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리뷰] 2019년 한해도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수많은 일들이 이어진 스포츠계. 사안의 경중만 다를 뿐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진 이야기들로 스포츠계는 ‘핫’하다 못해 뜨거웠다. 2019년 스포츠계를 관통한 키워드 중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베스트 5를 선별했다.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12월8일 열린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번리전에서 단독 드리블로 상대 선수들을 뚫어내 돌파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12월8일 열린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번리전에서 단독 드리블로 상대 선수들을 뚫어내 돌파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1. 손흥민, 월드클래스를 향해 달리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에게 올해는 무척이나 다사다난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소속으로 참가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8강에 그쳤으나 토트넘에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다.
토트넘 소속으로 총 20골 10도움을 올리며 정상급 선수로 확고히 자리잡은 손흥민은 그 활약상을 인정받았다. 지난 2일 2019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순위인 22위에 오르며 ‘월드클래스’에 근접한 선수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1957년 제정된 발롱도르는 한해 동안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선정하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올해의 아시아 선수상 역시 단연 손흥민의 몫이었다. 한국 선수가 올해의 국제선수상을 3회 이상 수상한 것은 손흥민이 처음이다.


더 중요한 점은 손흥민의 활약상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즌 개막 후 토트넘이 흔들리는 가운데에서도 해리 케인과 함께 팀을 이끌었던 손흥민은 시즌 일정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현재까지 10골 9도움을 기록 중이다. 박싱데이 기간 등 여전히 많은 경기를 남겨둔 상황이기에 이번 시즌 손흥민이 보여주는 페이스는 그만큼 엄청나다.

특히 커리어 사상 최고의 골을 터뜨리며 물오른 기량을 입증했다. 지난 8일 번리와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 경기에 나선 손흥민은 전반 32분 무려 약 70m 이상을 단독 돌파하며 환상적인 골을 만들어냈다. 번리의 수비진 전체가 손흥민 단 한명에 무력화된 놀라운 장면이었다.

현지에서도 디에고 마라도나, 조지 웨아 등 전설적인 선수들이 기록한 세기의 골과 비교하는 등 손흥민의 득점을 두고 엄청난 찬사를 쏟아냈다.


올해 27세인 손흥민은 이제 전성기 나이대에 진입했다. 이번 시즌 패싱력과 시야까지 장착하며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인 손흥민은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현재의 활약상을 이어간다면 손흥민은 분명 ‘월드클래스’ 선수가 될 수 있다.

투수 류현진이 지난 7월10일 미국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19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선발투수로 등판, 투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투수 류현진이 지난 7월10일 미국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19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선발투수로 등판, 투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2. 류현진, '최초'가 되다

류현진의 2019년이 마무리됐다. 부상 경력 탓에 물음표를 안고 시작했던 시즌이지만 마지막은 결국 찬란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29경기 182⅔이닝을 소화하며 14승5패 163탈삼진, 1.01의 WHIP, 2.3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다저스 입단 후 최다승 타이, 최다탈삼진, 최저 WHIP를 달성했고 2013년(192이닝)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무엇보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1위에 오르는 괴력을 선보였다. 자신의 몸상태가 완벽히 돌아왔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는 기록으로도 이어졌다. 류현진의 이번 시즌은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했다. 지난 3월29일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시즌 개막전이 시작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선발투수로 등판했는데 한국인 투수가 개막전 선발로 뽑힌 건 박찬호에 이어 류현진이 두번째다.

이어 지난 5월8일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에서는 2013년(vs LA 에인절스) 이후 미국 진출 두번째로 완봉승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8월12일 애리조나전에서는 7이닝 5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한미 통산 150승을 달성한 최초의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류현진은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선발 등판하는 영예도 누렸다. 그동안 박찬호(2001년), 김병현(2002년), 추신수(2018) 등이 올스타전 무대를 밟았으나 투수가 선발로 출전한 건 류현진이 처음이었다.

