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 전환을 추진할 겁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지난달 7일 인도에서 열린 ‘MOVE 모빌리티 서밋’ 기조연설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현대차그룹의 이른바 ‘기술 쇼핑’이 더욱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정의선 부회장 인도 무브 글로벌 서밋 기조연설 /사진=현대차 제공

올 초 현대차는 앞으로 5년간 신사업에 23조원을 투자하고 4만5000명의 채용계획을 밝혔다. 특히 올해만 10곳의 스타트업과 IT벤처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와의 ‘수소동맹’으로 연료전지차 기술협력도 약속했다.
지난달 19일엔 전략적 투자를 통해 홀로그램을 이용한 증강현실(AR) 전문기업 웨이레이(Wayray)와 AR 내비게이션을 만들기로 했고 일주일 앞선 11일에는 최적의 차 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모빌리티 전문기업 미고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 지난 8월에는 인도의 카셰어링업체 레브, 7월에는 라스트마일 물류업체인 메쉬코리아와 중국 임모터에 투자했다.

웨이레이 홀로그램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이미지 /사진=현대차 제공

주목할 점은 그동안 수익성을 중요시한 현대차그룹이 스타트업과 IT관련 기업에 수억원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를 거듭했다는 사실이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데도 이처럼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는 건 그만큼 미래 자동차시장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면서 글로벌기업들은 단순히 차를 만들어 팔던 제조업에서 자율주행시대의 모빌리티서비스기업으로의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대부분 차 관련 기술을 독자개발해왔지만 앞으로는 업종간 벽을 넘나들며 다양한 기술의 융합을 잘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독자개발이나 확실한 기술력을 가진 업체에 큰돈을 들이기보다 가능성 있는 작은 업체에 투자하며 미래에 대비하려는 계획이다.

미고 애플리케이션 실행화면 /사진=현대차 제공

자동차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하드웨어에 모빌리티서비스를 더해 세계 자동차 시장에 구축한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관련시장에서 일정부분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면 새로운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미국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모빌리티산업 규모는 2030년에 6조7000억달러(약 739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정 수석 부회장이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그룹의 조직개편을 시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아울러 현대차가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독일, 이스라엘 등 전세계 5곳에 오픈 이노베이션 혁신센터를 설치하고 우수한 스타트업을 발굴, 국내기업과의 시너지효과를 만드는 것도 정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올 초 그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전동화 ▲스마트카 ▲로봇·인공지능 ▲미래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등 5대 신사업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다른 글로벌자동차제조사에 비하면 미래산업 대비가 한발 늦었지만 추진 속도는 최고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제시한 각 사업은 연관성이 적어 보이지만 시너지효과가 엄청난 분야”라며 “앞으로 수년 뒤 그룹의 위상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