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홀딩스가 지난 4월 매각한 신텍(구 한솔신텍)이 2개월 만에 부도 처리돼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영권 인수과정에서 기업실사를 거쳤음에도 단기간에 부도가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신텍은 28일 상장폐지에 따른 정리매매를 시작했다. 정리매매가는 거래정지 직전인 지난 26일 종가 1480원 대비 90% 가량 하락한 140~160원에 거래됐다. 이는 소액주주 6000여명(지난 3월말 기준)의 재산 약 500억원(26일 종가 기준)이 증발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텍의 부도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다.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기업실사를 통한 부채파악 과정이 당연히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명순 신텍 대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회사를 인수한 후 채무 대부분을 상환하지 못했다. 김 대표가 신텍을 인수한 직후인 5월부터 6월까지 신텍이 결제해야 할 입금과 매입채무는 약 237억원이었다. 신텍이 결제하지 못해 부도 처리된 어음 112억원과 앞서 경남은행에 연체한 채무 50억원(이중 17억원은 상환)을 고려하면 상환기한이 임박한 채무 중 60%를 갚지 못한 셈이다.


특히 신텍의 재무상황은 한솔홀딩스가 최대주주로 있던 지난 3월 말에도 유동부채가 1229억원으로 총자산 대비 65.5%에 달하는 등 이미 악화된 상태였다. 이같은 부채에 대한 대비나 계획이 세워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한솔홀딩스가 매각 과정에서 이번 부도에 대해 김 대표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는 우발부채로 분류돼 통상적으로 경영권 양수계약의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 반대로 김 대표가 단 2개월만에 부도가 날 것을 인지하고 기업을 인수했다면 ‘기획부도’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한솔홀딩스는 경영권 매각 당시 충분한 설명을 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솔홀딩스 관계자는 “계약 당시 실사를 통해 신텍의 모든 부채나 결제일정 등에 대해 인수자 측이 인지했다”며 “매각 후의 문제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솔홀딩스는 신텍 지분 36.77%를 주당 850원씩 총 200억원에 팔았다. 이는 소액주주들이 이날 지분을 거래하고 있는 정리매매 주가 수준과 비교하면 약 6배 수준이다.

한솔홀딩스는 단순히 신텍의 경영이 악화된 상황에서 마침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나 회사를 매각했다는 입장이다. 한솔홀딩스 관계자는 “김 대표의 범죄 전력은 전혀 몰랐다”며 “경영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인수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지는 않는다”고 말헀다.

한편 이날 신텍은 창원지방법원에 상장폐지절차 진행중지 가처분신청을 했다고 공시했지만 상장폐지가 철회되기는 어려운 상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은 법원이 판단할 일이지만 부도로 인한 상장폐지가 철회된 사례는 사실상 없다”며 “부도라면 1차, 2차에 걸쳐 최종으로 처리됐을텐데 이를 감안하면 해당 기업의 회생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상장폐지 후 재상장 가능성도 낮다. 김 대표의 범죄 전력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부도처리된 기업이 회생절차를 거친 경우 별도의 대기기간 없이 재상장을 신청할 수 있지만 상장 심사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적격성, 지배구조 투명성 등을 심사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개별 사안은 심사가 진행돼봐야 알겠지만 범죄전력이 여러 건이라면 심사를 통과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