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으로 시작된 비만수술
“저 위암수술 전공했어요.”어떻게 비만수술의 권위자가 됐느냐는 첫 질문에 김 센터장은 이처럼 답했다. 서울아산병원을 거쳐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던 김 센터장은 위암수술을 집도해 왔다. 당시 그에게 고도비만수술은 그저 호기심 중에 하나였을 뿐이다.
과거 비만은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되던 터라 치료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이 없었다. 실질적으로 국내에서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는 2007년 보건복지부가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한 때다. 이와 함께 고도비만의 수술적 치료가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그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2009년 고도비만수술 연수 기회가 생겨 미국행을 택한 것이 본격적인 입문의 계기가 됐다. 김 센터장은 “그 당시 미국행 비행기를 타면서 ‘비만수술 얼마나 하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연수를 받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생소한 고도비만수술. 해외로 보면 역사는 60년을 넘어선다. 고도비만수술은 1990년대를 거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애석하게도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꼽히는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는 체중감량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연수 중 고도비만인구의 증가와 외과 영역에서 복강경 도입의 보편화로 수술의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점, 단순 비만이 아닌 고도비만치료에 있어서 수술의 역할 등을 주목했다.
그는 이전부터 위암 수술을 전공해 왔던 터라 위를 수술하는 데 도가 텄다. 고도비만수술 영역도 위를 만진다는 점에서 비교적 수월했다. 연수를 마친 뒤 병원에 복귀한 그는 본격적으로 고도비만수술에 매진했다.
그 결과 2020년 현재 그는 고도비만수술 분야 국내 최다 수술 경험 보유자이며, 세계적인 복강경수술교육기관 ‘일카드’(ILCAD)의 초청 교수로 3년 연속 임용되는 등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연수를 마친 뒤 한국에 돌아와서 진행한 비만 수술에 대해 생생하게 기억했다. 김 센터장은 “고도비만수술을 처음 시도하고 환자의 삶의 질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된 것을 목격했다”며 “실질적인 체중감량뿐만 아니라 동반질환까지 자연스럽게 개선된 환자의 상황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가 재직해오던 순천향대병원을 뒤로하고 양지병원을 택한 것도 오로지 비만수술 때문이었다. 그는 비만 수술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김 센터장은 “비만환자들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도록 수술에 더 매진하고 싶다”고 수술 철학을 밝혔다.
경험이 바탕된 수술 진행해야… 후배 양성 필요
김 센터장은 유행하는 수술보다 의료진 경험에 입각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고도비만수술에는 위밴드수술, 위소매절제수술, 위우회수술 등 3가지가 대표적인 수술로 꼽힌다. 김 센터장은 “각 수술법마다 장단점이 뚜렷하게 구분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술이 유행을 탄다”고 전했다.위밴드수술은 2008년부터 세계적으로 쇠퇴기를 겪고 있었지만 반대로 국내에서 유행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김 센터장은 고 신해철 씨 사건을 겪으면서 위밴드수술이 급격하게 줄었고, 2014년부터는 위절제수술이 유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하나의 수술법이 유행하면 이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체중감량 정도와 양상은 개인차가 나는 만큼 환자에게 여러 가지 수술법에 대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술법이 유행할 경우 수술 후기 등을 이유로 환자에게 오인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는 “의사가 가진 경험 그리고 학문적 성과들을 기초에 둬야 한다”며 “환자별 부작용이 적으면서 동반된 질환들의 반응률을 높이는 효과적인 수술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수술은 의료진의 술기, 해부학적 특성이 기본 덕목이다. 해당 수술을 많이 해본 의사가 명의가 되는 것처럼 경험이 중요하다. 이제 그에게 남은 궁극적인 목표는 후학 양성이다. 경험을 물려줄 후배양성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 것.
김 센터장은 “불모지 같던 고도비만수술 분야에서 환자관리 등을 배우며 노하우를 쌓았다. 앞으로 이 수술영역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후배 의사들에게 전수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사실 이미 일차적인 목표는 이뤘다. 그는 최근 병원의 도움으로 미국 공식 기관으로부터 SRC(Surgical Review Corporation) 인증을 획득했다. 미국 SRC 인증 기준에는 병원의 인력구조, 수술실 시스템, 환자 이동경로, 수술 기록지 등 총 9가지의 요구사항이 존재한다.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불가능하던 일. 1년여 준비기간 동안 병원에서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기에 인증획득이 가능했다.
“병원의 협력으로 이제 모든 하드웨어는 갖춰졌다. 경험을 더 쌓아 만들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전세계에 쌓여있는 학문적 성과들을 토대로 더 많은 비만환자를 치료하고 싶다”는 그의 꿈이 분명해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0호(2020년 4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