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최우수플레이어(MVP)는 손흥민도 이승우도 황의조도 아니었다. 김학범 감독이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오늘(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날 공항에는 300여명의 팬들과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조병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 선수들을 환영했다.
김학범 감독은 이날 입국현장에서 팬들을 향해 "참 좋다"고 입을 연 뒤 "팬들의 응원 덕에 우승이라는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선수들 모두 각자 소속팀에서 멋진 축구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이를 계기로 축구장을 찾는 팬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부임 후 5개월 동안 팀을 만들어 평가전 한번 치르지 못하고 대회에 나섰지만 김학범 감독은 2회 연속 아시안게임 우승이라는 성적을 냈다. 평가전 없이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감독의 훌륭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에 팬들도 열광했다.
처음부터 순조롭진 않았다. 와일드카드 3인방 중 황의조를 두고 '인맥논란'에 휩싸였다. 황의조가 J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지만 김학범 감독과 성남FC에서 함께했다는 이유가 컸다. 실력이 아닌 친분으로 선수를 뽑았다는 의혹에 분명 김 감독도 불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여론을 신경쓰지 않았다. 고집을 갖고 매경기 황의조를 공격수로 내세웠다. 김 감독의 신뢰는 통했다.
골잡이 황의조는 7경기에 모두 출전해 9골을 터트리며 맹위를 떨쳤다. 최다득점 2위에 4골 앞서며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압도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다. 황의조는 두 차례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등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서 황선홍(11골)이 세운 한국 선수 최다골 기록에 2골 차로 다가서며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선수를 믿고 기용하는 것은 황의조 뿐 아니었다. '사포 실수'와 '웃통 세리머니' 논란에 휩싸인 황희찬에 대한 신뢰도 잊지 않았다. 국민 대다수가 황희찬을 비난할 때도 김 감독은 오히려 황희찬을 오른쪽 공격수로 기용했다. 일본전 엔트리가 발표됐을 때부터 국민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전 결승골의 주인공은 황희찬이었다. 이날 황희찬의 골이 아니었으면 경기는 어떻게 됐을 지 몰랐다.
공격수 두사람이 보여준 '대활약'은 김 감독이 준 기회로부터 시작됐다. 김 감독의 책임감이자 선수를 보는 '통찰력'으로부터 시작된 결과였다.
이란과 함께 나눠가졌던 역대 최다(4회) 우승국 칭호도 독차지했다. 두차례 원정 공동우승을 넘어 첫 원정 단독우승의 전리품도 안았다.
이제 김 감독이 이끌었던 손흥민과 황의조를 비롯해 이승우, 황희찬, 조현우, 김민재, 김문환, 황인범 등 8명은 금빛 미래를 안고 벤투호 1기에 합류한다. 3일 오전 귀국해 하루만 쉬고 4일 오전 파주 NFC에 들어간다. 일부 선수들은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을 해결하며 향후 유럽 진출 등 또 다른 기회를 모색할 것이다.
며칠 뒤면 감독의 노고는 잊혀질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골을 넣은 선수만 기억날 뿐 감독의 리더십은 머리 속에서 지워진다. 대중도 김 감독이 아닌 파울루 벤투 신임 감독에 기대를 걸 것이다. 여러 변화가 생기겠지만 단 한가지는 잊지 않아야 한다. 대한민국. 우리는 김학범을 기억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