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은 티켓값 7만원, 취소환불수수료 1000원, 위자료 100만원 등 1인당 107만1000원을 더페스타 측에 청구했는데요. 하지만 재판부는 배상책임은 인정했지만 액수는 37만1000원으로 제한했습니다. 청구한 위자료 100만원 중 30만원만을 인정한 건데요.
재판부가 위자료를 30만원으로 산정한 근거는 무엇일까요?
손해배상청구에는 크게 두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는 계약의 내용을 위반한 상대방에게 계약위반의 내용을 특정하고, 손해를 입증해 청구합니다. (민법 제390조)
이와 달리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는 특별한 계약관계가 없는 상대방의 귀책사유로 손해를 입은 때 제기합니다. (민법 제750조) 물론 이 두종류의 손해배상청구를 동시에 제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호날두 노쇼 사건은 이중 어떤 종류의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해야 할지 견해가 갈렸습니다. 스포츠 스타가 경기를 안 뛰었다는 이유로 소송전이 벌어진 전례가 없기 때문인데요.
친선경기표를 구매한 축구팬들과 주최사 더페스타 사이에 티켓매매계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선 다툼이 없었지만 채무불이행인지 불법행위책임인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습니다.
채무불이행책임 성립을 부정하는 측은 호날두가 경기를 뛰지 않은 것이 계약위반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불법행위책임 성립을 부정하는 측은 더페스타가 취소 표가 나올 것을 염려해 미리 불출전 고지를 안 해준 정도를 놓고 불법행위책임을 묻긴 이렵다고 했습니다.
축구팬 측 소송대리인은 이중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가 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는데요. 법원 역시 더패스타 측의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주최 측은 친선경기에서 호날두 선수가 최소 45분 이상 경기에 실제 출전할 것을 홍보했다"며 "원고를 포함한 많은 관객들은 단순히 유벤투스 축구팀과의 친선경기가 아니라 호날두 선수의 경기 모습을 직접 현장에서 보기 위해 입장권을 구매한 것이므로 호날두 선수의 45분 이상 출전은 계약상 중요한 사항이다"고 밝혔습니다.
명문의 계약서에 "호날두가 반드시 경기에 나와야 한다"는 내용이 없더라도 더페스타의 적극적인 홍보로 더페스타와 축구팬들 사이에 호날두 출전에 관한 계약(약속)이 존재한다고 본 결과입니다.
◆2단계: 손해배상액의 입증
배상책임이 성립한다는 것이 입증됐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손해배상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입증하는 건데요. 이때 손해배상 내용을 면밀히 입증해야만 더 많은 배상액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손해는 크게 재산에 대해 피해를 준 '재산적 손해'와 정신상 고통을 준 '정신적 손해'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는 소송물이 다르므로 금액을 특정해 별개로 청구해야 합니다. 별도의 위자료를 산정하는 과정 없이 티켓값과 위자료를 합쳐 한번에 107만1000원을 달라고 청구할 수는 없는 거죠.
축구팬들이 입은 재산적 손해는 바로 티켓값과 취소환불수수료인데요. 총합 7만1000원입니다. 이 부분은 산정하기가 쉽습니다. 당초 전액 인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법원은 더페스타에게 티켓값과 수수료 7만1000원을 전액 배상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반면 정신적 손해는 100만원 중 30%인 30만원만 인정됐는데요.
위자료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때 주로 인정됩니다.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에서는 청구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법원도 "피고가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은 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성이 이루어짐으로써 회복되는 것이 보통이다"고 판시한 적도 있습니다.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다6951)
다만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재산적 손해액의 입증이 곤란할 때 등 예외적으로 위자료청구권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는데요. 이번 사건 역시 이 예외적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때 법원은 원고의 정신적 고통 어느 정도인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하게 되는데요. 행위 유형별 위자료 산정 기준이 있으나 법관의 재량이 많이 반영되는 영역입니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주최 측의 친선경기 광고 △호날두 불출전 경위 △이후 호날두와 주최측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30만원의 위자료를 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청구액의 30%만 인정됐을 뿐이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채무불이행 사건에서 위자료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 만큼 위자료가 인정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1심 판결이 확정되면 주최 측은 소송을 제기한 축구팬 2명에게 각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를 합한 37만 1000원을 지급해야 하는데요. 이자와 지연손해금도 별도로 지급해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축구팬들도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까지 별도의 소송 없이 배상을 받으려면 집단소송제도가 인정돼야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증권금융 등 특정사건을 제외하곤 집단소송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축구팬들이 37만 1000만원을 배상받고 싶다면 별도로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