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여성 이주노동자가 직장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하면 즉시 사업장을 변경하고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10일 고용노동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제도개선 권고를 받아들여 이주노동자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감독을 강화하고 피해가 발생할 경우 횟수와 관계없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긴급 사업장 변경제도'를 추진하기로 했다.
피해를 당한 여성 이주노동자를 보호하는 쉼터와 가해자 처벌을 위한 법률 서비스도 제공된다.
여성가족부도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해 이듬해 5월 '이주 여성 인권보호 전문상담소' 5개소를 신설하고 이주여성 쉼터·그룹홈·자활센터 등과 연계해 법률·보호·자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3월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보호·증진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구제, 성차별 금지와 모성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2016년 인권위가 제조업분야에 종사하는 여성 이주노동자 385명을 대상으로 벌인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잠금잠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거나 성별분리가 안 된 숙소에서 지내는 등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33.3%는 '남·여 화장실이 구분돼 있지 않다'고 말했고, 24.3%는 아예 '남·여 숙소가 분리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또 20.7%는 '숙소에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고 했고 9.9%는 '화장실, 욕실 등에 안전한 잠금장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조사대상 중 11.7%는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밝혔고 피해경험도 1회에 그치지 않고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답했다. 또 성희롱·성폭력 피해에 대해 40%는 불이익을 우려해 '말로 대응하거나 그냥 참았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여성 이주노동자 A씨를 고용한 고추·깻잎 영농업자 B씨는 A씨의 가슴이나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찌르거나 다른 사람 앞에서 엉덩이와 허벅지를 움켜잡는 등 성추행을 일삼았다.
인권위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성희롱·성폭행·차별 등 피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고용부 장관과 여가부 장관에게 ▲남녀분리 숙소 설치 지도·감독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실태 점검 및 다국어 교육자료 개발 ▲공공기관의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실태 점검 및 다국어 교육자료 개발 ▲종합상담소 설치 및 지원 등을 권고했다.
두 부처가 5개월여 만에 권고를 수용하자 인권위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여성 이주노동자의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구제, 성차별 금지와 모성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차질 없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