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브랜드카드사 비자(VISA)의 해외이용수수료율 인상이 시장지배적 우위를 남용한 것인지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카드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공정위의 결론에 따라 유니온페이 등 다른 브랜드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에 대한 대응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업계 카드사는 지난해 1월부터 비자의 해외이용수수료율 인상분(0.1%포인트)과 유니온페이 수수료 0.8%를 고객 대신 부담하고 있다.


해외이용수수료는 국내 카드회원이 해외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비자·마스터카드 등 국제 브랜드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다. 100달러어치 물건을 사면 101달러(수수료율 1%)가 결제되고 1달러를 브랜드카드사가 가져가는 식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 관할인 비자아태지사는 기존 1.0%였던 이 수수료율을 지난해 1월 1.1%로 올렸지만 카드사는 인상분(0.1%포인트)을 고객에게 부과하지 않고 있다. 앞서 2016년 10월 비자의 수수료 인상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독점사)의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라며 공정위에 비자를 제소했는데 인상분마저 고객이 부담하면 비자의 수수료정책을 카드사가 인정하는 꼴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사진=머니S DB

비자 제소 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공정위의 결론이 이르면 이달 말 나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카드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카드사 승소 시 수수료율은 다시 1.0%로 인하되지만 패소하면 인상분을 고객에게 부과해야 하는데 많은 민원 발생이 예상돼서다.
중국계 브랜드카드사인 유니온페이에 대한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 유니온페이는 0.6%였던 해외이용수수료율을 2016년 12월 0.8%로 올리며 수수료 면제 프로모션을 없앴다. 유니온페이 사용자는 2016년 11월까진 해외가맹점에서 결제하더라도 부과되는 수수료가 없었는데 그해 12월부턴 0.8%를 부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에 비자를 제소한 상황인 데다 예상되는 소비자 역풍에 카드사들이 대납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니온페이 발급량이 매해 늘고 있어 카드사의 수수료 부담도 커지는 가운데 비자 제소건 승소 시 카드업계는 유니온페이도 제소할 가능성이 높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비자 제소 건에 대한 공정위의 결론에 따라 유니온페이에 대한 업계의 대응도 달라질 것”이라며 “만약 카드업계가 패소하면 0.8%를 소비자에게 부과해야 하는데 소비자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제 브랜드카드사엔 ‘국내 카드사만 봉’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유니온페이가 시장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수수료면제 프로모션을 진행하다 점유율이 오르니 수수료율을 기존대비 30% 올리며 프로모션을 없애는 걸 두고서다. 지난해 유니온페이의 누적 발급량은 2900만장으로 2015년보다 1200만장 늘었다.

이명식 상명대 교수는 “수수료율 문제는 양자적 관계에서 협상으로 풀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공정위가 비자 손을 들어줄 경우 시장에서 협상력이 높은 당사자(국제브랜드카드사)의 평균 수수료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