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40일 넘게 이어지면서 택배기사나 배달 라이더처럼 야외에서 근무하는 배달 종사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데다 폭염과 폭우마저 순차적으로 닥치며 물류업 종사자들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택배기사들과 배달 라이더들은 올해 여름이 시작되면서부터 '이중고'를 호소해왔다. 코로나19로 온라인·비대면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업무량이 늘어난데다 더위까지 찾아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록적인 폭우까지 겹치면서 일의 강도는 한층 세졌다. 예컨대 야외나 다름없는 택배 터미널은 더위도 비도 막아주지 못하지만, 코로나19로 택배물량이 늘어나면서 상하차 작업 시간은 오히려 길어졌다.
비가 오면서 배송시간도 추가로 길어졌다. 상품이 물에 젖으면 안되기 때문에 비가 거세게 내리면 배송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택배기사들은 차 안에서 빗줄기가 잦아들기를 기다린다. 가뜩이나 하루 12시간인 배송시간이 2~3시간 정도는 연장된다고 기사들은 하소연한다.
올해로 9년차 택배기사인 정유만씨(56·가명)는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하루에 배송해야 할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면 (금전적인)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데 그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호소했다.
정씨는 최근 물에 젖은 바닥에 미끄러지면서 허리를 다치기도 했다. 그는 2주 동안 근무를 나가지 못했지만 "택배기사에게 골격계 부상은 다반사"라며 담담해했다. 탑차에 하루 평균 200번은 오르내리는데, 탑차가 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낙상사고도 빈번하고 부상도 크다는 것이다.
"비가 많이 오던 날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허리와 가슴 부분을 크게 다치고 치아까지 상해 2개월 넘게 쉬는 동료도 봤다"고 그는 말했다.
배달 라이더들 역시 코로나19와 더위로 고역을 겪는다고 호소해왔다. 아스팔트와 차량에서 느껴지는 열기와 달아오르는 헬멧이 고역이라는 것이었다. 한 유명 배달 애플리케이션 회사가 라이더들에게 제공하던 휴게소는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문을 닫기도 했었다.
최근 라이더들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배달 시 우비를 입을지 벗을지 여부다. 비를 맞지 않기 위해서는 당연히 우비를 입어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날씨가 너무 더워 버티기가 쉽지 않다.
라이더 A씨는 "우비는 통풍이 전혀 되지 않기 때문에 한증막이 따로 없다"며 "비가 정말 세지 않으면 그냥 비 맞으면서 일한다"고 말했다.
빗길에 항상 미끄러지기 쉬운 것 역시 라이더들이 느끼는 두려움 가운데 하나다. 아스팔트도 비에 젖으면 미끄럽지만, 라이더들은 더 위험한 곳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바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다.
A씨는 "요즘 아파트는 배달 오토바이가 지상으로 다니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 지하주차장으로 간다"며 "지하주차장 바닥은 특수 코팅이 돼 있는데, 자동차를 운전하면 느끼지 못하겠지만 오토바이에는 (비에 젖은 바닥이) 얼음판 같다"고 말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비가 거세게 오는 상황에서 배달 업무를 계속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하며 "최근같이 기록적인 집중 호우가 계속되는 경우에는 정부 같은 단체에서 배달 업무 자체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국택배연대노조의 김세규 교육선전국장은 "기사들이 터미널에서 분류작업을 할 때 비를 맞지 않도록 천장과 지붕 같은 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택배가 물에 젖으면 기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회사가 기사에 비용을 전가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택배기사는 하루 종일 차 안에 있는 경우가 많아 재해 발생 소식을 뒤늦게 접하는 경우가 있다"며 "재해를 빠르게 접하게 할 체계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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