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2006년 2월 정부는 사모펀드를 활성화하고 대형IB(투자은행)를 만들겠다며 증권사·자산운용사·종금사·선물회사·신탁회사 등의 영역을 하나로 묶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을 제정했다. 자통법은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같은 한국판 투자은행이 탄생할 수 있는 초석이 됐다. 이후 2017년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이 초대형IB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대형 증권사는 전통적 업무 부문인 리테일(소매)과 브로커리지(중개) 등의 수익구조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신성장 동력을 IB에 맞춰 수익구조의 폭을 크게 늘리려는 시도를 해왔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주춤하는 상황에서도 대형 증권사는 IB부문을 중심으로 수익구조 다각화의 효과를 봤다.

흔들리는 시장 속에서 실적 선방

자기자본 4조원대의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는 총 5개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자기자본 상위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가 8조5076억원으로 1위다. ▲NH투자증권 5조2171억원 ▲한국투자증권 4조8738억원 ▲삼성증권 4조7018억원 ▲KB증권 4조624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 속에서도 대형 증권사의 상반기 실적은 선방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상반기 누적 41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6.15% 증가한 수치다. 2분기 기업금융 수수료 수익은 70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0.4% 감소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운용손익에 포함된 IB부문 보유자산 처분과 평가이익이 상당 규모 증가하는 등 전체 IB 관련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6% 감소한 2617억원을 기록했다. IB부문의 순이익은 1305억원을 올렸다. NH투자증권은 올해 대어급 IPO(기업공개)로 불린 SK바이오팜의 상장을 주관하는 등 IB부문이 실적 개선의 버팀목이 됐다는 평가다. SK바이오팜의 IPO는 공모 규모만 9593억원에 달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IB부문이 예년 수준의 수익을 기록하면서 실적 반등에 기여했다”며 “올해도 NH농협금융그룹과의 시너지와 IB 경쟁력을 바탕으로 업계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36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4.17% 감소했지만 주식거래대금 관련 수탁수수료와 IB수수료 중심으로 증권업수입수수료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KB증권의 IB 수수료 수익은 1299억원을 기록해 11.1% 증가했다.

삼성증권도 IB부문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1410억원으로 예상된다”며 “IB수수료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작년 말 높은 신규 투자여력을 바탕으로 개발금융(PF) 시장점유율 확대에 성공해 잔액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모기업인 한국금융지주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2371억원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 IB부문에서 1106억원의 우수한 순영업수익을 올렸다. 정태준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의 IB부문은 2분기 기업금융과 PF시장 둔화 영향을 받아 저조할 것”이라면서도 “그로 인해 판관비도 감소하면서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표=머니S 편집팀

부동산 PF, IPO 등 대규모 딜로 IB 차별화

증권산업은 획일화된 수익구조에서 IB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이전과 달리 전체 매출의 30% 미만을 차지한다”며 “최근의 증권산업은 IB를 중심으로 능동적인 구조로 변화하고 있어 지수 상승이나 거래대금 증가로 증권가 실적을 가늠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는 초대형IB로 수익구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SK바이오팜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IPO 딜을 주관한 NH투자증권은 2분기 인수 및 주선수수료만 293억원을 달성했다. 하반기에도 대어급 IPO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관을 준비 중이다.


2016년 하반기 5조3000억원 IPO 시장 규모를 기록한 것이 최고치다. 올해 이 수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IPO 시장에 대어급 기업이 쏟아지면서 IPO 시장 규모는 5조~6조원을 기록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초대형IB는 부동산 금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안성학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증권사 핵심 수익원이 IB 부문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저금리 지속에 따른 대체투자 수요 증가로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한 비전통 IB 부문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PF를 통해 매입하는 부동산 딜의 거대한 규모가 초대형IB의 경쟁력을 강화해준다는 분석도 있다. 박혜진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대형사가 추진한 부동산 PF 딜의 규모는 조 단위였다”며 “NH투자증권이 진행한 여의도 파크원 딜만 해도 2조원에 육박했고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5000억원의 해외부동산을 인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체투자에 대한 투자자의 욕구가 증가해 부동산이든 항공기든 선박이든 어떤 형태로도 대규모 딜이 발생할 것”이라며 “대규모 딜이 가능한 곳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