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최근 강남 부동산시장은 정부 규제에 못이긴 집주인들이 급하게 집을 처분하느라 싼값에 매물을 내놓는 반면 수요자들은 쌓이는 매물을 보며 혹시 아파트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관망하는 분위기다.
거래시장이 위축됐지만 신규 분양시장은 로또아파트 열풍까지 불며 활황세를 보여 상반된 분위기다. 여기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곳곳에 감지되는 등 강남 부동산시장은 혼돈의 연속이다.
◆로또아파트 열풍이 지나간 자리
“여기가 거기예요? 강남이 뭐라고 이런 게 수십억이야.” 경기도 수원 거주 B씨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 개포 건설부지 앞을 지나던 한 노인은 아직 철거되지 않은 허름한 건물을 바라보며 씁쓸해 했다.
그는 “강남 아파트 분양가가 비싼 데는 땅값이 비싼 탓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우니나라 분양시장은 거품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여러 규제를 시행 중이지만 돈 있는 사람들이 집값이 잡히게 그냥 놔둘 리 있겠냐”고 반문했다.
개포주공8단지를 헐고 들어서는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청약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지며 ‘로또아파트’라 불렸고 견본주택 개관 당시 수만명의 인파가 장사진 쳤다.
우수학군이 인근에 있으며 사교육 일번지인 대치동 학원가도 가깝다. 여기에 분당선 대모산입구역이 단지 바로 앞이고 3호선 대청역·학여울역도 도보권이다. 여러모로 손색 없는 입지조건인 데다 강남이다 보니 내 집 마련에 나선 수요자의 부푼 꿈이 반영돼 견본주택에 인파가 가득찬 것으로 풀이된다.
디에이치자이 개포 인근에는 래미안루체하임, 래미안블레스티지, 디에이치아너힐즈 같은 고급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고 재건축을 추진 중인 노후아파트 수만가구가 대치동·일원동·개포동 일대에 즐비하다. 모두 수십억원의 비싼 시세를 당연히 여기는 곳인 만큼 앞으로 분양시장에서 이들이 주도할 과열 분위기는 최근의 로또아파트 열풍 이상이 될 가능성도 높다.
◆급매물만 쌓이네
새 아파트 청약 열기가 뜨거운 반면 기존 아파트 분위기는 침울하다. 정부 규제로 아파트값 상승폭이 줄어서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춤한 아파트값 분위기가 길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
반면 정부의 규제정책 기조가 분명한 만큼 집주인들은 침울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에 이어 보유세 개편 시행을 위한 점검에 들어가는 등 커지는 규제 그물망에 갇힌 탓이다.
규제 시행 전 집을 판 사람도 있지만 버티기에 들어갔던 집주인들은 최근에서야 급매물을 내놓는 등 한발 늦은 처분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관망세가 짙다. 청약 과열 열기를 보였던 강남도 다르지 않다.
대치동의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급할 것 없는 분위기다. 지난달보다 아파트값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정도만 묻고 분위기만 둘러보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는 “원래 시세대로 받고 싶은 마음에 비싸게 내놨다가 안 팔리니까 시세를 낮추는 이도 있다”며 “수요자가 당장 계약 의지가 없다 보니 집주인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로또아파트 청약열풍과 위축된 매수심리 탓에 집주인과 수요자의 희비가 엇갈린 강남 부동산시장을 들썩이는 또 다른 혼란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3000만원 이상 이익을 얻으면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6년 제정돼 시행되다 2012년 유예된 뒤 올 1월부터 다시 시행하면서 재건축추진 단지의 심상치 않은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를 비롯한 재건축아파트 단지 8곳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위헌소송을 냈다. 불만이 가득한 다른 재건축단지는 상황을 살피며 손익계산에 한창이다.
서초구 반포 현대아파트(반포 현대)는 다음달 강남권 재건축단지 중 처음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통지서를 받는다. 반포 현대가 받게 될 부담금 규모에 따라 다른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부담금 규모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여러 재건축조합의 추가 위헌소송 제기 등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민 E씨는 “정부는 집값 과열 현상을 강남재건축 때문이라 못박고 사유재산 침해소지가 명백한 초과이익환수제를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며 “최대 수억원에 달할 것이란 기사를 접할 때면 기가 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6호(2018년 4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