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벤투스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오른쪽)는 지난 7월 열린 친선경기 당시 단 1분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노쇼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뉴스1 |
1. 한국 축구 기만한 호날두와 유벤투스의 ‘노쇼 사태’
지난 7월26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졌다. 한국 K리그 올스타로 구성된 ‘팀 K리그’와 이탈리아의 명문 유벤투스가 친선경기를 치른 가운데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다.
호날두를 보기 위해 수십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허탈함과 분노를 가라앉히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호날두가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팬사인회 장소에도 나서지 않았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도 팬들을 외면한 채 빠르게 버스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들의 분노는 더욱 컸다.
여기에 호날두는 ‘노쇼’ 사태와는 관련 없는 인물처럼 행동해 논란을 빚었다. 호날두는 사건이 벌어진 다음날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집에 오니 좋다’라는 글귀와 함께 러닝 머신 위에서 장난치는 영상을 올렸다. 컨디션을 문제로 출전하지 않았다는 호날두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한국 축구 팬들을 기만하는 모습이었다.
해당 경기 판매 수익금은 한국 프로스포츠의 단일경기 역대 최대인 약 6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중 유벤투스 측이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은 300만유로(약 40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팬들의 기대를 저버린 채 막대한 티켓값만 챙기며 본국으로 돌아간 유벤투스다.
주최 측이었던 ‘더 페스타’는 경기 전 유벤투스 측과 ‘호날두 출전 45분 이상 출전’ 조항을 맺었다며 친선전을 홍보했다. 그러나 유벤투스와 호날두의 ‘안하무인’격 행동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로빈 장 회장은 계약서 내용의 일부와 유벤투스 측 직원과 나눈 통화 내역을 공개하는 등 억울함을 호소하며 해명에 나섰으나 상황을 바꾸진 못했다.
오히려 경기 도중 전광판에 해외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광고까지 계속해서 노출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사안의 심각성은 더욱 커졌다.
‘호날두 노쇼’ 사태에 피해를 입은 팬들은 ‘더 페스타’ 등을 형사 고소했다. ‘호날두사태소송카페‘ 법률지원단은 로빈 장 대표와 한국프로축구연맹 권오갑 총재를 비롯해 NH티켓링크 주식회사 고영준 대표를 사기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호날두 사태 소송 카페' 회원 등도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이에 대한 경찰 수사는 곧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측은 유벤투스에 공문을 보낸 한편 법리 검토를 하는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행사 주최 측에 대한 조사를 여러 차례 했고 유벤투스에 공문을 보내 회신을 기다리는 상태"라면서 "회신을 받으면 조사는 끝났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 수서경찰서는 로빈 장 회장을 9월부터 수차례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를 마치는 대로 적용할 법리를 확인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 울산 현대 미드필더 박용우(푸른색 유니폼)가 지난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최종전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에서 패해 우승이 좌절되자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스1 |
2. 울산의 눈물… 비에 휩쓸려간 '14년만의 우승'
2019 K리그1이 역사에 남을 극적인 역전우승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뒤집은 팀' 전북 현대의 환희 속에는 '뒤집힌 팀' 울산 현대의 눈물이 함께했다.
조세 모라이스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지난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파이널A 최종전 강원FC와의 경기에서 손준호의 결승골을 앞세워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수세에 몰린 쪽은 오히려 전북이었다. 37라운드까지 리그 1위는 23승10무4패 승점 79점을 획득한 울산이었다. 전북은 21승13무3패 승점 76점으로 수세에 몰려있었다. 사실상 우승의 향방을 가를 경기였던 37라운드 울산과 전북의 경기가 1-1 무승부로 끝나자 울산의 우승을 의심했던 이는 아무도 없었다.
37라운드가 종료된 상황에서 울산과 전북의 승점차는 3점. 울산 입장에서는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K리그1 운영을 담당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조차 동시간대 열리는 최종라운드에서 진품 트로피를 울산에 가져다 놓는 결정을 내릴 정도였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연맹 측이 마련한 '가짜 트로피'가 보내졌다.
희망은 허무하게 날아갔다. 울산은 이날 홈구장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최종라운드에서 포항 스틸러스에게 충격적인 1-4 대패를 당했다. 자멸에 가까울 정도로 실책이 이어지며 연달아 실점을 내준 게 패인이었다. 여기에 전북이 앞서나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선수들의 조급함은 더 심해졌다. 결국 울산은 경기를 뒤집지 못한 채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날 경기 결과로 울산과 전북은 승점 79점 동률을 이뤘으나 다득점에서 전북(72골)이 울산(71골)에게 단 1골을 앞서며 우승컵을 손에 쥐었다. 다 잡았던 트로피를 눈 앞에서 놓친 울산 선수들의 꿈은 이날 내린 비처럼 허망하게 씻겨져 내려가야 했다.
한편 2019시즌 우승으로 전북은 리그 3연패이자 통산 7번째 우승을 달성, 성남FC(과거 성남일화 시절 포함)와 함께 리그 최다우승팀으로 올라섰다.
| '빙속여제' 이상화가 지난 5월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선수 은퇴식&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
3. ‘빙속여제’ 이상화, 마지막까지도 아름다웠다
‘빙속 여제’ 이상화가 올해를 끝으로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여러 부상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대회에 나서지 못했던 이상화는 진한 눈물을 흘리며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팬들에게 전했다.
