 신한카드 거부운동 임박’ 참조). 밴 대리점은 밴사의 업무를 대행한다. 카드사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 그런데 카드사-밴사간 ‘문제’에 밴 대리점이 들고 일어서려는 이유는 뭘까.

밴 대리점은 카드사의 전표수거업무를 대행하는 밴사로부터 그 업무를 위탁받아 가맹점의 매출전표를 수거하는 일을 한다. 그 대가로 전표수거수수료를 밴사로부터 받는데 5만원 초과 건에 대해선 건당 36원, 5만원 이하 건에 대해선 30원이다. 밴사는 이 비용을 카드사로부터 받는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5만원 이하 건에 대한 전표수거수수료를 둘러싼 신한카드와 밴, 밴 대리점의 이해관계가 각기 다르다.


당초 전표수거수수료는 결제액에 관계없이 36원이었다. 5만원 이하 건의 이 수수료가 30원이 된 건 2016년 5월부터다.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가 본격 시작되며 금융당국 주재로 3당사자(카드사-밴사-밴 대리점)간 ‘고통분담’ 내용의 MOU를 2016년 4월 체결했다. 그 결과 기존 36원 중 6원은 밴 대리점이 부담하고 카드사(18원)와 밴사(12원)가 30원을 건네기로 한 것이다.
‘청구대행수수료 0원 체계’ 도입에 대해 신한카드는 전표수거수수료를 그대로 지급하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카드가 절감하려는 수수료는 청구대행수수료인데 이는 밴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밴 대리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밴사는 다르다. 당초 전표수거수수료는 고스란히 밴 대리점으로 가는 비용이므로 다른 항목(청구대행수수료)의 수수료수익이 줄어드는 만큼 밴 대리점에 건네는 수수료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6년 5월부터 카드사는 기존 36원에서 18원으로 비용을 이미 절감한데 반해 밴사는 12원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했다는 주장이다.

또 전표매입 업무(데이터캡처 청구대행 및 전표수거) 가운데 데이터캡처 업무만 케이알시스에 위탁하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신한카드가 '직매입'을 도입할 거라면 이 업무뿐 아니라 전표수거 업무까지 도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밴 대리점은 일단 신한카드의 ‘청구대행수수료 0원 체계’ 도입이 3자간 MOU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으로 본다. 항목은 달라도 청구대행수수료를 줄이면 밴사가 전표수거수수료를 줄일 게 뻔한데 그 원인 제공의 책임이 신한카드에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밴사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밴사를 대상으로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밴사는 카드사뿐 아니라 밴 대리점의 눈치도 함께 보는 모양새다.

밴 대리점들이 다음달 25일 단체행동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신한카드는 ‘청구대행수수료 0원체계’를 철회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밴 대리점의 내달 궐기대회 관련해선 밝힐 수 있는 입장이 현재로선 없다”면서 “다만 모든 이해당사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신한카드가 밴 대리점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 확대, 종이전표 축소 등으로 밴 대리점의 주 업무는 크게 줄었지만 단말기 설치 및 관리 등을 위해선 밴 대리점의 역할이 필요하다. 당장 오는 7월까지 IC단말기 교체를 위해서라도 밴 대리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밴 대리점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대상이 아니다. 눈치 볼 대상이 없다는 것”이라며 “밴 대리점들이 단체행동에 크게 나선다면 신한카드 측이 오히려 곤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