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매치료제 개발을 목전에 두고 좌초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제약사들은 신약개발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회사가, 해외에서는 미국바이오기업 ‘바이오젠’이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했다. 

고령화로 인한 건강관리 의료 수요의 증가로 치매치료제 성장가능성은 크다. 과연 치매 정복은 가능할까.


바이오젠은 일본제약사 ‘에자이’와 공동개발 한 신약 ‘아두카누맙’의 임상2상시험을 중단한다고 지난달 21일 발표했다. 양사는 아두카누맙의 초기 임상시험 결과가 긍정적으로 도출되자 무려 3건의 2상시험을 진행했지만 결국 무릎을 꿇은 것. 

중립적인 임상시험 모니터링위원회가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내린데 따른 결정이다. 이런 소식에 바이오젠 주가는 29.23% 폭락했고 시가총액 약 20조원이 사라졌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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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용화 1년 남았는데…
개발 초기 ‘장밋빛 전망’된 아두카누맙의 상용화 시기는 2020년이기 때문에 업계가 받은 충격은 크다. 아두카누맙은 뇌 조직에 축적되는 독성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의 양을 감소시킨다. 

‘베타아밀로이드가 치매를 유발한다’라는 학계의 정설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이었기에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약 투자심리는 한층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바이오젠은 치매신약 연구진이 참고할 수 있도록 아두카누맙 임상시험 자료를 학술회의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치매치료제는 아직까지 제약사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화이자,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등 소위 ‘날고 긴다’는 다국적제약사들도 앞서 설명한 개발과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치매치료제시장의 성장가능성에 베팅했지만 모두 실패한 것. 

화이자는 2013년, 일라이릴리는 2016년, 아스트라제네카는 2018년, 로슈는 올 1월 임상시험 중단을 발표하며 손을 뺐다. 이들은 글로벌 시가총액 기준 상위 2위에서 16위까지 포진해 있는 대기업으로 자본금과 기술력이 탄탄하다. 신약개발은 맷집 강한 다국적제약사도 돌을 던질 만큼 어려운 분야다.

◆ ‘치매’ 왜 어려운걸까… 국내 제약사 개발은?


치매신약 개발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발병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유전, 스트레스, 중추신경계 감염, 장내미생물군총의 이상 등이 치매의 발병 원인이라고 말해왔으나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혀내 진 못했다. 

또한 분자 크기가 큰 약물이 뇌를 보호하는 보호막인 ‘혈뇌장벽’(BBB)에 막혀 약물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도 치매 치료를 어렵게 하고 있다.

국내제약사들은 다국적제약사에 비해 연구개발(R&D)조직과 자본력은 적으나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해온 신약과는 다른 기전으로 비교적 안전성이 높다고 알려진 ‘천연물신약’ 개발로 활로를 찾고 있다.

바이오벤처기업 셀리버리는 ‘TSDT’ 기술을 개발했다. TSDT를 이용하면 뇌 속 문제세포까지 약물이 도달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치매치료후보물질 ‘iCP-Parkin’을 개발하고 있으며 기술수출계약도 진행 중이다.

메디포럼은 1월31일 임상시험수탁기관(CRO) ‘LSK글로벌PS’와 치매신약 ‘PM012’의 임상대행계약을 체결하고 임상3상에 돌입했다. PM012는 뇌세포활성화, 뇌신경보호 등 치매증상을 개선하는 7가지 자연유래물질로 구성돼 기억력과 인지능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메디포럼은 보편적으로 처방되는 치매억제제 ‘도네페질’과의 비교임상을 통해 올해 안으로 우월성을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동아ST 연구진이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제공=동아ST
동아ST 연구진이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제공=동아ST


동아쏘시오그룹은 2013년 업계 최초로 치매전문연구센터인 ‘동아치매센터’를 세우고 치매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동아ST는 줄기세포, 합성의약품, 천연물 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치매치료제를 보유 중이며 지난해 미국제약사 ‘뉴로보파마슈티컬스’에 치매신약 ‘DA-9803’을 약 57억원과 지분 24%에 기술 수출한 바 있다. DA-9803은 국내에서 모든 임상이 완료됐으며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허가(IND)를 신청했다.
치매치료제 개발이 순항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SK바이오랜드가 개발 중인 치매신약 ‘BL153’은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없고 악화만 늦춘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지난해 연구 중단됐다.

한편 치매 관련 시장은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에 따르면 세계 치매치료제시장 규모는 2015년 3조5000억원에서 오는 2024년 13조5000억원으로 약 4배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2018년 국내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치매환자 수는 70만5473명으로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 조기 검진도 늘어 신약 개발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치매환자가 급격히 늘어 제약사들의 개발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효과적이고 저렴한 약물 개발로 누가 글로벌 헬스케어시장의 선두주자가 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6호(2019년 4월2일~4월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