미국무대 첫 홈런도 이번 시즌에 터졌다. 류현진은 지난 9월23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팀이 0-1로 끌려가던 5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상대 선발 투수 안토니오 센자텔라의 3구째를 타격, MLB 데뷔 이후 첫 대포를 쏘아올렸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도 7이닝 6피안타(2피홈런) 8탈삼진으로 호투를 펼쳤다.

하이라이트는 '사이영상'이었다. 리그 최고의 투수를 선별해 수상하는 사이영상 최종 후보에 한국인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동시에 아시아 투수 중 최초로 투표인단으로부터 1위표(1장)를 받는 영예도 안았다.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 총점 207점)에 밀린 것은 이번 시즌 류현진의 업적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류현진은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 캐나다 구단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총액 8000만달러(한화 약 93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토론토 구단 역대 3위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이다. 7년을 머물렀던 미국 서부와 내셔널리그를 떠나 낯선 캐나다 및 아메리칸리그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올해 보여준 활약에 비춰본다면 다음 시즌 류현진의 활약은 충분히 기대를 갖게 한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9 동남아시안게임(SEA)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꺾고 우승이 확정된 뒤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9 동남아시안게임(SEA)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꺾고 우승이 확정된 뒤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

3. ‘올해도 매직’ 박항서의 베트남, SEA게임서 역사 만들다

‘박항서 매직’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U-22) 축구 대표팀은 지난 10일 필리핀 마닐라리자이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동남아시안게임(SEA)'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0으로 완파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무려 60년 동안 이어진 베트남의 한이 풀어진 순간이었다. 1959년 월남이 우승을 차지한 뒤 통일 베트남 시대에서는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우승으로 베트남은 공식적으로 동남아시아 ‘축구최강자’로 인정받게 됐다. SEA 최다 우승국(16회)이었던 태국은 대회 4연패를 노렸으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밀리며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특히 베트남과의 최종전에서 행운의 득점으로 두 골을 먼저 따냈으나 순식간에 동점을 내주며 2-2 무승부에 그쳤다. 올해 니시노 감독을 영입한 태국은 베트남을 상대로 1승 3무에 그칠 정도로 고전했다.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동남아시아 최강국 자리를 베트남에게 넘겨주는 모습이었다.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 부임 이후 약 2년 동안 아시아 전체에서도 경쟁력을 지닌 팀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AFC U-23 챔피언십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 등 성과를 낸 베트남은 월드컵 2차 예선에서도 3승2무로 조 1위에 오르며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초로 최종 예선 진출을 눈앞에 뒀다. 그야말로 마법 같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믿기 어려운 성과를 낸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 ‘축구의 신’으로 등극했다. SEA게임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후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의 대대적인 환대를 받은 박항서 감독은 현지 팬들에게는 '박당손'(Park Dang Son)이라 불리고 있다. '운이 좋은 때'라는 뜻으로 현지인들이 농담으로 흔히 쓰는 '당손'이라는 말을 합성한 별명이다.

이처럼 박항서 감독은 약 2년 동안 베트남 축구팀을 이끌고 행운을 가져다줬다. 이제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은 월드컵과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모두 베트남 축구 역사상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박항서 감독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 이제 기적에 익숙해진 베트남은 내년에도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2019년 한 해에만 4승을 올리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여자 프로골퍼 고진영. /사진=로이터
2019년 한 해에만 4승을 올리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여자 프로골퍼 고진영. /사진=로이터

