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 증권사가 개인에게 사업자금 70억원을 대출해줬다가 떼였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개인을 대상으로 한 여신(자금을 빌려 주는 것) 행위는 인가를 받은 업종만 가능하다. 증권업종의 경우 주식담보 대출이나 신용거래, 기업금융 등 여신기능이 제한적이다. 처음에는 취재원의 단순한 착오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취재원은 관련 재판까지 열렸다고 했다. 해당 판결문을 입수해 확인해보니 일부 사실이었다. 판결문을 보면 '처음부터 A증권사에서 대출 심사 및 대출 결정 등을 진행했으나 A사가 직접 대출업무를 취급할 수 없어 B사의 대출금 채권을 양수하는 형식을 취한 것'이었다.


증권사가 사실상 ‘대부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해당 사건에서는 C씨가 B사로부터 70억원을 빌린 당일 A증권사가 이 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대출’이 ‘채권투자’로 변신한 것이다. 이자율은 연 12%, 연체 이자율은 22%다. 그리고 C씨는 3개월마다 지급하기로 한 이자를 대출 직후부터 연체하기 시작했다.

해당 증권사에 문의를 해보니 “고이율의 채권투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울러 “개인의 대출 채권을 인수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시 확인해보니 대출 주체는 개인이 아닌 C씨가 운영하던 D사였다. 결론적으로 평범한 기업금융인 셈이다. 헛다리였다. 다만 이 사건은 퇴직한지 몇 달 지나지 않은 A증권사의 고위 임원과 관계사 퇴직임원 등이 대출에 관계됐다. 불법적인 청탁이나 위법행위에 대한 판단은 없었지만 결국 ‘알음알음’ 대출이 이뤄진 셈이다.


물론 ‘알음알음’ 문화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일정 부분 검증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자금이 필요한 많은 사업자들이 모두 관련 인맥을 가진 것은 아닐 것이기에 씁쓸하다.

만약 처음 취재원의 말대로 A증권사가 개인을 대상으로 이런 대출을 진행했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금융감독원에 문의를 해보니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대출채권 매입이 가능하고 날짜 제한도 없어 이 사건에서 처럼 제 3자를 끼고 대출채권을 당일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진행해도 법제상 제한이 없다는 설명이다. 증권사가 직접 대출업무만 안하면 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대출채권을 거래하는 경우는 사모펀드(PEF)를 활용한다거나 다른 용도가 있을 때 이뤄진다. 대출채권을 가진 입장에서도 일반적으로 채권을 팔 이유가 없어 특수한 경우에만 벌어지는 일이란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경우이므로 '증권사가 사실상 대부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결론은 어폐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형식으로 발행어음 자금을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에게 결과적으로 빌려줘 자본시장법상 개인신용공여 금지 등 규정을 위반했다는 논란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 보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