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유산슬(유재석), 린다G(이효리), 둘째 이모 김다비(김신영), 아리송해(송해)까지….
연예계를 강타한 '부캐(부캐릭터)' 열풍이 일반 시민들에게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거리두기로 인해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면서다.
시민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상황에 맞게 자신의 정체성을 때와 장소에 맞춰 각기 달리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연예계와는 조금은 다른, 코로나19 사태 속 생계와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어느 순간 카메라 앞에선 나…새로움을 꿈꾼다
코로나19로 온라인 비대면 수업, 재택근무를 통한 화상회의 등이 늘어나면서 '부캐'를 꿈꾸는 일반 시민들도 늘고 있다.
최근 재택근무로 전환했다는 직장인 김모씨(44)는 "화상 회의를 할 때 내 얼굴이 모니터로 나오니 '나도 연예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고 멋쩍게 웃은 뒤 "하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다시 본연의 나로 돌아온다. 스스로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퇴근 후 제2의 삶을 본격적으로 설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씨(37)는 "평상시에 활발한 성격이지만, 회사에서는 최대한 말을 아낀다"며 "회사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도 주기 싫고 관심을 받는 것도 싫다"고 했다.
그런 정씨는 퇴근 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작가가 꿈이던 그의 목표는 올해 안에 블로그 글을 모아 책을 펴내는 것.
그는 "코로나19 덕분에 회식이나 불필요한 약속이 없어지고 대신 나만의 시간이 많아졌다"며 "학창 시절 별명을 필명으로 하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전문가는 부캐 열풍이 일반 시민들에게도 변화할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 평가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부캐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가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표현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었는데 요즘은 SNS를 통해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N잡러 시대…"부캐가 아닌 생계" 걱정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평소 취미나 관심사로 새로운 부캐를 만드는 이들도 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생계를 최우선으로 비자발적 부캐가 생긴 이들도 여전했다.
신한은행이 20대 이상 경제활동인구 1만명을 설문조사한 '보통사람 금융생활보고서 2020'을 보면 사람들이 투잡하는 이유는 여전히 생계형(65.7%)이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라면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33)는 최근 배달 알바가 부캐가 됐다.
그는 "코로나19로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특히 거리두기 2.5단계를 할 땐 앞이 캄캄했다"며 "가게 월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배달 알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래방 업주 강모씨(39)는 영어영문학 전공을 살려 최근 다시 펜을 잡고 번역에 나섰다.
그는 "코로나19로 하루하루가 예측도 안 되고 이제는 거의 포기 수준"이라며 "번역뿐 아니라 파트타임 알바 등 또 다른 일도 계속 찾고 있다. 하루하루가 막막할 뿐"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평소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애청자라는 강씨는 "연예인들이 다양한 직업을 소화하는 데 부러움을, 때로는 괴리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내겐 너무 먼일인 것 같다. 일단은 하루를 또 내일을 버텨야 한다"고 씁쓸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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