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대구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사진=각 사
# 올 4월 취업에 성공한 임승리씨(35)는 최근 지방은행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우연히 접속했다가 신용대출을 받는 데 성공했다. 임씨는 신용 7등급으로 주거래 시중은행을 포함해 1금융권에서 3000만원 가량의 대출을 받으려다 모두 거절됐다. 저축은행과 카드론 등 2금융권으로도 눈을 돌렸지만 20%에 육박하는 고금리에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임씨는 지방은행 모바일 앱을 설치해 신용대출을 조회해보다 연 7%대의 금리로 대출을 받게 된 것이다. 임씨는 우대금리도 받기 위해 주거래은행을 지방은행으로 옮겼다.
지방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지역 경기침체와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올 2분기 일제히 대출을 늘렸다.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내는 지방은행이 저금리를 발판 삼아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린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요주의 여신’도 함께 늘어나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6개 지방은행 대출금 3.4조 증가


올 6월 말 기준 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제주 등 지방은행 6곳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153조6502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3월말보다 3조3522억원(2.2%)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JB금융지주 계열사인 광주은행의 원화대출금은 3월 말에 비해 8226억원(4.4%)이 늘어난 19조4198억원으로 집계돼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

같은 기간 대구은행은 5414억원(1.3%) 가량 늘면서 대출규모가 부산은행과 비슷한 수준인 41조9292억원을 기록했다. 부산은행은 원화대출금이 41조9680억원으로 3월말보다 5324억원(1.3%) 증가했다.

증가액이 가장 큰 곳은 경남은행으로 원화대출금 잔액이 31조2792억원에 달해 3월 말 대비 9929억원(3.3%) 순증했다. 같은 기간 전북은행은 13조9053억원, 제주은행은 5조1487억원으로 각각 2653억원(1.9%)·1976억원(4%) 늘어났다.

지방은행의 원화대출금이 일제히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규 대출에 더해 기존 대출 만기 연장 등 금융지원이 늘어나서다. 특히 대구은행은 전체 원화대출금에서 기업대출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도 기업대출 비중이 높다. 원화대출금 중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 각각 51.1%·50.2%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코로나 여파로 ‘요주의’ 여신 급증


문제는 기업대출 비중이 많은 지방은행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전반적인 실물경기 악화 영향을 많이 받아 시중은행보다 연체율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지역경제는 모든 권역에서 악화됐으며 특히 충청권과 호남권에서 제조업 생산 감소폭이 확대됐다.
실제 지방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올 2분기에 급증했다. 금융권은 대출금을 ▲정상 ▲요주의 ▲고정이하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요주의 여신은 연체 기간이 1~3개월인 채권으로 현재 채권 회수에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신용 상태가 나빠질 위험이 있는 대출금으로 분류된다. 즉 잠재 부실 가능 채권으로 요주의 여신이 증가했다는 것은 대출 자산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요주의 여신 규모가 가장 큰 대구은행은 2분기에만 3929억원에 달해 전 분기보다 23.4%(744억원) 늘었다. 전북은행은 증가폭이 가장 가팔랐다. 같은 기간 요주의 여신은 전 분기 대비 36.8%(730억원) 급증한 2713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은 각각 15.2%(128억원)·7.6%(2363억원) 늘어난 969억원·2542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부산은행과 제주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감소했다. 부산은행의 2분기 요주의 여신 규모는 전 분기에 비해 23.2%(1169억원) 쪼그라든 3878억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고정이하 여신이 전 분기보다 12.3%(468억원) 늘어난 4276억원에 달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09% 늘어난 0.96%를 기록했다.

제주은행의 경우 2분기 요주의 여신이 전 분기보다 10.2%(28억원) 줄어든 246억원을 기록한 반면 연체대출채권비율은 0.05% 오른 0.48%로 나타났다.

지방은행에선 올 하반기에도 잠재 부실이 이어져 자칫 ‘부실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있다. 올 2분기 대손충당금을 전 분기 대비 가장 많이 늘린 대구은행의 경우 전 분기보다 무려 58.3% 급증한 671억원을 쌓았다. 같은 기간 JB금융그룹의 대손충당금은 3222억원 규모로 전 분기보다 4.3% 늘었으며 BNK금융그룹의 대손충당금은 18.9% 늘어난 98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면서 취약 차주 대출을 위주로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