4. LPGA 정복한 태극 낭자… 33개 대회서 15승 합작

2019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말 그대로 ‘태극 낭자’들이 점령했다. 한국 선수들은 역대 최다 타이 기록인 15승을 합작하며 여자골프 최강국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지난달 25일 김세영이 우승을 차지한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을 끝으로 2019시즌 LPGA투어 정규 대회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한국 선수들은 총 33개 대회에서15승을 합작하며 2015년과 2017년에 이어 한 시즌 한국 선수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하이트진로)이다. 고진영은 메이저대회 2승을 비롯해 4승을 올리면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시즌 3승을 기록한 김세영과 각각 2승을 올린 박성현(26·솔레어), 허미정(30·대방건설) 등도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신예’ 이정은6(23·대방건설)은 US여자오픈 챔피언에 등극하며 신인왕까지 수상했다. 지은희(33·한화큐셀)는 시즌 개막전이었던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양희영(30·우리금융그룹)도 혼다 타일랜드에서 개인 통산 3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국내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의 우승도 한국 선수의 몫이었다. 미국 무대에서 활약하다 2017년부터 한국 무대에 복귀한 장하나(27·BC카드)가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장하나에게는 2017년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우승 이후 약 2년8개월 만의 우승이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은 역대 최다 우승 타이로 신기록을 세우지 못했지만 개인 수상 부문에서는 가장 압도적인 한해를 보냈다.

고진영은 올해의 선수상과 아니카 메이저 어워드, 상금왕,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 리더스 톱10 등을 휩쓸었다. 고진영은 한 시즌에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베어트로피를 모두 차지한 최초의 한국 선수가 됐다.

2015년(김세영)부터 2018년(고진영)까지 이어져온 신인왕 계보는 이정은6이 이어받았다. 이정은6은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이번 시즌 톱10에 10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총 205만달러(약 24억원)를 벌어들이며 상금 부문에서도 전체 3위에 등극했다.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지난 10월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경기장으로 뛰어나와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스1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지난 10월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경기장으로 뛰어나와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스1

5. '극적 우승' 두산의 2019년은 '역전'이었다

두산 베어스가 3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복귀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역전극을 펼치며 이룬 우승이라 구단과 팬들의 기쁨은 더욱 컸다.
두산은 지난 10월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연장까지 이어지는 치열한 공방전 끝에 11-9로 승리했다. 이번 시즌 마지막 리그경기이자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 그리고 두산의 우승을 확정짓는 경기였다.

올해 후반기가 시작될 즈음까지 이런 한국시리즈 마무리를 예상한 팬들은 많지 않았다. 8월 말까지 리그 1위를 질주하던 팀은 SK 와이번스였다. SK와 두산의 승차는 4.5경기였다. 두산은 1위에 오르는 건 고사하고 키움과의 2위 쟁탈전에 승부를 맞춰야 할 것처럼 보였다.

반전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야말로 역전의 역전의 역전이 이어졌다. SK가 9월 들어 기묘할 정도로 부진에 빠졌다. SK는 9월에만 8승10패로 월간승률 9위까지 추락했다. 그 사이 두산은 11승7패를 거두며 꾸준히 승률을 유지했다. 서서히 간격이 좁혀지기 시작했다.

두산은 9월19일 열린 SK와의 더블헤더 경기에서 2연전을 모두 승리하며 우승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이어 꼭 승리해야 했던 NC 다이노스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2-5로 뒤진 경기를 끝끝내 역전하며 패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은 극적 승부를 가져갔다. 두산은 잠실에서 열렸던 1, 2차전을 모두 9회말 끝내기 승리로 일궈냈다. 앞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탄탄한 불펜의 힘을 앞세워 이기고 올라왔던 키움은 불펜이 무너지면서 전반적인 사기가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기세를 탄 두산은 고척으로 무대를 옮긴 3, 4차전까지 연이어 가져가며 4연승으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두산은 지난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리그에서 3번, 한국시리즈에서 3번의 우승을 일궈냈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덤이다. 그 사이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승(93승)과 최다득점(944점)을 경신했다. 매해 주전급 전력과 코치진이 이탈하는 가운데서도 이뤄낸 성과다.

두산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김태형 감독과 3년 더 관계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총액 28억원이라는 KBO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아직 물음표가 붙기는 하지만 '두산 왕조'의 진짜 시작은 어쩌면 지금부터다. '김태형 매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2020시즌의 주요 관전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