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원은 임의의 각도만큼 돌려도 모습이 변하지 않는다. 2차원에서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진 도형이라 할 만하다. 신이 천상과 지상을 만들 때 천상의 움직임의 설계도로 완벽한 도형인 원을 이용했다는 믿음은 당시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코페르니쿠스도 예외가 아니다. 그의 태양중심설의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여섯개의 행성은 모두 원 궤도 위를 움직인다.
왜 하필 행성이 6개인지를 고민하다 케플러는 멋진 설명을 찾아낸다. 바로 5개인 플라톤의 3차원 정다면체를 이용한 설명이다. 먼저 태양을 중심으로 한 둥근 구를 생각해보라. 정다면체 하나가 이 구의 바깥에 딱 맞게 맞닿아(외접) 있다고 하고 이 정다면체 밖에는 두번째 구가 또 외접하고 있다. 그리고 두번째 구에는 첫번째 놓인 정다면체가 아닌 다른 정다면체 하나가 다시 또 외접하고 있다. 이처럼 연속적으로 외접하는 구와 구에 외접하는 정다면체를 생각하면 가장 안쪽에서 시작해 가장 바깥쪽의 구까지 모두 6개의 구가 놓이고 두개의 구 사이에는 5개의 정다면체가 하나씩 딱 맞게 들어있는 형태가 된다. 이 멋진 케플러의 기하학적 우주모형에서 6개의 구는 6개 행성의 궤도에 하나씩 대응한다.
처음 이 모형을 생각했을 때 느꼈을 케플러의 환희를 물리학자인 필자는 생생히 공감할 수 있었다. 독자도 한번 케플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3차원 공간의 정다면체가 딱 5개라는 기하학의 엄밀함이 태양을 공전하는 행성의 개수가 정확히 6개여야 함을 멋지게 설명한다. 케플러는 신이 창조한 우주의 비밀을 인류의 역사에서 자신이 처음 엿보았다고 확신했다. 신의 완전성에 딱 어울리는 완벽한 기하학적 우주 모형이다.
케플러는 자신의 완벽한 기하학적 우주 모형을 행성 관측 자료를 통해 검증해보려는 노력을 수없이 반복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둘 사이의 정합성을 보일 수 없음을 깨달은 케플러는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자신의 기하학적 우주 모형에 대한 확신을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3차원에 존재하는 정확히 5개인 정다면체와 6개의 구를 조합해 만든 완벽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신의 모형을 포기해야 했을 때 케플러의 심정을 독자도 한번 떠올려 보라. 우주의 비밀을 엿봤다고 믿은 처음의 환희를 스스로 물거품으로 만들어야 했던 그의 슬픔을 말이다.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감동적인 처절한 슬픔을 딛고 케플러는 결국 그 유명한 행성의 운동에 관한 3개의 법칙을 발견하게 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0호(2019년 2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