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콕과 야우마떼이의 골목식당들
3000원이면 넉넉한 소울푸드
백종원도 반한 홍콩식 솥밥
| 야우마떼이의 힝키레스토랑 전경. /사진=홍콩관광청 |
구룡반도의 안쪽, 몽콕과 야우마떼이의 골목들은 시장에서 출발해 시장으로 끝난다. 골목의 수만큼 다채로운 물건과 사람들, 이야기가 발길을 붙든다. 골목투어의 끝,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진짜 맛집들도 있다. 영어가 통할 가능성이나 친절한 접객은 좀처럼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곳 식당들의 저렴한 가격과 놀라운 맛은 그 정도 불편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었던 홍콩의 원초적 미각이 기다린다.
◆단돈 3000원에 즐기는 소울푸드
| 차오쳉유엔의 국수. /사진=홍콩관광청 |
홍콩식 죽인 콘지부터 솥밥, 간단한 딤섬까지 이곳의 메뉴는 40여가지에 이른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광둥식 국수다. 큼직한 족발, 하늘하늘한 완탕, 탱글탱글한 피시볼,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는 소 힘줄…. 음식이 도착하면 테이블 위 홍식초를 살짝 뿌려줄 것. 부드러운 풍미의 붉은 색 식초가 국물에 스미자 낯선 향신료와 육중한 기름기가 조화로운 풍미로 완성된다.
차오쳉유엔의 훌륭함은 음식 맛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곳의 국수는 모두 우리돈 3000원에서 4500원 사이다. 고맙게도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영업한다.
◆한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디저트 찻집
| 타이헤탕량 차관의 다양한 메뉴들. /사진=홍콩관광청 |
좁고 깊은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시대를 성큼 역행한 듯 아득한 기분이 든다. 골동품 같은 나무 의자에 기대 앉아 영문 메뉴를 살펴본다. 이곳의 메뉴는 광둥의 전통 디저트 형식인 ‘탕수이’(糖水)에 기반한다. ‘단물’이라는 뜻 그대로 탕수이는 달콤한 수프를 곁들인 후식이다. 코코넛 밀크, 시럽에 잠긴 두부, 흑임자 수프 등과 달콤하게 졸인 토란, 말랑말랑한 사고(sago), 열대과일 등 다채로운 내용물의 조합은 80여종이 훌쩍 넘는다.
양질의 탄수화물이 든든하게 포함된 데다 양도 넉넉해 간단한 아침 식사로도 손색없다. 좀 더 특별한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중국식 허브티(Chinese Herbal Tea) 가운데 하나를 주문해보자. 각각의 메뉴에는 맛에 대한 설명 대신 ‘두통’, ‘오한’, ‘독소’ 등 병원에서 등장할 법한 용어들이 붙어 있다. 홍콩 사람들은 건강이 나빠지거나 기력이 부족할 때 약국에 가는 대신 찻집에 와 중국식 허브티를 한 잔씩 마신다. 맛도 향도 차보다 쌉싸름한 약재에 가깝지만 홍콩의 민간 처방을 경험해보는 것은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는다.
◆백종원도 반한 홍콩식 솥밥
| 힝키레스토랑의 뽀짜이판. /사진=홍콩관광청 |
전통적인 뽀짜이판은 중국식 소시지와 삼겹살, 양파를 밥과 함께 쪄낸 후 간장과 피시소스, 설탕, 후추 등 다양한 향신료로 만든 소스를 섞어 먹는 음식이다. 야우마떼이의 뽀짜이판 가게들은 여러 육류와 해산물을 사용해 수십 종의 메뉴를 선보인다. 막 날라온 도자기 솥에서는 하얀 증기와 맛있는 냄새가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솥에 가해진 강한 화력 덕분에 바삭하게 익은 쌀알의 식감이 즐겁고, 맥주 한 잔씩 손에 들고 솥밥을 비비는 사람들의 활기에 기분이 들뜬다.
심야까지 떠들썩하게 흥청이는 일대의 풍경은 홍콩 최고의 밤참 장소라 부를 만하다. 여러 가게들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반가운 이름은 힝키 레스토랑(Hing Kee Restaurant)이다. 백종원 셰프가 ‘스트리트푸드파이터’에서 솥밥 한 그릇과 홍콩식 굴전을 뚝딱 먹어치운 곳이 바로 여기다. 뽀짜이판을 비운 후에도 일어나기 아쉽다면 다양한 해산물 메뉴들로 밤을 이어가보자.
◆가성비·맛에 놀라는 뉴트로 누들
| 블락 18 도기스 누들. /사진=홍콩관광청 |
홍콩의 옛 입맛에 공감하기 어려운 이방인에게도 이곳은 흥미롭다. 식당보다는 노점에 가까워 길가에 앉아 먹어야 한다는 사실도, 영어가 통하지 않는 불편함도 B급 코드의 거칠지만 강렬한 매력을 잠식하진 못한다. 건어물과 향신료를 잔뜩 사용한 도기스 누들 위로 중국식 채소 절임을 올려 먹거나 시원한 국물에 가짜 샥스핀을 곁들인 오리 국수를 즐겨보자. <사진·자료=홍콩관광청(정미환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