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사진=뉴시스
이재용 등 주요그룹 총수, 위기 이후 전략 마련 분주

재계 리더들이 ‘포스트 코로나19’ 준비에 분주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펼쳐질 글로벌 전반에 걸친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이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자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그룹 총수들은 연일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을 강조하면서 경영전략 재점검과 차질 없는 투자이행으로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결하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 국면 대비

코로나19로 현재 글로벌경제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이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세계 경제성장률이 -3.0%를 기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 1월 예상한 3.3% 성장률에서 무려 6.3%포인트나 주저앉은 것이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올해 전망치 역시 -1.2%로 역성장을 전망했다.


문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자체가 수습국면으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경기침체는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계적으로 심리 저하에 따른 소비위축, 생산 차질, 유가 하락, 재고 누적 등이 겹친 탓이다. 이에 따라 장기침체로 본격적인 진입 가능성에 대비해 전략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커진다.

주요그룹 총수들이 포스트 코로나19를 대비하는 것도 이 같은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인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위기감이 고조된 지난 3월에만 세번이나 사업 현장을 방문해 위기극복의 의지를 다졌다. 특히 그는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임직원에게 포스트 코로나 19 전략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한 모습. / 사진=삼성전자
특히 이 부회장은 차질 없는 투자이행을 통한 철저한 미래준비를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 투자를 진행 중이며 차세대 QD디스플레이 개발에도 13조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한계에 부딪쳤다 생각될 때 다시 한번 힘을 내 벽을 넘자”, “예상치 못한 변수로 힘들겠지만 잠시도 멈추면 안 된다”, “신중하되 과감하게 기존의 틀을 넘어서자” 등의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며 연일 임직원을 독려하고 있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안한 상황에 매몰되기 보다 그 이후를 내다보고 위기극복과 미래준비를 동시에 추진하자는 의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지난달 그룹 임직원과 협력사들에게 편지를 보내 “이번 위기상황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갖고 보다 의연하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일시적인 사업 차질은 불가피하겠지만 다양한 컨틴전시(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비상계획) 계획을 수립해 당면한 위기 극복은 물론 이후에도 조기에 경영 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을 준비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영전략·투자계획 등 재정비

현대차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총 61조1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단 전체적인 투자규모는 유지하되 코로나19에 따라 유연하게 투자계획을 조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소비 위축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해외에서의 판매전략 재정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가 포스트 코로나19의 열쇠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최근 그룹 창립 67주년을 맞아 “이번 코로나19 위기 이후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인 만큼 커다란 흐름과 변화를 읽지 못하면 운 좋게 위기에서 생존했다 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가 오래전부터 일에 대한 생각 자체를, 그리고 사업을 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딥 체인지를 준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SK가 사회를 지켜주는 의미 있는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SK가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해 사회적가치를 창출한 것처럼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SK의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안전망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그룹의 위기극복 전략과 함께 사회안전망 구축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화상으로 개최된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사진=SK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모든 어려움에도 기회가 있기에 LG는 슬기롭게 대처하며 위기 이후의 성장을 준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달 초 글로벌 판매 감소 및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주요 사업부문에 대한 경영현황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라질 기업 환경에서 대응해야 할일들을 점검하는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하는 중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 역시 그룹의 경영계획의 전반적인 재점검에 들어갔다. 그는 최근 비상경영회의를 주재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가 더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상황이 예상되는 만큼, 비즈니스 전략을 효과적으로 변화시켜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는 계열사별 사업계획 수정을 검토하는 한편 롯데미래전략연구소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시장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1호(2020년 4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