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묵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취임 후 삼성생명의 떨어진 실적을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어리고 강해졌다. 삼성생명의 새 수장으로 낙점된 전영묵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얘기다. 전 내정자는 만 55세로 2년 전 부임한 현성철 삼성생명 대표보다 네살 젊다. 젊은 리더진으로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삼성그룹의 의지가 반영됐다.
삼성자산운용 사장 출신인 만큼 그룹 측은 전 내정자의 ‘재무적 능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그룹 세대교체 돌풍의 주역으로 주목받으며 단숨에 그룹 핵심인사로 급부상 ‘젊은피’ 전 내정자는 위기의 삼성생명을 구할 적임자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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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감각’ 발휘할까 ━━━
올 1월21일 삼성생명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사장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전 내정자는 3월 주주총회에서 삼성생명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된다. 전 내정자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등을 두루 걸치며 금융권 전반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풍부한 인물로 평가된다. 1964년생인 전 내정자는 원주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했다. 2015년까지 무려 29년간 삼성생명에서 근무하며 PF(프로젝트파이낸싱)운용팀장,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 등의 보직을 거쳤다. 이후 2015년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 2018년 삼성자산운용 사장을 역임했고 올해 다시 친정인 삼성생명으로 복귀하게 됐다.
그동안 삼성 금융계열사 수장의 임기는 별다른 과실이 없으면 안정적으로 보장된 편이었다. 하지만 ‘계열사 맏형’ 삼성생명의 지난해 실적이 전년과 비교해 너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삼성 금융계열사에서 삼성생명이 지닌 위상은 단순 ‘계열사 맏형’ 그 이상이다.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하자 그룹 내부에서도 위기가 감지됐다. 결국 임기가 1년 남은 현성철 사장은 부담감에 스스로 용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묵 삼성생명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사진=삼성생명 전 내정자 역시 이 부담감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삼성 금융계열사, 생명보험업계 맏형으로서의 실적 회복이 선과제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9774억원으로 전년대비 41.3% 감소했다. 2018년 순이익은 1조7978억원이었다. 2018년 삼성전자 주식 매각에 따른 일회성 요인을 감안해도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대비 20% 가량 줄었다. 올해도 업황 전망이 어둡다. 생보업계는 물론 보험업계는 저금리로 시름 중이다. 금리 하락에 따른 이차 역마진 부담이 커져 자산운용에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다. 이에 삼성그룹 측이 전 내정자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명확하다. 자산운용사 수장 출신으로써 삼성생명의 ‘재무체력’을 높이는 일이다. 특히 전 내정자가 자산운용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 만큼 삼성생명의 순익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의 순이익 급감은 업황 부진에 따른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로 인한 자산운용 수익성 약화다. 생보사는 보험금으로 받은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낸다. 이때 채권에 투자한 비중이 높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기준 자산의 55.9%를 채권에 투자했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인 1.25%다. 시중금리도 지속적으로 떨어져 채권금리도 낮아지고 있다. 2019년 12월 10년 만기 국고채의 평균금리는 1.65%로 2018년 2.5%보다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채권금리가 하락해 삼성생명의 운용자산 이익률도 하락세다. 2018년 3.6%의 운용자산수익률을 낸 삼성생명은 지난해 수익률이 3.4%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올 상반기 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앞으로도 수익률 상승이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그룹이 ‘재무통’인 전 내정자를 통해 순익 반전을 이뤄내길 기대하는 이유다. ━━━
新‘전영묵호’, 난관 극복할까 ━━━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전 내정자가 보험료 인상, 공격적인 자산투자 등에서 재무건전성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시그널은 지난달 열린 삼성생명의 컨퍼런스 콜에서 읽을 수 있다. 컨퍼런스 콜에서 삼성생명 측은 올 4월 예정이율 인하를 예고했다. 4월부터 주력 종신보험을 포함한 보장성 상품의 예정이율을 0.25%P(포인트) 인하해 보험료를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거둔 보험료를 굴려 보험금 지급 시점까지 얻을 수 있는 예상수익률이다. 즉, 예정이율이 떨어지면 수익이 적어져 보험료가 오른다는 얘기다. 통상 예정이율이 0.25%P 떨어지면 보험료는 5~10%가량 인상된다.
공격적인 투자도 선언했다. 컨퍼런스 콜에서 유호석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CFO)은 “그동안 보수적 운용이라고 비판받아왔지만 앞으로는 공격적, 적극적 운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 내정자도 이 같은 삼성생명 전략 기조에 맞춰 떨어진 순익 개선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현재의 저금리 기조, 업황 부진까지 겹친 상황에서 전 내정자가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성철 사장의 경우도 2018년 재임 당시 재무통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여러가지 악재 속 결국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까지 확산돼 변수가 커진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 내정자는 삼성그룹을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 꼽힐 만큼 그룹 내에서 거는 기대가 큰 인재”라며 “‘전영묵표 삼성생명’이 올해 어떤 성과를 낼 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