이상화는 지난 5월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공식 은퇴식 및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공식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던 이상화는 이날 기자회견을 끝으로 14년 선수 생활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이날 처음부터 눈물로 목이 메였던 이상화는 “세계선수권 우승, 올림픽 금메달, 세계신기록 보유 등 목표를 세우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분에 넘치는 국민 여러분들의 응원과 성원 덕분에 17년 전에 세웠던 목표를 다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무릎이 문제였다. 몸은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스케이트 경기를 위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는 저 자신에게 실망했다. 그래서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며 은퇴를 결정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 국가대표가 아닌 일반인으로 나서게 되는 이상화는 “항상 빙상여제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최고의 순간만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스케이트 선수로서 생활은 마감하지만 앞으로도 국민 여러분께 받았던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행복했다. 사랑과 응원 평생 잊지 않고 가슴 속 새기며 살겠다"며 많은 응원과 격려를 보내준 국민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말을 마쳤다.
이상화는 2005년 16세의 나이에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이후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인 동계올림픽에서 최고의 자리에 연이어 오르며 이후 ‘빙상 여제’의 행보를 이어갔다.
2010 밴쿠버 올림픽 여자 500m에서 당시 최강자 예니 볼프(독일)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이상화는 4년 후 2014 소치 올림픽에서도 우승하며 2연패를 차지했다. 2013년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세운 36초36의 기록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세계 신기록이다.
그러나 소치 올림픽 이후 무릎과 오른쪽 종아리 부상에 시달렸던 이상화는 2018 평창 올림픽에서 고다이라 나오(일본)에게 정상의 자리를 빼앗겼다. 이후 부상을 이유로 대회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던 이상화는 결국 은퇴를 선언하면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약 14년의 여정을 마무리하게 됐다.
하지만 그동안 이상화가 남긴 업적과 공헌은 한국 스포츠계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불모지였던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모태범, 이승훈 등과 함께 세계 정상급 활약을 펼친 이상화는 쇼트트랙 중심이었던 한국 빙상계의 저변을 넓혔다. 또한 누구보다도 프로페셔널했던 이상화는 모든 스포츠 선수의 귀감이 됐다. 그렇기에 ‘빙상 여제’의 10여년은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웠다.
| 한국 야구대표팀 포수 양의지(푸른색 유니폼)가 지난달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결승전 일본의 경기에서 9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당한 뒤 덕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뉴스1 |
4. '절반의 성공' 프리미어12, 도쿄 위한 쓰디쓴 약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2년 만에 맞은 국제대회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겉으로 보이는 결과는 크게 나쁘지 않았으나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성공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11월6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에 참가했다. 일본을 비롯해 미국, 대만, 쿠바, 멕시코, 호주 등 12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한국 야구팬들의 주요 관전포인트는 2개였다. 한국이 도쿄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한국이 대회 2연패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였다.
김경문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최정예 선수단을 꾸렸다. 마운드에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김광현(전 SK 와이번스), 타석에 박병호, 이정후(이상 키움 히어로즈), 양의지(NC 다이노스), 김재환(전 두산 베어스) 등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합류했다. 말 그대로 올스타였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한국의 도전은 절반만 성공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대만, 호주와 함께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진출 경쟁을 벌였다. 세 팀 중 가장 높은 성적을 받은 국가가 올림픽 직행 티켓을 받는 구조였다. 일각의 기우와는 달리 한국은 대회 초반 순항했다. 대회 개막 후 조별라운드 3전 전승, 미국과의 슈퍼라운드 1차전까지 승리(5-1)하며 도쿄올림픽 진출과 대회 2연패를 무난히 이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슈퍼라운드 2차전 대만전에서 0-7 대패를 당하면서 불안감이 생기더니 슈퍼라운드 최종전과 결승전에서 일본에게 연달아 패하며 대회 2연패에 실패했다. 대회 내내 이어져 온 판정시비, 욱일기 반입 문제, 결승전이 열린 17일이 '순국선열의 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씁쓸하기만 한 결과였다.
주축 선수들의 부진이 뼈아팠다. 특히 김재환, 박병호, 양의지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대회 내내 지나칠 정도로 침묵을 이어갔다. 이번 대회 최종성적만 놓고 보면 박병호는 28타수 5안타(0홈런) 0.179의 타율, 양의지는 23타수 2안타(0홈런) 0.087의 타율, 김재환은 25타수 4안타 1홈런 0.160의 타율을 기록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럽기 만한 기록이다.
어쨌든 한국은 도쿄올림픽 진출권을 확보, 2020년 더 큰 무대에 나선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그간 올림픽에서 명맥이 끊겼던 야구 종목의 복귀 첫 1위 달성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프리미어12까지의 상황만 보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더 높은 목표를 위해, 선수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절치부심'이 필요하다. 쓴 약을 먹은 대표팀이 다가오는 올림픽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팬들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