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연초 증시 상승세에 힘입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2분기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에는 먹구름이 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이 자본시장 변동성을 키워 증권업종에 간접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미지투데이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미지투데이

◆호시절 맞은 증권업계

국내 상위 10개 증권사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4.91% 증가한 1조945억원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5% 증가한 2186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위탁매매,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보였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증권사 예상치를 40% 이상 상회하는17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증권가 예상치보다 40% 이상 상회했다. IB부문 성장과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으로 운용수익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미래에셋대우는 168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희망퇴직, 임금피크제 도입 등 일회성 충당금이 반영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6.2% 감소했다. 키움증권은 순이익이 15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48% 증가했고, 메리츠종금증권은 141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증권사 순이익 상위 5개 업체에 포함됐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증시 호황으로 거래대금 및 신용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증가했다”며 “금리하락으로 채권 평가 이익이 늘어난 것도 증권사 실적 향상에 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PI 늘리고 지수 연동 선긋기

이처럼 주요 증권사들은 올 1분기 자기자본투자(PI)를 기반으로 최대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증권업종 관련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1분기 실적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반영됐다고 봤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보유자산 평가이익은 일회성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역설적으로 시장이 하락하면 다시 감익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지수 흐름이 부진한데 증권사들의 이익은 주로 지수와 연동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 성장성이 제한적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증권사들이 PI를 늘리는 건 불가피하다. 수수료 경쟁도 치열하고 중개업(BK)이나 WM만으로는 이익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 증권사 PI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긍정적 인식도 작용한다.

임희연 애널리스트는 “국내 투자자들은 PI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지수와 연동되지 않는 수익 창출 구조를 기반으로 경상 자기자본이익률(ROE) 제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화창했던 증권사 1분기, 2분기는 먹구름?

◆2분기 전망 ‘먹구름’ 걷힐까

지수와의 연계성을 줄이기 위해 PI를 확대 중인 증권업계의 2분기 실적전망을 두고 온도차는 있지만 다소 어둡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수 하락세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과 대외변수 불확실성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추정기관 3곳 이상의 컨센서스(시장 추정치)가 있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삼성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9.61% 감소한 총 5388억원으로 파악됐다. 순이익의 경우 같은 기간 7.71% 줄어든 4181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들 증권사 중 키움증권의 순이익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 2분기 순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15.1% 줄어든 673억원이며 삼성증권(-8.3%), 미래에셋대우(-5.5%), NH투자증권(-5.4%) 등이 뒤를 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재부각되며 증권사 실적전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연초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되면서 증권사 1분기 호실적을 이끌었던 반면 무역협상 결렬과 함께 위험자산 투자심리 위축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4월 이후 높아진 증시 불확실성으로 증권사 실적 전망은 부정적”이라며 “1분기 반영되는 배당금 수익도 2분기에 사라져 실적에 부담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증권사들은 영업과정에서 당기손익인식 자산을 대규모로 보유할 수밖에 없고 대외변수 변동에 따라 이익변동이 발생한다”며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도 긍정적이지 않은 요소”라고 덧붙였다.

반면 채권평가이익 증가, ELS 조기상환으로 인한 실적개선을 기대하는 의견도 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외 불확실성과 국내 경기침체 우려로 주식시장이 매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2분기에 우수한 실적을 거둘 것”이라며 “4~5월 채권금리 하락과 ELS 조기상환 확대는 2분기 트레이딩(거래) 및 상품 손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1분기 대형증권사들은 250억~300억원 규모의 채권평가이익이 반영돼 실적이 긍정적이었는데 2분기에는 그 규모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5월 말 국고 1년물 및 3년물 금리는 각각 1.65%, 1.64%로 4월 말 대비 –9.4bp, -7.8bp 급락했다. 또 5월 전체 ELS 조기상환은 7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2.94% 늘어났으며 ELS발행규모도 9조7000억원을 기록해 지난 1분기 평균 6조6000억원을 돌파했다.

강승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에는 금리 하락폭이 전분기보다 더 크다”며 “4~5월 ELS 조기상환 규모는 1분기를 넘어선 상황이고 ELS 발행도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무역협상 난항, 멕시코에 대한 관세부과 확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소수의견 등장 등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시중금리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업종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은 대외적인 환경과 실적기반이 탄탄한 증권사를 골라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동하 애널리스트는 “대외 환경 악화와 이익증가를 모두 고려했을 때 뛰어난 핵심역량과 상대적으로 실적변동폭이 적은 업체들을 위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6호(2019년 6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