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은 조만간 초대형IB 인가에 다시 도전장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다른 증권사들도 줄줄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어 IB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KB증권, 세번째 초대형 IB 도전하나
금융당국은 2016년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가 인가를 받을 경우 자기자본의 200% 이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초대형IB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으로 최근 M&A 등 IB업무가 대부분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전액인수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자기자본 4조원' 기준에 부합하는 증권사는 총 5곳으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증권업계의 최대 화두는 ‘초대형IB’였지만 금융당국의 인가가 늦어지며 다소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NH투자증권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서 ‘초대형IB’가 다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가 한국투자증권 뿐이라는 점을 들어 금융당국이 단기금융업 인가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NH투자증권 초대형IB 인가를 앞두고 “일각에서 금융당국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깐깐하게 본다거나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규정대로 할 뿐 문제가 없는 곳은 인가가 날 것”이라면서 부인했다.
관련 업계의 눈길은 KB증권이 세 번째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1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 낸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을 자진철회했다. 이는 2016년 합병한 현대증권이 금융당국으로부터 2016년 5월26일부터 6월27일까지 한달간 일부 사업부문에 대해 영업정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금융사가 영업정지를 받은 경우 향후 2년간 신규사업 인가를 받을 수 없다. 증선위도 지난 1월 ‘불인가’ 의견을 냈다.
KB증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는 오는 27일로 끝난다. 이에 따라 KB증권은 관련 테스크포스(TF)를 유지하는 등 꾸준히 인가 재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KB증궡 측은 그동안 “사업성 재검토를 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검토만 끝나면 언제라도 인가 신청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KB증권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경우 초대형IB 기준을 충족하는 증권사 중 과반수가 인가를 받는 셈이어서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초대형IB 기준을 충족하는 증권사 중 나머지 2개사는 당분간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한 영향으로 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삼성증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사실상 대주주가 이 부회장이라는 해석이 나온 데다 ‘유령 배당’ 사고가 발생해 당국의 제재대상이 됐다.
◆판 커지는 IB, 지각변동 예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증권업계에서 IB부문은 NH투자증권, KB증권 등 대형사를 비롯 키움증권과 IBK투자증권 등 소수 증권사들이 주도하면서 수익을 냈다. 다른 증권사들의 IB부문 실적이 부진했던 것은 시장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은 데다 진입장벽도 높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기업공개나 M&A에 나서기 전 증권사에게 기업실사를 받으면 그 기업의 내부 사정까지 낱낱이 드러난다. 기업 입장에서는 알몸을 보여주는 셈”이라며 “누군가에게 기업의 명암을 공개하는 것이 오너나 경영진 입장에서 유쾌한 일은 아니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름대로 검증된 곳과 진행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도 “IB시장은 거의 인맥 장사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며 “보통 한번 IPO나 M&A를 성공적으로 주관하면 소문이 나서 다음 의뢰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이 소위 ‘그들만의 리그’였던 IB부문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WM, S&T 등에 비해 ROE(투입자본 대비 수익률)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은 상대적으로 수익이 적었던 IB부문에서 올 1분기 각각 235억원, 120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IB업계에서 새로운 '다크호스'로 주목받기도 했다.
증권사들의 초대형IB사업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올 1분기까지 2조3000억원에 달하는 수신액을 기록했고 NH투자증권도 이번 단기금융업 인가가 사업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권사의 기존 수익원은 경쟁에 노출돼 있어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다"며 "NH투자증권은 두번째 발행어음사업자로 후발주자지만 경쟁이 제한된 상황에서 마진 훼손없이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발행어음으로 조달된 자금은 레버리지 규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확장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4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확보한 증권사 이외에도 메리츠종금증권(1조1622억원), 하나금융투자(7000억원), 신한금융투자(5000억원), 키움증권(3552억원) 등이 최근 3년간 자본확충에 나서면서 IB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5호(2018년 6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