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 재판의 공전이 거듭되고 있다. 검찰이 관련자들을 지난 1월 기소했지만, 재판은 준비기일만 계속 진행되면서 아직 첫 공판기일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추가 기소를 예고했던 검찰은 관련자들의 계속된 수사 비협조로 '거북이' 수사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라, 메가톤급 정치적 파급력을 지닌 이 사건의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소한 지 9개월 흘렀지만…진전 없는 재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24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13명에 대한 5회 공판준비기일을 내달 30일로 잡았다. 지난 4월23일 첫 공판준비기일 이후 6개월 넘게 공판준비기일만 열리고 있는 것이다. 기소를 기준으로 하면 10개월째 별다른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지난 1월29일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 한병도 전 민정수석,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문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현 국무총리실 사무관), 정모 울산시 정무특보, 울산시 공무원 4명도 기소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2월 법관 정기인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의 이유로 첫 공판준비기일은 기소 후 석 달 가량 지난 4월23일에야 열리게 됐다.
첫 재판도 힘겹게 열렸지만 재판 진행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회 공판준비기일부터 3회 공판준비기일까지 피고인 측에서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전됐다. 검찰은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이고, 피고인들 중 일부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열람·등사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재판부는 열람·등사자료가 70권에 달해 기록 검토에만 2달가량이 필요할 것 같다는 변호인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2달 뒤인 지난 24일 4회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4회 공판준비기일도 또 다시 공전했다. 지난 기일까지 문제가 됐던 기록 열람·등사 문제는 피고인들이 다 열람을 해 해결됐지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에 대해 피고인들 일부가 반발해 공방이 벌어지면서 별다른 진전 없이 25분 만에 재판이 끝났다.
◇추가 수사도 난항…檢 "관련자들 여전히 협조 안해"
앞서 검찰은 지난 1월 백 전 비서관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나머지 관련자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추가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미 기소된 13명과 공모한 혐의로 5건, 20명에 대해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5월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 13명 전부에게 수사사건 기록목록을 교부했다고 밝혔지만 피고인들과 관련된 공범에 대한 연관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일부 수사기록의 열람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송병기 피고인의 경우 이 사건 외 다른 관련 사건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돼있지만, 5월11일부터 검찰이 출석을 요구했는데 불응하거나 전화도 받지 않고 있다"며 "변호인 통해 연락이 됐지만 개인일정을 이유로 6월 중순 이후에나 출석이 가능하다고 말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수사 중인 경찰관들에게도 소환 통보를 했지만 특별한 사유 없이 출석에 불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검찰 측은 지난 7월 열린 3회 기일에서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그리고 이들과 동일한 변호사를 선임한 피고인 6명에겐 증거인멸 염려 등의 이유로 열람·등사를 허가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인 측에서 (검찰 출석을) 막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조속히 소환조사에 응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송 시장이 한병도 전 민정수석과 함께 후보자를 매수한 의혹을 파악했고, 이와 관련해 수사를 하고있다고 밝혔다. 만일 추가로 공소를 제기할 경우, 관련사건을 병합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을 비롯해 수사 대상인 경찰관들이 소환에 전혀 협조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이 수사에 협조를 하고 있지 않지만 재판 진행을 위해 열람등사를 해드리는 것으로 정리가 돼 (열람등사를) 하게 한 것"이라며 "수사에 협조를 안 하던 분들의 입장이 크게 바뀌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재판을 진행함과 동시에 추가 수사도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관련자들의 비협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인데다, 지난달 중간간부 인사로 수사와 공소유지를 맡았던 김태은 전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 등 수사팀 핵심 멤버들이 지방으로 전출이 되면서 추가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월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팀의 기소의견을 결재하지 않고 밤늦게 퇴근을 하면서 기소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적이 있어, 중앙지검 차원에서 해당 사건을 수사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치적 사건 도맡은 형사합의21부에 집중되는 이목
한편 해당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형사합의 21부는 청와대 관련 사건뿐 아니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비리·감찰무마' 사건을 비롯해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씨의 '웅동학원 허위소송·채용비리' 사건을 맡아 조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기도 하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맡아왔다.
형사합의21부는 지난 24일 조씨의 1심 선고에서 대부분의 혐의에 무죄로 판단하고, 조씨가 인정한 웅동학원 채용비리만 유죄로 봐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조씨의 형량이 조씨와 공범들의 형량인 징역 1년 6월과, 징역 1년보다 낮아 재판부가 조씨에게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공범들은 업무방해와 더불어 배임수재가 인정된 반면, 사무국장이던 조씨가 교사 채용 과정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배임수재 혐의를 무죄로 봐 형량이 낮아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판장인 김미리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조 전 장관의 공판기일에서 “이 사건을 검찰개혁을 시도한 피고인들에 대한 반격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며 재판에 출석 예정인 증인들과의 사전 접촉을 자제해달라는 취지로 말을 해, 검찰이 이에 반발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