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푸드·펫미용·펫의료·펫보험·펫호텔·펫장례… 그야말로 ‘펫코노미’ 시대다. 펫코노미는 펫과 이코노미의 합성어로 반려동물 관련 시장을 일컫는다. 기존 펫시장이 반려동물 식품과 용품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펫시장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서면서 펫시장은 대기업들도 주목하는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신세계·롯데를 필두로 유통 대기업들이 속속 뛰어들면서 펫시장은 다양화와 고급화를 거듭하는 모양새다.
| 롯데백화점 반려견 전문매장 '집사'. /사진제공=롯데백화점 |
◆펫시장, 어디까지 진화했나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펫시장 규모는 2014년 1조5000억원 규모에서 연 평균 10% 이상 성장 중이다. 올해는 3조원 규모로 전망되며 2027년에는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려동물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도 지난 5년간 10%가량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펫팸족 한 가구의 월평균 지출액은 12만원 내외인 것으로 조사됐다.
펫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상품과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사료나 개껌 같은 간식에 머물렀던 펫푸드는 사업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 중이다. 현재 펫푸드 시장에는 반려동물의 신체적 특성을 반영한 전용 물과 우유, 차(티백) 등 이색제품들이 출시돼 있다. 미스터피자는 반려견 전용 피자를, 풀무원은 반려동물 전용 다이어트 식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에는 반려견 전용 맥주도 나왔다. 벨기에 맥주 브랜드 호가든의 수입사인 오비맥주는 지난 10월16일 반려견 맥주 ‘호가든 펫비어’를 한정 출시했다. 알코올은 들어 있지 않으며 보리혼합추출물과 오렌지를 첨가해 호가든 특유의 맛과 향을 연출했다. 250㎖ 1병 가격은 5000원으로 사람이 마시는 맥주보다 비싸다. 하지만 한정 수량 300병이 이틀 만에 품절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반려동물이 드나들 수 있는 ‘펫프렌들리’ 공간도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야 펫팸족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는 실내에 반려동물과 동반 출입이 가능해 개장 초기부터 화제가 됐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도 용인점·기흥점 등 일부 지점에 반려견 놀이터 ‘펫파크’를 설치하고 동반 쇼핑을 가능하게 했다.
| (왼쪽 위부터) 버거킹 반려견 간식 독퍼, 미스터피자 반려견 전용 펫피자, 호가든 펫비어. /사진제공=각 사 |
◆대기업 진출에 펫시장 ‘고급화’
펫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유통 대기업들도 펫팸족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프리미엄서비스 선점에 분주하다. 신세계·롯데를 필두로 반려동물의 생애 주기에 맞게 상품과 서비스를 다양화, 고급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0년 정용진 부회장의 반려견인 몰리의 이름을 딴 ‘몰리스 펫샵’을 론칭했다. 전국 백화점과 이마트, 스타필드 등에 3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400여가지 반려동물 용품 쇼핑은 물론 미용실, 호텔, 놀이터 등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첫 반려동물 종합매장이다. 2016년에는 자체 브랜드(PB) 사료인 ‘몰리스’를 론칭했다. 이후 사업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롯데는 2012년 카테고리 킬러형(전문) 매장 ‘펫가든’을 시작해 현재 28개 점포에서 운영 중이다. 펫가든 역시 2500여개 관련 상품을 취급하며 동물병원, 호텔, 미용실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2월 반려동물 전문 컨설팅 매장인 ‘집사’도 개장했다. 집사에는 전문 펫 컨설턴트 4명이 상주하면서 반려동물의 종류와 생애주기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 준다. 갤러리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각각 2012년, 2013년부터 ‘루이독 부티크’와 ‘펫 부티크’라는 이름의 프리미엄 펫 편집숍을 운영 중이다.
이밖에 LG생활건강, 애경산업, CJ제일제당, 동원F&B, 풀무원, 빙그레 등 대형 식품 및 생활용품업체들도 펫시장에 진출해 있다. 유통업체들이 성장 정체기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펫시장은 거의 유일하게 성장이 예견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군침… 과열경쟁 우려
하지만 유통 대기업들의 펫사업 진출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펫푸드의 경우 국내시장에서 외국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나머지 30%를 두고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이다. 실제 성과도 기대만 못한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몰리스 펫샵의 경우에도 2017년과 2018년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각각 3%와 2%에 머문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있다. 유통 대기업이 펫시장에서 몸집을 키워갈수록 영세 소상공인들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펫산업소매업협회는 지난해 6월 펫산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동반성장위원회에 신청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특정 업종에 신규 대기업의 진입, 기존 진출 대기업의 확장 등을 막는 제도다.
결국 동반위가 지난 6월 펫산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반려하면서 갈등은 일단락 됐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동반위가 펫산업이 전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시장 감시’를 결정한 데다 여전히 소상공인들이 반발하고 있어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민의 25%가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펫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다양한 범위로 확장 가능한 펫시장의 성장잠재력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대기업들이 영역을 확장하고 중소기업이 막아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6호(2019년 10월29일~11월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