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벤츠와 BMW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쉽사리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출발은 괜찮았다. 첫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를 성공적으로 런칭하며 벤츠와 BMW 1~2월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추격하는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제품 생산지연으로 이어지며 제네시스 상승세는 한풀 꺾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제네시스가 벤츠와 BMW를 따라잡기 위해선 라인업을 확충하고 독립 전시장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라인업
제네시스의 2018년 판매량은 2만44대, 2019년은 2만314대, 2020년 1~2월은 3011대였다. 2018년부터 매년 판매량은 벤츠의 1/3, BMW 1/2 수준으로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제네시스 판매 정체 첫번째 원인은 라인업 부족이다. 2019년 말 제네시스는 G70, G80, G90등 3개 차종에 불과했다. 2020년 1월 GV80을 추가하며 4개까지 늘렸지만 경쟁 브랜드에 비해 20개 이상 적다.
경쟁사 벤츠코리아는 올해 9종의 신차와 6종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해 총 25종의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벤츠 A-클래스 세단 신차가 나오고 국내 최초로 고출력 라인업인 AMG에서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C’ 모델과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R’ 모델을 신차로 투입한다.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부분 변경 모델도 올해 선보인다.
최고급 리무진 브랜드 마이바흐에서도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를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벤츠는 전동화 모델로는 전기차 EQ 브랜드에서 총 6종의 EQ 파워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모델과 9종의 EQ 부스트 탑재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BMW코리아도 1시리즈, M8, X5, X6 등 6개의 신차를 출시해 총 25개 이상의 라인업을 갖춘다. 새로운 앞바퀴굴림 플랫폼을 적용해 효율성을 높인 풀체인지 1시리즈와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일반에게 공개된 THE X3의 PHEV모델 등은 제네시스를 위협할 강적이다.
벤츠와 BMW에 비해 제네시스 신차 계획은 미미하다. 상반기(3~4월) G80 풀체인지와 2분기 G70 페이스리프트(F/L), 여기에 하반기 신차 GV70 등 3가지뿐이다.
신형 ‘G80’는 2013년 2세대 이후 7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되는 3세대 모델이다. 제네시스는 G80의 실내외 다자인을 공개했다. 앞서 제네시스는 2월 초부터 구형 모델의 생산을 중했다. 신형 G80는 새로운 3세대 뒷바퀴굴림 플랫폼을 바탕으로 경량화 및 충돌 안전도 상승에 초점이 맞춰졌다.
‘G70’는 2017년 첫 데뷔 이후 3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될 예정이다. 공식적으로 외관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행 G90처럼 오각 대형 크레스트 그릴이 적용되고 분리형 헤드램프가 조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차종이 더해진다고 하더라도 제네시스 총 라인업은 G70, G80, G90, GV70, GV80 등 5개다. GV80는 이미 주문량이 2만대를 넘어섰다. G80가 출시되면 벤츠와 BMW를 거의 따라잡을 수 있겠다는 게 현대차그룹 측 분석이다.
◆ 전문가 의견은?
전문가들은 제네시스가 국내 시장에서 선전하기 위해선 상품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독일 3사가 시장을 꽉 잡고 있어서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며 렉서스도 프리미엄 SUV시장에선 맥을 못춘다”며 “하지만 현대차 베라크루즈 이후 프리미엄 SUV에 대한 수요가 생겼고, GV80의 디자인과 첨단기술에 대해서도 국내 소비자의 좋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상품성만 갖추면 충분히 벤츠를 이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제네시스는 디자인에 과도한 곡선을 넣지 않고 볼륨감이 있으면서 세련된 측면이 호평을 받고 있는 브랜드”라며 “이 같은 장점을 살려나가야 할 것”이라 말했다.
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연기관만으로는 큰 차별화가 어려워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이미지를 구축하기 힘들다”며 “자율주행과 스마트화, 친환경차 등 새 기술을 접목해 나가면 현대차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