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오른쪽)가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있다. /사진=뉴스1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오른쪽)가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6일 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다. 유벤투스와 팀K리그의 경기를 보기 위해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축구팬들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45분간 경기에 임한다는 소식에 최대 40만원이 넘는 티켓 값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전까지 몸을 풀지 않는 호날두의 모습에 팬들의 환호는 분노로 변했다.
◆더 페스타, 호날두 불참 알았을까

호날두를 포함한 유벤투스 선수단은 지난 26일 오후 3시에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팬사인회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곤살로 이과인, 엠레 잔, 마티아스 데 리흐트 등 유명선수들이 포진했지만 팬들의 이목은 호날두에 집중됐다. 그를 보기 위해 4시간이 넘는 거리를 마다않고 달려온 팬도 있었다.


그러나 팬 사인회는 무산됐다. 주최사 더페스타의 로빈 장 대표는 “호날두 선수가 사인회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교통체증으로 지친 데다 잠시 후 열리는 경기를 위해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다 전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방문한 팬들은 친필사인을 집으로 배송해준다는 약속을 받은 채 경기장으로 향했다. 이미 주최사 더 페스타가 경기 전부터 ‘호날두의 45분 출전 조항이 계약사항에 포함됐다’고 알린 만큼 팬사인회 취소에도 팬들의 기대감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경기에 돌입하면서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유벤투스를 이끄는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은 취재진과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호날두의 컨디션과 근육 상태가 안좋아 전날 밤부터 츨전 여부를 두고 고민했다”며 “26일 오후에 상의해 한국에서 뛰지 않는게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사리 감독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미 호날두는 한국에서 뛰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는 주최사 더 페스타의 설명과 배치된다. 호날두가 경기에 나와야 하기에 컨디셜 조절 차원에서 팬사인회를 하지 않는다던 더 페스타 대표의 말에 합리적 의심이 드는 이유다.

팬들의 항의와 국내 취재진의 질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끝내 더 페스타 측은 공식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프로축구연맹 측이 나서 “더 페스타의 공식 입장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실무자가 더 페스타와 유벤투스간 계약 내용중 호날두의 45분 출전이 포함된 것을 봤다. 호날두가 뛰지 못할 경우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아니라면 더 페스타가 연맹에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불가항력적 사유라면 증명할 책임은 더 페스타에 있다”고 설명했다.

◆바닥에서 밥먹으며 기다렸는데...

이번 경기의 입장수입은 약 60억원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존 S석 40만원, 프리미엄존 A석 35만원, 프리미엄존 B석 25만원 등 고가에 책정된 티켓은 판매개시 후 순식간의 매진 행진을 달성했다.

호날두를 본다는 기대감에 40만원에 달하는 티켓을 끊고도 테이블 없이 바닥에서 뷔페를 먹었던 팬들은 커다란 분노에 휩싸였다. 행사를 주최한 더 페스타에 환불을 요구하는 한편 호날두 네이밍이 새겨진 유니폼을 찢거나 버리는 인증샷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호날두 사태는 주최 측의 미흡한 대처와 유벤투스 구단의 불성실함 모두 문제”라며 “주최 측이 호날두가 뛰지 않는 것을 사전에 알았지만 대량 취소를 우려해 공표하지 않았을 경우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경기의 주최사인 더 페스타의 홈페이지는 일일 약정 전송량(트래픽)을 초과해 접속이 되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페스타는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