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라멘집은 올해 초 문을 연 'ㅇ'라멘집인데요. 일본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라멘집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을 뿐 아니라 해당 일본 브랜드가 마치 직접 한국에 진출한 것처럼 '한국 1호점'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메뉴 구성과 음식 맛, 분위기은 물론 메뉴판 모양새까지 일본 라멘집의 것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라멘집을 찾은 고객 대부분은 당연히 일본 브랜드가 한국에 상륙한 것으로 착각했죠. 하지만 이 라멘집은 일본 브랜드와는 아무 연관이 없없습니다. 말 그대로 브랜드를 도용한 모방업체에 불과했는데요.
일본 'ㅇ'라멘 측이 직접 홍대 'ㅇ'라멘은 자신들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직접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일본 'ㅇ'라멘 본점은 자체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한국에서 우리 체인점을 모방한 가게가 확인됐다"며 "홍대에 위치한 가게는 본점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모방 업체가 생긴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고 공지했습니다.
결국 홍대 라멘집도 브랜드 카피 사실을 인정하고 더이상 해당 브랜드로 영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홍대 'ㅇ'라멘 측은 "일본 'ㅇ'라멘의 브랜드 파워를 이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상호명을 변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유명 라멘집 이름을 무단 도용한 홍대 'ㅇ'라멘집은 어떤 법적 책임을 지게 될까요?
브랜드를 확실히 보호받기 위해서는 상호가 아닌 상표를 등록해야 합니다. 일단 상표로 등록되면 해당 브랜드에 대한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됩니다. 따라서 영업을 하기에 앞서 특허청에 상표를 등록해야만 향후 발생 가능한 상표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데요.
WTO는 가입국에게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TRIPs)에 따라 지적재산권자의 국적을 불문하고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왔는데요. 해외의 상표도 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마치면 우리나라에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법으로 보호받는 상표 권리가 상표가 등록된 국가 안에서만 인정된다는 점입니다.
일본 라멘 브랜드가 우리나라 특허청에 'ㅇ'라멘으로 상표를 등록했다면 국내 자영업자는 일본 본사의 허락이 없는 이상 해당 상표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상표권침해죄로 형사 처벌을 받거나, 일본 본사에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수 있습니다. (상표법 제230조, 제109조)
그러나 일본 본사가 국내에 상표를 등록하지 않았다면 홍대 라멘집이 해당 상표를 무단 도용했다고 해도 상표법에 따른 법적 조치를 취하긴 어렵습니다.
한편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는 상표의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등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해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부정경쟁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요.
만약 일본 'ㅇ'라멘 상호가 국내에 널리 인식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이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해 보입니다. 법원은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다는 의미는 국내 전역에 걸쳐 모든 사람들에게 주지되어 있음을 요하는 것이 아니고, 국내의 일정한 지역적 범위 안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 사이에 알려진 정도로서 족하다"는 입장입니다.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도10469 판결)
◆홍대 라멘집, 'ㅇ'라멘 국내 상표 출원?
상표권은 하루라도 먼저 출원해 등록한 사람이 갖게 됩니다. 상표법이 상표를 먼저 사용하고 있는 자보다 먼저 출원한 자를 우선시하기 때문인데요. 이를 법에서는 '선출원주의'라고 합니다. (상표법 제35조)
특허정보넷 키프리스를 확인해본 결과 현재 홍대 라멘집의 운영자로 추정되는 자가 'ㅇ'라멘으로 상표 출원까지 마친 상태인데요. 하지만 이 상표권이 계속 인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상표를 등록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우선 특허청은 출원된 상표를 심사한 후 출원공고결정을 내립니다. (상표법 제57조) 상표 등록을 마치기에 앞서 일반인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 이의 여부를 묻는 건데요. 만약 이의 제기가 없으면 최종 상표등록결정이 내려집니다. (상표법 제68조)
출원공고결정은 상표법에서 정한 출원·등록거절사유가 없는 경우에만 가능한데요. (상표법 제54조) 상표법에 따라 △타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된 상표 △국내 또는 외국의 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로서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그 특정인에게 손해를 입히려고 하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상표 등이 거절사유로 인정됩니다. (상표법 제33조·제34조)
이때 상표 출원을 막으려면 출원·등록 거절사유를 특허청이나 특허심판원에 알려야 합니다. 특허청장 또는 특허심판원장에게 거절사유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는 것을 '정보제출'이라고 합니다. (상표법 제49조) 상표를 도용당한 자를 비롯해 누구나 정보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제공한 자는 익명으로 보호됩니다.
특허청은 수요자들이 ‘ㅇ’라멘을 일본 체인점으로 인식하고 있으므로 거절사유를 인정해 상표등록거절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홍대 라멘집의 상표권 등록은 무산되고 일본 본사가 상표를 출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