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나랏말싸미' 포스터 캡처. /사진=메가박스 제공 |
한글 창제 과정을 다룬 영화 ‘나랏말싸미’가 24일 개봉과 동시에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나랏말싸미'는 지난 24일 하루 1211개 스크린에서 15만1281명의 관객을 동원해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그러나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나랏말싸미'가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나랏말싸미'는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불교 승려 신미대사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며 그가 한글을 만드는 데 크게 관여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신미의 역할이다. 극중에서는 신미가 세종의 조력자 수준을 넘어 거의 혼자 한글을 만들다시피 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관객들은 이 영화가 신미에 초점을 맞춰 한글 창제의 공을 신미에게 돌리려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미가 한글 창제에 기여했다는 점은 하나의 '설'이라는 점에서 논란을 더한다. 한글, 즉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눈병에 시달려가며 직접 창제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초·중·고 역사교과서 역시 이를 바탕으로 기술됐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영화는 시작 전 자막을 통해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며,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고 전제했다. 조철현 감독 역시 지난 15일 시사회 이후 간담회에서 “저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일 수 있으나, 그 누구도 역사에 대한 평가나 판단 앞에서는 겸허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관점에서 자막을 넣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역사 왜곡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네이버 영화 사이트에선 가장 낮은 별점인 1점을 주는 ‘평점 테러’가 이어졌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영화를 보지 말자는 보이콧 움직임도 일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나랏말싸미’와 관련한 강의 영상을 찍었던 유명 한국사 강사 이다지씨는 관련 영상을 삭제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영화는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저는 공신력 있는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강사로서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삭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