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투수 워윅 서폴드(오른쪽)는 지난 3일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됐다. /사진=뉴스1
한화 이글스가 또다시 패하며 기어코 10연패 수렁에 빠졌다. 선발 데뷔전에 나선 신예를 상대로 '에이스'가 출격했음에도 승리를 얻지 못했다.
한화는 지난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2-6으로 패했다.

키움의 단단함이 빛났던 경기다. 이날 1군 선발 데뷔전을 가진 1999년생 투수 조영건은 5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2실점(2자책점)으로 무사히 첫 경기를 마쳤다.


선배들의 공이 컸다. 전날 경기에서 장단 17안타를 휘몰아친 키움 타선은 이날 경기에서도 10안타를 때리며 한화 마운드를 괴롭혔다. 수비도 매 이닝 안정적인 수비로 조영건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1회말 상대 선두타자 이용규의 2루쪽 땅볼을 잡아 아웃시킨 2루수 김혜성이나 2회말 3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처리한 우익수 이정후, 4회말 주자 정진호를 홈 송구로 잡아낸 좌익수 김규민의 수비가 특히 눈에 띄었다. 번쩍이는 호수비는 아니었지만 팀의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기여했다.

반면 한화는 경기 내내 조급했다. 경기 전 예상은 그래도 한화에게 기울었다. 가장 좋은 흐름을 보인 워윅 서폴드가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 투수는 고졸 프로 2년차에 1군 경험이 이전까지 단 2차례 뿐이었다. 하지만 10연패의 기로에서 이런 무게추가 오히려 독이 됐다. 선수들은 시종일관 실점 하나, 진루 하나라도 막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듯 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1회초부터 키움이 3점을 가져가며 더 심해졌다.

각각 내-외야 베테랑인 송광민과 이용규는 이날 경기에서 사이 좋게 2실책씩을 범했다. 핫코너를 맡는 데다 매 시즌 실책 수가 많은 송광민은 제쳐두고 이용규마저 한 경기에서 2개나 실책을 범한 건 예삿 일이 아니다.


이용규는 0-0 상황이던 1회초 1사 1, 2루에서 박병호의 안타를 잡은 뒤 중계가 아닌 홈 송구를 선택했다. 2루주자가 김하성인 점을 고려하면 홈에서의 아웃이 쉽지 않았음에도 선취점을 내주지 않기 위해 도전했지만 김하성은 무리 없이 홈에 안착했다. 되레 포수 최재훈이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1루주자 이정후를 3루까지 보내는 결과를 낳았다. 이정후는 6번타자 김혜성의 타석 때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았다.

한화 이글스 외야수 이용규는 지난 3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2실책을 범했다. /사진=뉴스1
이용규는 2-3으로 1점차까지 추격한 2회초 무사 1, 2루에서 김하성의 타구를 제대로 잡지 못해 실책을 추가했다. 이번에도 1루주자 서건창이 실책을 틈 타 3루까지 진출했고 이후 이정후의 병살타 과정에서 홈으로 들어왔다. 조급함이 불러온 2번의 실책이 되레 상대에게 추가점의 기회까지 안겨준 것이다.
송광민도 마찬가지였다. 2-5로 뒤진 5회초 1사 3루 상황에서 나온 홈 송구실책은 그렇다 쳐도 7회초에는 박병호의 평범한 땅볼을 두 번이나 더듬으며 출루를 허용했다. 수비에서 연달아 불안한 모습이 나오자 서폴드도 제 컨디션대로 공을 던지기 어려웠다.

주루에서도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2-5로 지고 있던 4회말 2사 상황에서 6번타자 좌익수 정진호가 안타를 때렸다. 정진호는 이어진 송광민의 타석에 도루까지 성공해 득점권에 나갔다. 그는 송광민의 좌전 안타가 터지자 전력으로 3루를 돌아 홈까지 돌았다. 좌익수 김규민이 빠르게 쇄도해 정진호가 3루를 돌 때 쯤 이미 공을 잡았지만 전형도 주루코치는 아랑곳 않고 팔을 힘차게 돌렸다. 정진호는 신호를 보고 그대로 뛰었으나 김규민의 정확한 송구까지 나오며 넉넉하게 홈에서 아웃됐다. 김규민의 좋은 수비와 동시에 주루코치와 주자의 판단에도 의문이 드는 장면이었다. '기회가 왔을 때 점수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선수단은 물론 코칭스태프까지 전염된 모습이었다.

한화는 이날 경기 결과로 SK 와이번스에 이어 시즌 10연패를 기록한 2번째 팀이 됐다. 남은 일정도 긍정적이지 않다. 4일 경기에는 키움 에이스 에릭 요키시가 등판이 예정됐으며 주중 시리즈가 끝나면 극강의 1위 NC 다이노스를 상대한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한화는 이제 더 잃을 것이 없다. 이미 두자릿수대 연패에 들어섰고 주말까지 만나는 상대는 강하다. 기대치가 한껏 낮아진 상황이 되레 한화에게는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한화에게 필요한 부분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배수진의 마음가짐이 아니라 한 번 더 자신들을 돌아보고 문제점을 하나하나 고쳐가는 여유로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