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정종관)는 2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무용수 류모씨(40)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류씨가 피해자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있는 점을 남용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류씨는 제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인 반면 피해자는 학생으로 미래가 불투명하고 류씨 지시를 받는 불안정한 위치"라며 "류씨는 피해자의 대학 과정 교수로 이 사건 당시 보호감독자 지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류씨의 뜻을 거스르면 무대 경험을 습득하고 인적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렵게 되고 지금 맺은 관계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성추행을 당하고 선배를 찾아가 울면서 도움을 구했고 거짓말할 의도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피해자는 성추행당한 이후에도 연습실에 나와 다시 추행을 당했고 울면서 류씨에게 '그만 좀 하시면 안 되냐'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류씨는 피해자를 추행할 때 유무형 위력을 행사했고 피해자가 자유의사를 제압당한 상태에서 류씨가 추행해 나아가 업무상 위력이 인정된다"며 "류씨와 단지 사제지간일 뿐 이성적 감정이 없는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수위 높은 성적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이 사건을 없는 일처럼 행동하면 부모 등이 상처를 안 받고 자신도 무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피해를 감내하며 표면적으로 순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류씨의 추행 정도가 매우 중하고 죄질이 나쁘다"면서 "평소 존경하는 류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결국 무용가의 꿈을 접었다. 류씨는 어떤 피해회복 노력 없이 변명만 한다"고 판단했다.
류씨는 지난 2015년 4~5월 피해자를 개인 연습실에서 네 차례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국내에서 최고무용가상을 받고 무용단체 간부를 지내는 등 현대 무용계 내 권위자로 알려졌다.
각계에서 미투 열풍이 불었음에도 침묵하던 무용계는 무용인희망연대 '오롯'을 구성해 류씨 사건을 수면 위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