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쿠팡!”
쿠팡이 이커머스시장에서 다시 한번 입지를 증명했다. 다름 아닌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다. 온라인에서 위생용품 및 생필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쿠팡은 요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쿠팡의 표정은 밝지 않다. 밀려드는 주문에 비상 체제까지 선언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물량 확보나 배송 인력 확충에 드는 비용이 커지면서 되레 손해를 입는 상황에 처했다.
◆손 바빠진 고객, 발 빨라진 쿠팡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달 28일 이후 온라인쇼핑 주문량이 급증했다. 감염 우려로 외출을 꺼리면서 온라인에서 장을 보는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증가한 까닭이다. 이로 인해 이커머스업체들은 접속자 수와 주문 건수,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쿠팡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전 ‘로켓배송’(자체 배송서비스) 일일 평균 배송량은 약 180만건이었으나 지난달 28일에는 역대 최고치인 330만건까지 치솟았다. 이달 들어서도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 식료품 대량 구매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300만건을 웃도는 일일 배송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커머스업계가 전반적으로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얻었으나 유독 쿠팡은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로켓배송을 기반으로 한 빠른 배송서비스 덕분이다.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품목 수는 520여종로 대형마트의 5만종과 비교하면 약 100배 많은 수준이다. 또한 전국 단위의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곳은 쿠팡이 유일하다.
이 같은 시스템은 그간 쿠팡이 과감한 투자를 통해 온라인 세력을 넓히고 배송 역량을 구축한 결과다. 쿠팡은 2014년 오늘 주문하면 내일 보내주는 로켓배송을 도입한 데 이어 2018년에는 자정까지 주문한 신선식품을 오전 7시 전에 배송해주는 로켓프레시를 선보였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재래시장 소비자까지 쿠팡의 플랫폼 안에 빠르게 흡수됐다.
물론 이 과정에서 출혈도 상당했다. 상품 직매입과 전담 배송 인력인 ‘쿠팡맨’, 물류센터 건립 등 익일 배송을 실현하기 위해 들인 투자 비용 때문이다. 이로 인해 늘어난 적자는 번번이 쿠팡의 발목을 잡아왔다. 하지만 그 결과 전국적인 배송 인프라가 구축됐고 코로나19 확산 속에 쿠팡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다만 쿠팡은 정작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주문량이 늘면서 품절과 배송 지연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대구경북 지역을 시작으로, 20일부터는 수도권 등 대부분 지역에서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품목들이 연일 품절을 빚고 있다.
고객 불만도 쏟아져 나왔다. 사이트가 다운되거나 접속이 지연되고 생필품 및 식료품의 품절이 늘면서다. 지난 19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몰린 대구·경북 지역에 배송이 전부 막히면서 쿠팡이 쿠팡맨을 보호하기 위해 이 지역을 배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대구·경북지역 주문량이 평소보다 4배 증가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주문량이 배송 가능한 물량을 넘어서면 배송 지역과 무관하게 ‘일시품절’을 표시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늘 주문, 내일 도착’이라는 로켓배송·로켓프레시의 기조를 지키기 위해서다.
논란 이후 쿠팡은 아예 사이트 메인 화면에 ‘로켓프레시와 식품 주문량 폭증으로 지역별 재고가 품절될 수 있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쿠팡이 로켓배송 지연을 공지한 것은 서비스를 시작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비용 늘리고 역마진도 감수, 왜?
쿠팡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는 또 있다. 팔아도 딱히 남는 게 없어서다. 이윤에 비해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쿠팡 주문을 책임지는 건 생수, 라면, 쌀 등 생필품으로 다른 품목에 비해 마진이 낮다.
반면 배송 부담은 늘었다. 쿠팡은 전문 배송 인력인 ‘쿠팡맨’과 단기 아르바이트인 ‘쿠팡 플렉스’를 통해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쿠팡맨은 월급제지만 쿠팡 플렉스는 자차로 물건을 배송하고 건당 배송비를 받는다.
쿠팡 플렉스 건당 배송비는 이전까지 새벽배송(오전 2~7시) 기준 1000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2000원대로 두배가량 뛰었다. 배송 지연을 막기 위해 쿠팡이 추가 비용을 투입한 것이다. 심지어 쿠팡은 다른 택배회사로 위택배송까지 진행하고 있지만 배송난은 여전하다.
게다가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 위생용품은 손해를 보면서 팔고 있다. 쿠팡은 현재 직매입으로만 하루 50만~100만장의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다. 같은 직매입 구조인 SSG닷컴이 일주일에 10만장의 마스크를 판매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마스크는 많이 팔수록 되레 손해가 나는 구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 매입 가격이 올랐음에도 쿠팡이 판매가를 이전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김범석 대표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31일 직원 메일을 통해 “수요가 늘면서 마스크 매입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지만 우리는 로켓배송 마스크의 가격을 동결했다”며 “손익을 따지기보다 고객이 힘들 때 우선 고객의 버팀목이 돼야 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마스크 가격 동결로 입는 손실이 수십억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감수한다는 건 쿠팡이 당장의 수익보다 안정적인 유통채널이라는 이미지를 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단계가 쿠팡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쿠팡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하루에 마스크 100만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판매금액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아 역마진 주장의 근거가 없다”며 “가격 동결은 쿠팡의 오래된 마케팅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할 때 매입량이 몇백, 몇천배 늘었다. 매입을 위해 국내 120여개 마스크 제조사와 중간 판매상을 만나며 발로 뛴 결과”라며 “고객이 겪고 있는 불편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