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현실화되면서 동결 혹은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업의 생산단위 피해와 실물경제 위축 등 위기신호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어 동결·인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문제는 노동계의 반발이다.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계유지 보장을 이유로 인상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아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변수 자리로 잡은 ‘코로나19’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최근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31일까지 다음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최임위에 요청하도록 돼있다. 이후 최임위가 90일 내 결론을 도출하면 노동부 장관은 심의 등을 거쳐 매해 8월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종적으로 고시하게 된다.통상적으로 최임위의 다음년도 최저임금 논의는 4월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는 4월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만큼 총선이 끝난 이후에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최저임금 결정체계 변경 과정에서 최임위 소속 공익위원들이 집단으로 사퇴하는 상황이 발생해 새로운 위원 구성 문제로 5월 말에서야 논의를 시작한 바 있다.
현재로선 내년도 최저임금이 동결될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진다. 코로나19 사태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전반으로 확산됨에 따라 유례없는 경제위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실적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요 업종별 협회 10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에 따른 산업별 영향을 조사한 결과 사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24.0%, 23.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들의 실적 하락은 임금 지급여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유보자금이 있는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겠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에겐 직격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일자리 가운데 민간기업 비중은 79.6%이며 이중 중소·영세기업의 비중이 63.9%에 달한다. 사실상 국내 일자리의 대다수가 중소·영세기업에서 나오는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은 이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최저임금위원회 선택은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24개 주요 골목상권 업종을 대상으로 ‘골목상권 경기현황 및 내년도 최저임금 의견’을 조사한 결과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동결을 주장하는 의견이 58.1%에 달했다. 특히 인하를 요구하는 의견도 25.8%나 있었다.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일선 현장에 있는 중소기업이 존폐 기로에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논의한다는 자체가 기업들에 큰 부담”이라며 “앞으로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총 관계자는 “한국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2018~2019년 2년간 29.1%, 2015~2019년 5년간 60.3%로 동기간 OECD 28개국 평균 인상률의 약 2배에 달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된 만큼 최저임금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총은 사용자위원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한다. 사용자위원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인하를 강력하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사용자위원은 2019년보다 350원(-4.2%) 줄어든 8000원을 2020년도 최저임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에 대한 정부의 접근방법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기업들 상황이 많이 악화돼 있었고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노동비용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한 목적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정치적 논리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정부의 책임을 떠넘긴 셈이 됐다”고 지적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부담하고 최저임금은 경제 논리에 따라 정해지도록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0호(2020년 4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