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탄핵 위기에서 벗어나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세계 각국은 물론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으로 적국과 우방을 가리지 않고 보호무역주의를 외치는 만큼 재선을 위한 성과물을 만들기 위해 또다시 전세계를 상대로 전방위 압박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어렵게 1단계 무역협상에 합의한 중국을 다시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글로벌 통상환경이 경색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타격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 압박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한반도 안보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머니S’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가운데 ‘트럼프 리스크’가 한국 경제와 안보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짚어봤다.<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국내 금융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미국경제의 유일한 문제는 연방준비제도(Fed)다. 연준은 공을 맞히지 못해 점수를 낼 수 없는 힘센 골퍼와 같다. 그는 퍼팅을 못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2월, 자신의 트위터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맹비난하는 글을 게시했다. 당시는 크리스마스 전후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 ‘산타랠리’의 시기였음에도 미국 증시는 일제히 폭락했다. 미 증시에 영향을 받는 아시아 각 국의 증시도 동반 내리막을 탔다. 말 그대로 ‘트럼프 리스크’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금도 트럼프의 ‘트위터정치’는 여전하다. 그는 “연준 기준금리는 너무 높고 달러 강세는 수출에 방해가 된다”는 트위터로 파월 연준 의장을 상대로 금리 인하를 압박 중이다. 트럼프는 올 11월 대선까지 북핵 문제, 남중국해 갈등 등 화력을 불러일으킬 만한 외교 안보 현안들에 손을 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도 한국 경제에 ‘트럼프 리스크’가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금리조정 여파 “크지 않을 수도”

국내 금융권은 ‘트럼프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된 가운데 연준의 기준금리 조정에 따라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등 국내 경제에 파장이 올 수 있어서다.

현재 파월 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속에도 금리 ‘동결’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변수는 코로나19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코로나19’를 무려 8번이나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사망자가 급증한 점과 트럼프 대통령의 ‘인하 압박’을 감안하면 파월 의장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출렁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1170원대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미 1200원대를 넘어섰다. 지난 2월27일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15.6원에 마감됐다. 연준의 결정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또 한번 큰 변동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연준이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연준의 움직임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단기적 영향 탓이 크다. 앞으로 한국은행이 국내 경기상황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어떻게 끌고 나갈 지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정세의 변동성이 워낙 커 원/달러 환율 방향을 예측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예측하는 것 자체도 무의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금융 관련 지표의 변동은 ‘트럼프 리스크’보다 코로나19로 인한 단기적 측면이 커 장기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업계는 미국 기준금리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1.25%로 동결했다. 지난해 10월 역대 최저인 1.25%로 금리를 낮춘 이후 세번째 동결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미국의 기준금리까지 조정되면 한은도 상반기 내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원화 약세를 유지하기 위해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으로 원화가치가 너무 큰 폭으로 하락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 지난해 말 이후 현재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4.6%가량 하락했다. 이 같은 원화 가치 낙폭은 경제 규모가 큰 신흥시장 10개국(한국·중국·인도 등) 중 3번째로 컸다. 이런 이유로 금융당국이 원화가치를 더 떨어뜨리는 데 있어 조심스러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경기가 악화되고 있어 금리 인하 압력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달러화가 강세이긴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원화가치가 너무 크게 하락한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있어 무조건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이 금리인하로 원화 약세를 유지하더라도 수출기업이 무조건 수혜를 보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성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사슬’에 어려움이 생겼다”며 “원화가치에 따른 수출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병지 무역협회 수석연구원도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이어진다”며 “이 경우 수출기업도 환율 효과를 못 누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수익개선에 더 ‘집착’


‘트럼프 리스크’로 글로벌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금융사들의 고민도 커졌다. 특히 은행과 보험사들은 저금리 기조에 수익성 악화로 시름한다. 지난해 말 4대 은행의 평균 순이자마진(NIM)은 1.46%로 전년대비 0.13%포인트 떨어졌다. 결국 은행권은 최근 가장 확실한 ‘비용절감 카드’인 예·적금 금리를 꾸준히 인하하고 있다.
보험사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생명·손해보험사들은 시장포화로 지난해 당기순익이 크게 하락했다. 여기에 저금리 여파로 운용자산이익률까지 하락세다. 2000년대 초 6.9%까지 올라갔던 생보사 운용자산이익률은 2010년 5%대로 떨어졌고 2016년에는 3%대로 하락했다. 2019년 9월 기준 생·손보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5~3.6%에 그치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 모두 올해 ‘트럼프 리스크’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수익추구가 여의치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누적되는 금리 인하로 금융사의 수익추구 몸부림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하지만 금리 인하에 따른 리스크 역시 금융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으로, 리스크 상승은 결국 금융시장을 더 취약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4호(2020년 3월3일~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