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남자 예능인 위주로 흥행하던 예능계 판도가 달라졌다. 지난 몇년간 한국 예능은 남성 위주로 캐스팅을 구성하는 것이 '디폴트'였다. 한때 MBC '무한도전'의 여성판인 MBC에브리원 '무한걸스' 종영 이후 여성 예능인을 위한 프로그램의 부재와 성비 불균형 문제가 종종 공론화될 정도였다. 여전히 레전드 예능으로 회자되는 '무한도전'은 물론 MBC '라디오스타'부터 JTBC '아는 형님'까지 현재까지 방송되고 있는 주류 예능의 흐름은 남성 예능인이 주도했다.
최근 시청률과 화제성을 다잡은 주류 예능의 흐름은 여성 예능인들이 장악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MBC '놀면 뭐하니?'는 고정 유재석을 주축으로 이효리와 엄정화 제시 화사로 구성된 걸그룹 환불원정대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환불원정대는 유재석 이효리 비로 구성됐던 혼성그룹 싹쓰리 방송분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환불원정대가 본격적으로 출연한 지난 8월22일 방송분이 1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고, 이후 자체최고시청률이 13.3%까지 상승했다.
제작자 지미유로 분한 유재석이 판을 깔고 만옥(엄정화), 천옥(이효리), 은비(제시), 실비(화사)가 마음껏 뛰논다. '환불원정대'라는 센 그룹명처럼 네 멤버는 모두 센 비주얼로 등장하지만 마음은 여린 반전 캐릭터를 보여주며 큰 웃음을 준다. 특히 한국어 구사가 완벽하지 않은 은비와 그를 대하는 지미유, 그리고 멤버들의 예측 불가한 케미스트리도 최대 관전 포인트다. 이들은 솔로로 성공한 최고의 여성 가수라는 이력을 바탕으로 음악성도 뽐내고 독보적인 매력까지 발산한다.
금요일 밤 예능으로 부동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MBC '나 혼자 산다'도 화제성은 여전하다. 최근 시청률이 7~8%대로 하락하긴 했지만 언제든 9~10%대로 상승할 수 있는 저력이 있는 예능으로, 무지개 회장 박나래의 활약을 중심으로 여전히 견고한 마니아층을 자랑한다. 이시언 성훈 헨리 기안84 '4얼'의 활약과 새로운 게스트가 출연하는 무지개 라이브가 차지하는 인기 비중도 있지만, '나 혼자 산다'로 연예대상까지 휩쓴 박나래와 한혜진 화사 외에 손담비 박세리 김민경 등의 활약이 상당하다.
'나 혼자 산다'는 지난 7월부터 박나래 한혜진 화사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스핀오프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여은파'(이하 '여은파')로도 콘텐츠를 확장했다. 여은파는 화사의 집에서 찍었던 259회 에피소드에서 결성된 후, 1년 뒤 '조지나 생일파티' 에피소드에서 박나래 한혜진 화사가 각각 조지나 사만다 마리아로 부캐명을 지으며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구독자는 70만이 넘었으며, 지난 25일 마지막회까지 누적조회수 약 2200만 뷰를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여은파는 '나 혼자 산다' 본 방송에서는 이룰 수 없었던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평소에는 좀처럼 시도해볼 수 없었던 파격적 분장에 도전, 다이어트 비디오를 제작한다. 여기에 지상파에서는 담길 수 없었던 아슬아슬한 유튜브 감성, 그리고 리얼과 콩트를 넘나드는 케미스트리까지 더해지며 '여은파'만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갖췄다. MBC는 TV에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순한 맛' 버전'을, 유튜브에서는 수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아찔한 감성의 '매운맛' 버전을 선보이며 유튜브 활용의 좋은 예를 보여주기도 했다.
티캐스트 E채널 예능 프로그램 '노는 언니'도 반응이 뜨겁다. '노는 언니'는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들에 도전하며 놀아보는 세컨드 라이프 프로그램. 골프여제 박세리를 비롯해 남현희(펜싱), 한유미(배구), 곽민정(피겨스케이팅), 정유인(수영) 등 전 현직 국가대표 여성 멤버들이 출연 중이다.
'노는 언니'는 글로벌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5일 기준 '오늘 한국 톱(TOP) 10 콘텐츠' 순위 9위에 랭크됐다. 그간 볼 수 없었던 여성 운동선수들만의 예능이라는 차별점과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이들만의 이야기, 그간 운동만해왔던 이들이 새롭게 도전하며 놀아본다는 포맷이 호평을 이끌어냈다.
'나 혼자 산다'에서 '리치 언니'라는 수식어를 얻은 박세리를 주축으로 점점 더 끈끈해지는 멤버십을 보여주고 있는 '노는 언니'는 집들이부터 요리 도전, 캠핑까지 매회 다양한 에피소드로 재미를 더했다. 그 과정에서 먹방과 게임까지 이어지며 시청자들을 더욱 '노는 언니'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 특히 국가대표 수당, 열애설 등 전혀 숨김 없는 솔직한 토크로도 화제를 모았다.
관찰 예능, 리얼 버라이어티와 포맷은 다르지만 여성 MC들이 진행을 맡는 예능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MBC '구해줘 홈즈'는 박나래와 김숙이 진행을 맡았고, 여성 MC 중심인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는 2016년부터 4년째 방송 중이다. tvN '신박한 정리'는 신애라와 박나래를 중심으로 윤균상이 함께 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채널A '애로부부'도 중심 진행자는 최화정 홍진경 이상아다. tvN '식스센스'도 유재석을 중심으로 오나라 전소민 제시 미주가 활약 중이며, 하반기 방송 예정인 생존 전사 양성 프로젝트인 tvN '나는 살아있다'도 김성령 김민경 이시영 오정연으로 캐스팅을 구성했다.
여자들끼리 놀아도 재밌는 콘텐츠가 흥하면서 예능계에 더 고무적인 반향을 더 끌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여성 예능인은 분위기를 띄우는 홍일점 역할, 혹은 남성 출연자의 연애 대상으로 소비돼 왔다. 여성 출연자들로 구성한 예능은 MBC '진짜 사나이' 여군편처럼 남자 편의 부록으로 방송되기도 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몇 해전부터 이영자 송은이 박나래 김숙 장도연 안영미 등 여성 예능인들이 꾸준히 활약을 이어오면서 검증된 예능감이 탄탄한 신뢰를 쌓아올렸고, 그 결과 이들이 주축이 된 여성 예능으로 확장이 이뤄졌다. 현재 선전 중인 여성 예능이 더 넒은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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