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내연락사무소(한국NCP, National Contact Point)가 관련 규정을 위반하고 구제를 요구하는 진정인에게 조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시민단체는 한국 NCP의 이런 행위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기업과인권)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한국NCP는 다국적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예방·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을 이행하기 위해 국내에 설치된 연락사무소다. 기업들이 이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경우, 이해 관계자들은 한국NCP를 통해 이의제기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기업과인권은 2018년 라오스 댐 붕괴사고와 현지 환경을 파괴했다는 논란이 있는 인도네시아 팜유 사업과 관련해 이의제기 절차를 요구했지만, 한국NCP가 두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위반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기업과인권은 2018년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보조댐 붕괴사고와 관련해 사업에 참여한 한국수출입은행, SK건설, 한국서부발전을 조사해달라는 취지로 한국NCP에 이의제기를 했다.
이들은 댐붕괴 사고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 NCP에 전문역량을 지닌 조사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국 NCP가 기업이 참여를 원치 않아 조정이 결렬됐지만 진정인들에게 결렬 과정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기업과인권은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인도네시아 팜유농장 사업을 진행하면서 열대우림을 파괴한다는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한국NCP에 이의제기를 했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이 투자를, 국민연금이 기관투자자로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기업과인권은 "한국NCP는 1차 평가 결과에 대해 진정인에게 통보하지 않았고, 운영규정에도 없는 '재검토' 절차를 자의적으로 개설했다"며 "1차 평가 당시에는 다국적기업이라고 판단했던 한국수출입은행이 다국적 기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상반된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한국NCP는 2001년 설립 이후 단 한건도 다국적기업에 의해 인권침해 피해자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거나 의미있는 조정결과를 낸 적이 없다"며 "인권위도 두 차례에 걸쳐 NCP에 제도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냈지만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업과인권은 한국NCP의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가 특별감독과 제도개선에 나서도록 권고해줄 것을 인권위에 요구했다. 이에 더해 인권위가 국무총리에 한국NCP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국회에서 관련 법률을 제정할 수 있도록 권고할 것을 함께 요구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