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축구를 비롯해 스포츠계에는 '스타 출신 지도자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물론 예외도 있어나 어쨌든 지도자의 명성이 무조건 좋은 성적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것은 참에 가깝다.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내지 않았던 이들도 지도자의 길은 다를 수 있다는 의지를 심어주는 문장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빛나는 과거를 지닌 이들에게는 승부욕을 자극하는 대목이기도 한데, 올 시즌 K리그2(2부리그)에서는 '이름값 감독'들의 기세가 뜨겁다.
2020년 K리그2는 일찌감치 1부리그만큼 큰 관심이 향했다. K리그1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던 제주유나이티드와 경남FC가 강등의 철퇴를 맞고 가세했고 대전시티즌은 기업구단으로 전환,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새롭게 태어나면서 1부와 견줘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스쿼드의 팀들이 뜨거운 경쟁을 예고한 탓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스타 감독들'의 등장이다. 현역 시절 스타였거나 지도자로서 뚜렷한 성과를 남긴 이들이 2부에 모였으니 주목도가 높았다.
전체 일정 27라운드의 절반이 넘는 15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K리그2 순위는 소위 스타 감독들이 이끄는 팀들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1위는 김도균 감독의 수원FC다. 사실 김도균 감독은 이후 소개될 지도자들에 비해서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 그렇나 나름 비단길을 걸었던 선수였다. 현역 시절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던 수비형MF 김도균은 1997년 말레이시아 U-20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 2000년 아시안컵 등 대표 경력도 제법 화려하다.
올해가 감독 데뷔 시즌인 김 감독은 초짜 사령탑임에도, 또 상대적으로 수원FC를 향한 주목도가 떨어졌음에도 팀을 선두로 이끌고 있다. 화려한 커리어를 소유한 명수비수 출신 김호곤 단장과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이다.
2위는 황선홍 감독의 대전하나시티즌이다. 황 감독은 설명이 불필요한 당대의 스타였다. '황금의 다리'로 통했던 최정민 선생을 시작으로 이회택-차범근-최순호 그리고 황선홍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스트라이커 계보의 적자로 아시아를 주름 잡았던 골잡이다. 지도자로 변신해서도 지난 2013년 포항의 시즌 더블(정규리그+FA컵)을 이끄는 등 성공 시대를 걸었다.
FC서울에서 잠시 오점을 남긴 황 감독은 대전하나시티즌이 초대 사령탑으로 부임해 승격과 명예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3위 제주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은 남기일 감독이 잡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성남을 이끌었던 남기일 감독은, 곧바로 1부로 복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지닌 제주 구단의 러브콜과 함께 2부 고생길로 내려왔다. 현역 시절은 그리 화려하진 않았으나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는 '학구파' '전술가'로 인정을 받고 있다. 2014년에 광주를, 2018년에 성남의 승격을 이끈 바 있다.
여기에 설기현 경남FC 감독과 정정용 서울 이랜드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스나이퍼'라 불리던 공격수 설기현 감독은 벨기에와 잉글랜드 무대까지 진출했고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작성하는 등 누구보다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냈다. 그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감독으로서의 첫 도전에 나서고 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기대와 달리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스타 감독은 힘들다'는 이야기에 발목 잡히는가 싶었으나 시즌 중반이 지내면서 팀이 차츰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최근에는 3연승 상승세를 타며 4위까지 올라 있다. 정정용 감독의 서울 이랜드도 기세가 매섭다.
시즌을 앞두고 정정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을 때 기대도 있었으나 우려도 함께 했다. 정 감독이 지난해 6월 폴란드에서 펼쳐진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이라는 믿기지 않는 결과를 거뒀다고는 하지만 지도자 커리어 내내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어린 선수'를 이끌었다. 프로 첫 도전이고 긴 호흡이 필요한 '시즌'도 처음이었다.
실제로 개막 후 4라운드까지 3무1패에 그치면서 쉽지 않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이후 11경기에서 6승1무4패 확 달라진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서울 이랜드는 2018년과 2019년 연거푸 K리그2 최하위에 그친 약체다. 정정용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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