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시대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여유자금이 넘쳐난다.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사모펀드는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사태로 투자자의 신뢰가 뚝 떨어졌다. 연초 장밋빛 전망이 나오던 국내 주식시장은 ‘박스피’(박스권+코스피)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머니S’는 라임펀드 사태를 집중 조명하고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투자전략, 대체투자 자산으로 떠오른 금, 달러, P2P금융상품 투자전략을 알아봤다.<편집자주>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있다./사진=뉴스1DB

‘자본가들의 놀이터’로 불리는 사모펀드시장이 불안하다. 최근 파생결합증권(DLF),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인해 사모펀드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 전체에 퍼지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은 ‘혹시 내 돈도?’란 심정으로 운용사에 매일 문의 전화를 넣는다. 금융당국은 “다른 사모펀드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라임사태’가 특정 회사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사모펀드시장의 향방은 어떻게 흘러갈까. 
◆운용사 ‘옥석가리기’ 시작


이른바 ‘라임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대규모 환매중단을 일으킨 사고다. 2015년말부터 영업을 시작해 단기간 내 헤지펀드 업계 1위로 급성장한 라임자산운용에는 강남부자들의 돈이 몰렸고 수조원대 수탁고가 쌓였다. 하지만 이는 자산운용사와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들의 비정상적 펀드 운용, 불완전판매 등이 합쳐진 ‘금융사기극’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환매가 연기된 라임의 펀드규모는 1조6679억원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라임에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라임사태를 두고 “유동성 리스크 부분 등에서 자산운용사가 실수했다”며 특정 회사의 잘못이지 사모펀드업계 자체의 불안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당국이 사실상 사모펀드시장을 방치하며 곪은 곳이 터졌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라임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사모펀드시장은 크게 가라앉은 분위기다. 실제로 국내 주요 사모펀드 운용사들에 문의한 결과 지난해 10월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 이후 신규 사모펀드 가입액이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K운용사 관계자는 “라임사태로 사모펀드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인 것은 사실이다. 라임이 환매 연기를 선언한 지난해 10월부터 이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상대적으로 중도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사모펀드 환매 움직임은 아직 적지만 중도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사모펀드에서 신규 가입이 크게 줄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는 짧으면 올 상반기, 길면 올해 말까지 사모펀드 신규 자금유입이 침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운용사 ‘옥석고르기’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국내 운용사는 200여개에 달한다. 이들 운용사 중에는 자본총계가 10억원도 안되는 곳이 많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규모가 큰 운용사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번 ‘라임사태’로 투자자들은 거대 자본액이 안전투자까지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했다. 수익률, 자본액만 가지고 투자자들이 운용사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투자운용보고서 제출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투자운용보고서를 투자자에게 제출할 의무가 없다. 현재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들에게 매달 혹은 분기로 월간운용보고서를 제공하지만 대부분의 운용사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자가 투자한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운용보고서를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판매사에게도 매달 보고서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 대안될까

사모펀드 등에 투자하는 ‘사모형 재간접 공모펀드’ 인기가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말 사모형 재간접 공모펀드 규모는 26조4619억원으로 1년만에 11조9500억원 증가했다.

특히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경우 지난해 9월 사모형 재간접 공모펀드(위드타임펀드)를 설정한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현재 1250억원의 판매를 기록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사모펀드 리스크 때문에 시장분위기가 재간접펀드로 쏠리는 것을 감지한 상황”이라며 재간접펀드 판매를 더 활성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스마트헤지펀드’와 KB자산운용의 ‘헤지펀드솔루션펀드’ 등 사모형 재간접 공모펀드 1년 수익률은 현재 연 4%대를 기록 중이다. ‘타임폴리오위드타임펀드’도 연 5%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사모펀드보다 안정적인 것도 장점이다. 사모형 재간접펀드는 자체적으로 검증된 사모펀드를 골라 투자하는 이중 운용 구조로 사모펀드보다 투자 위험이 낮다. 사모에 재간접투자하는 펀드는 최소 5개 이상의 사모펀드에 분산투자해야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사모펀드시장은 여전히 성숙도가 떨어진다”며 “투자자들도 사모펀드를 경험하고 판단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럴 때는 ‘나’ 대신 사모펀드를 운용하고 골라주는 재간접펀드 형태가 대안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여유자금을 지닌 자본가들이 결국 사모펀드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황 연구위원은 “은행 금리가 연 1.5%도 안 되는 시대”라며 “시장 안정화기로 접어들면 수익률이 높은 사모펀드에 자본가들 돈이 다시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달 고객보호에 중점을 둔 사모펀드 대책안을 내놨다. 특히 판매사에 강한 책임을 부여했다. 업계에서는 판매사들이 사모펀드 판매를 꺼려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사모펀드 본질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모펀드의 본질은 거액 투자자가 자율적으로 투자하되 자기책임을 갖는 것”이라며 “정부가 애초에 자율투자를 하라고 규제를 풀어준 사모펀드시장에서 다시 자꾸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죽이는 행위를 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모펀드 본질에 맞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3호(2020년 2월25일~3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