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설립 후 4년간 적자를 내다 2015년 단숨에 흑자로 돌아선 뒤 이듬해 거래소에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숨가쁜 성장 탓에 업계에선 이 회사를 둘러싸고 분식회계 논란이 지속돼왔다. 결국 금융감독원이 1년간 특별감리를 벌인 끝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삼성 측은 정당한 절차로 상장이 이뤄졌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금감원 발표 이후 주가는 급전직하하고 비판 여론이 들끓는다. 일각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금감원 확보한 ‘분식회계 증거’ 관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2016년 코스피시장 상장 때부터 불거졌다. 금감원이 의심했던 것도 이 시점 전후다. 2011년부터 4년간 적자 상태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직전인 2015년 1조90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낸 것.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규정하면서 가능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의 바이오젠이 공동 설립한 회사다. 2015년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91.2%를 보유했음에도 미국 바이오젠이 지분을 ‘50%-1주’까지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하면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다며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했다.


국내 기업이 적용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종속회사가 관계회사로 바뀌면 취득가가 아닌 시가로 회계 처리할 수 있다. 즉,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갖고 있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이 관계회사 투자 주식으로 분류되면서 회사 가치가 투자이익으로 잡힌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는 4조8086억원으로 평가돼 기존 장부가 2650억원을 제외한 4조5436억원이 투자이익으로 잡혔다. 여기서 콜옵션 행사대금과 법인세 등을 뺀 2조642억원을 당기순이익에 반영하면서 설립 이래 지속된 적자에서 벗어나 1조9049억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회계기준 위반이 있었다고 본다. 2016년 상장을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동안 연결자회사로 회계처리해 오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보유지분을 투자주식으로 전환해 당기순이익을 대폭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처음부터 종속회사 또는 관계회사가 아닌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도중에 관계회사로 변경했고 이렇게 처리한 명확한 이유나 근거도 부족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가치를 과도하게 반영하는 등 관련 증거를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한 것은 회계기준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라며 금감원 조사 결과를 전면 부인했다. ‘분식회계’라는 최종 결론이 나오면 행정소송까지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2015년 당시 3대 회계법인(삼정·안진·삼일)으로부터 적절성을 인정받았고 국내 회계전문가 6명에게서도 ‘문제없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오히려 회계법인 측에서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상장 당시 엄격한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했고 회계를 조작해야 할 동기도 이를 통해 얻은 실익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분식회계’ 결론 나면 상폐 가능성도


관건은 금감원이 제기한 ‘고의성’이 증권선물위원회에서도 입증되느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가 최종 확정되면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과징금 규모가 회계처리 위반 금액의 최대 20%까지 늘어나게 된다. 또 유가증권 상장규정 시행세칙에 따라 회계처리 위반 금액이 자본의 2.5%를 넘어가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된다. 

회사를 감사한 회계법인을 비롯해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내놓은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상장 직전 기업에 대한 분식회계 여부 조사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맡고 조사권을 위임한 곳이 증선위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감원이 고의적 분식을 증명하지 못하면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법적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논란 재점화

특히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지분율 43.44%, 2017년 말 기준)이다.

이는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의 공정성 문제와 연결된다.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는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이었으며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높게 평가하면서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에 찬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가 확정되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의 실적도 과대평가됐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심상정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의당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는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일환”이라면서 “2015년 7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진 핵심 근거가 삼성바이오의 성장가능성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특혜상장과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지난해 2월 참여연대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특혜 상장과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며 금융당국에 특별감리를 요구한 당사자다.

그러나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발표를 한 시기는 2016년 4월이었고 실제 상장한 시기는 그해 11월”이라면서 “그때는 이미 제일모직과 물산 합병이 다 끝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혀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 행사는 다음달 말까지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이달 중 금융위원회 정례 감리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9호(2018년 5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