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그래픽=김민준 기자

기업 입장에서 고수익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고위험-고수익’이란 말이 있듯이 고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안정성을 일정 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공식을 제대로 탈피한 보험사가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고수익과 장기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불황이 닥친 보험업계에서 수년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회사를 10년째 이끌고 있는 ‘정통 보험맨’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이 자리한다.

‘투 트랙’ 제대로 먹혔다

이달 중순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래에셋생명은 또 한번 샴페인을 터트렸다. 올 상반기 무려 707억원의 순익을 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한 수치다. 상반기 영업이익도 93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8%나 성장했다.

상반기 순익 증가세는 눈부시다. 미래에셋생명의 상반기 순익은 ▲2017년 326억원 ▲2018년 541억원 ▲2019년 604억원 등으로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생명보험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영업부진, 저금리 기조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시름하는 것과 달리 미래에셋생명은 불황 없는 시절을 보내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이 장기간 안정적 순익을 달성하는 배경에는 하 부회장이 수년 전부터 회사에 이식한 ‘투 트랙 전략’ 덕분이다. 미래에셋생명은 보장성보험으로 대표되는 고수익 상품군과 안정적 운영수수료가 발생하는 변액저축보험으로 구성된 ‘투 트랙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대했고 그 결실을 맺었다.


상반기 전체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30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나 증가했다. 이 중 99%는 투 트랙 매출로 채워졌다. 높은 수익구조를 갖춘 보장성 APE는 167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9% 늘었고 변액투자형 상품도 29% 늘어 136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몇년 간 보험업계는 오는 2023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맞춰 자본확충에 열을 올렸다.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재무부담이 커진다. 나중에 돌려줘야 할 저축보험료가 모두 부채로 책정돼서다. 이 경우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에게 IFRS17 도입 전 RBC비율을 적정치(150%) 이상으로 맞추라고 권고했다. 이에 보험사는 지난 2~3년간 RBC비율을 높이기 위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IFRS17 도입 시 과거 5% 고금리 때 판매한 저축보험상품의 경우 생보사에게 역마진 부담을 준다. 하 부회장은 IFRS17 제도하에서 생길 부작용을 고려해 수년 전부터 보장성보험을 강화했다. 특히 변액보험 부문에서는 ‘MVP펀드’ 등 다양한 해외자산에 분산투자하는 방식으로 고수익률을 달성했다. 현재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 자산의 68%를 해외에 투자해 수익률이 업계 평균(10%대)을 크게 웃돌았다. ‘변액보험=불완전판매=수익 손해’라는 이미지를 탈피한 것이다.

미래에셋생명은 향후 퇴직연금 컨설팅에 집중한다. 가입자 대상의 은퇴설계 전반에 대한 교육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변액보험과 퇴직연금시장 공략으로 하 부회장은 미래에셋생명을 진정한 ‘은퇴설계 명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통 보험맨의 ‘신의 한수’

1986년 미래에셋생명의 전신인 SK생명에 입사한 하 부회장은 35년간 생보사에만 몸을 담으며 ‘정통 보험맨’으로 불린다. 다른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CEO(최고경영자)가 자산운용·증권·생명을 거친 것과는 다른 행보다.


하 부회장은 재직기간 영업부터 관리까지 모든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5년 미래에셋생명 출범과 동시에 FC영업본부장을 역임하며 설계사 조직을 체계적으로 재정비했다. 마케팅·교육·계약관리 분야에서 근무하며 일선 영업과 본사 지원의 균형적 경영 감각을 갖췄다. 이후 2011년 1월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후 2016년 4월부터 부회장직을 역임하며 미래에셋생명의 탄탄한 내실경영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회장직 선임 이후 그의 최대 공적은 PCA생명 인수를 통해 미래에셋생명을 ‘은퇴설계 명가’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하 부회장은 변액보험상품 강화를 위해 2017년 은퇴설계시장 강자인 PCA생명 인수에 성공했다. 당시 PCA생명은 RBC비율이 350%대에 달할 정도로 재무건정성이 안정된 회사였다. 총자산의 70~80%도 변액보험운용자산이었다. 그는 PCA생명의 변액보험상품 노하우에 미래에셋생명의 자산운용 강점이 더해지면 차별화된 시너지를 낼 것으로 확신했다.
하 부회장은 2017년 PCA생명 대표이사로 자리를 잠시 옮긴 바 있다. 미래에셋생명-PCA생명의 원활한 통합을 위해 미리 PCA생명에서 밑작업을 진행했고 2018년 통합에 성공했다. 당시 하 부회장은 PCA생명 전 직원의 100% 고용 승계를 결정하며 업계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년 뒤 두 회사의 통합이 마무리된 후 하 부회장은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현재는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사장과 각자대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전문경영인인 변 사장의 합류 이후 하 부회장은 경영관리 부담을 덜고 영업 총괄에 힘을 싣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생보업계 5위권 회사로 성장시킨 하 부회장만큼 조직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그룹 내에 없을 것”이라며 “미래에셋금융그룹 내에서 그의 영향력도 절대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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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생명(미래에셋생명 전신) 입사 ▲미래에셋생명 영업지원팀장 ▲미래에셋생명 FC영업본부장 ▲미래에셋생명 영업총괄 사장 ▲PCA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미래에셋생명 각자대표이사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