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주택사업에 대한 의문부호가 여전하다. 아파트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굳건한 소비자 충성도가 뒷받침되고 있지만 최근 굵직한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서 운영 중이던 래미안갤러리도 몇달 전 폐쇄해 주택사업 축소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삼성물산의 주택사업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 운니동 래미안갤러리가 있던 부지. /사진=김창성 기자 |
◆스마트아파트 포부 속 의심의 눈초리
삼성물산은 지난해 주택사업과 관련된 행사를 두차례 열었다. 상반기에 열린 행사는 연내 상용화를 위해 준비 중인 ‘미래형 주거트렌드’를 들고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5월 서울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합해 입주민 생활환경에 맞는 주거환경을 만들어 주는 신개념 주거 체험관 ‘래미안 IoT 홈랩’(homelab)을 공개했다.
래미안 홈랩은 IoT 기술을 바탕으로 ‘똑똑한 집’, ‘미래형 스마트홈’을 표방한다. 음성명령이나 동작을 통해 개별 IoT 상품을 조절하는 수준을 넘어 각각의 IoT 상품이 입주민의 성향과 생활패턴에 맞춰 유기적으로 제어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입주민에게 최적의 생활환경을 조성해준다는 게 삼성물산 측의 설명.
삼성물산이 스마트아파트시장을 선도하겠다며 ‘IoT 홈랩’을 들고 나왔지만 당시 기자들은 과연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을 계속 영위할 것인지에 관심이 더 컸다.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 등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주택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할 것이란 전망이 계속해서 흘러나왔기 때문.
| 래미안 IoT HomeLab(홈랩) 체험관. /사진제공=삼성물산 |
또 2016년 초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경기 성남 판교 알파리움 사옥으로 이주한 지 불과 1년6개월여 만에 다시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으로 이전하자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축소가 결국 기정사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었다. 그룹 내에서도 주택사업이 찬밥신세가 아니냐는 시각이 생겼다.
기자들은 삼성물산이 오랜만에 IoT 홈랩이라는 굵직한 상품을 들고 나온 삼성물산 측에 ‘주택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당시 상품 설명에 나선 백종탁 삼성물산 주택사업총괄 전무는 이를 부인했다. 주택사업 축소나 지속 여부에 대해 자세한 부연은 없었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소문을 에둘러 진화했다.
6개월 뒤 삼성물산은 또 다시 기자 초청 행사를 열었다. 삼성물산은 같은해 11월 서울 종로구 운니동 래미안갤러리에 친환경과 에너지절약을 테마로 하는 주거 트렌드 체험관 ‘그린 에너지 홈랩’을 열었다. 이번에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친환경 주거트렌드를 접목한 상품이다.
6개월 전 열린 행사의 연장선 격이 짙었던 이 행사를 통해 삼성물산은 주택사업 지속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과열경쟁 리스크 줄인다”
삼성물산의 포부에도 주택사업 축소 등에 관한 시각은 여전하다. 삼성물산이 올해 계획된 분양물량을 절반도 소화하지 못한 데다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서 운영하던 래미안갤러리를 6개월 전 폐쇄해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삼성물산의 공급 예정 물량은 9702가구였지만 1~9월까지 집계결과 절반에도 못 미치는 2616가구만 분양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해 계획된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은 삼성물산뿐만 아니라 모든 건설사가 마주한 공통된 결과”라며 “정부 규제 등 부동산정책 이슈로 부득이하게 분양 일정이 연기돼 계획물량이 미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전시관인 래미안갤러리 폐쇄에 대해서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주택사업 축소 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
삼성물산은 그동안 서울 송파구 문정동과 종로구 운니동에 래미안갤러리를 운영했다. 삼성물산은 주택사업과 관련된 상품을 소개하고 분양 홍보 등의 업무를 하는데 래미안갤러리를 활용했다. 강남권인 송파구와 강북권인 종로구 두곳에 래미안갤러리를 운영하며 지역 안배 등 균형 감각도 유지했다.
삼성물산의 주택사업을 시장에 알리는 거점 역할을 하던 운니동 래미안갤러리 폐쇄가 주택사업 축소를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시각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운니동 래미안갤러리 폐쇄는 해당 토지 임차계약이 완료된 것일 뿐 주택사업 축소와는 무관하다”며 “문정동 래미안갤러리 한곳만 운영해도 주택사업을 꾸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수주전에 소극적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한남3구역 같은 대형 프로젝트라도 무조건 수주에 나설 이유는 없다”며 “건설사 간 과열경쟁에 따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수주전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주택사업 구상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지만 사업성이 우수한 서울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며 “다만 강남권이나 강북 한강변 노후아파트를 살피며 적극적으로 현장설명회 등에 참여하고 있지만 정부 규제 등 최근 시장 상황에 변수가 많아 계획은 유동적”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6호(2019년 10월29일~11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