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의 증시 순매수 규모는 올해 1분기 내내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난 지난 2월17일 이후부터 같은 달 말까지 개인은 총 4조1830억원을 매수했다고 집계됐다. /사진=뉴스1
# 오전 8시께 지하철 안은 옆 사람의 어깨에 가로막혀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직장인 박정민씨(여·25)는 비좁은 공간에서 억지로
검색창에 삼성전자를 검색해본다. 얼마 전 주식 투자를 시작한 이후부터 매일 아침 반복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역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이 밀려 들어와 옴짝달싹 못할 정도가 되자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것도 포기한다. 박씨는
익숙하다는 듯이 경제뉴스 팟캐스트를 들으며 남은 출근 시간을 알차게 채운다.



“캐잡주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떡상하네요, 손절할 뻔했는데 총알 채우러 갑니다.” 개인투자자들이 모여있는 주식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캐잡주는 상하로 변동이 큰 주식, 떡상은 주가가 엄청나게 폭등하는 상황을 뜻하고 매수한 주식이 일정 가격보다 낮아지면 향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매도하는 것을 손절이라고 한다총알은 자금이다.

20대가 주식시장에 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이후 뜻밖에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자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소외됐던 20대들이 개미로 나선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증시 순매수 규모는 올해 1분기 내내 증가했다. 지난 4월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난 지난 217일 이후부터 같은달 말까지 개인은 총 41830억원을 매수했다이후에도 수치는 줄어들지 않고 4월 한달 동안 11186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20대는 개미가 됐나



박씨는 주식 투자를 이자율 좋은 적금이라고 표현한다. 1996년생인 박씨는 1980~2000년대생을 통칭하는
MZ
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 포함된다. 이들은 은행 예적금으로 돈을 굴릴 수 없는 제로금리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4일 기준금리를 연 0.50%로 동결했다. 
지난 1976년부터 20년간 재테크의 필수 아이템이었던
재형저축은 금리가 연 20% 넘었을 당시에나 유효했다. 요즘
20대들이 월급 모아 저축해 목돈을 마련하거나 집 사는
이 가능했던 부모세대와 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이유다.



대학생 박새롬씨(여·25) 역시 코로나19 확산
이후 친구의 추천을 받아 주식 투자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다. 박씨는 "처음에는 시드머니가 없어 관심만 두다가 알바를 시작하면서 고정수입이 생겨 (주식투자를) 시작하게 됐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박정민씨는 주식의 또 다른 장점에 대해 흙수저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주식투자는 학벌도 지연도 필요
없다는 것이 박씨의 주장이다. 박씨는 투자 리스크가 모두에게
평등하기 때문에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다고 최근 20
투자자들의 심리를 대변했다.






20대에게 주식이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박정민씨는 퇴근길에 주식투자 오픈채팅방에서 하루 동안 발생한 수익을 공유한다. 오픈채팅방은 익명의 사람들이 모여 모바일 메신저로 공통된 주제를 이야기하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계좌에서 개인정보만 가리고 투자로 얻은 수익을 인증하는 수익률
인증샷을 심심찮게 올린다.

박씨는 가끔 수익으로 샀다는 명품 시계나 가방이 올라오기도 한다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진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느껴져 투자를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소통의 매력을 설명했다.


오픈채팅방에서는 자신의 수익을 인증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능성이 보이는 종목이나 주식을 팔아야 하는 시기 같은
세밀한 정보도 오간다. 이처럼 관심만 있다면 투자정보는 다양한 창구에서 언제 어디서든 쉽게 얻을
수 있다.

박씨는 "유튜브로 전문가들의 설명을 찾아보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채팅방이 편하고 재미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커뮤니티나 채팅방, 경제뉴스를 정리해주는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쉽게 정보를 얻는 것이 20대 개미 투자자들의 특징이다






쉽게 뛰어든 만큼 쉽게 위험에 빠진다





박정민씨는 주식 투자 시작의 계기를 "단지 쉬워서"라고 답했다. 그는 "남자친구가 먼저 주식투자를 해 옆에서 구경만 했는데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소리에 호기심을 가졌다" "휴대폰으로 계좌 개설만 하면 이름을 알 법한 기업의 주식을 공짜로 주고 지원금도 준다고 해서 앉은
자리에서 10분 만에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가 쉽게 주식투자에 뛰어들게 한 것이다. 번거롭게 은행에 가거나 시간을 내 전문가를 만날 필요
없이 휴대폰으로 가입한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고 자투리 시간에 관리하면 되니까 편리하다고 20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거짓일 가능성도 크다. '코로나는 진정세, 지수는 상승세'. 이는 20대 투자자들이 손쉽게 정보를 얻는 한 오픈채팅방의 홍보문구. 다양한 정보가 오가는 오픈채팅방에서는 장이 끝나면
'
유료방 회원님의 수익률'이라는 인증샷도 올라온다. 수익률 20%를 보장한다는 유료방 가입비는 30일에 44만원, 1년에 488만원이다

오픈채팅방에서는 자신의 수익을 인증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능성이 보이는 종목이나 주식을 팔아야 하는 시기 등 세밀한 정보도 오간다. /사진=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캡쳐
고가의 채팅방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의 전문성은 증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수익률을 인증하는 과정을 거치며 투자자들은 정보 제공자를 향해 맹목적인 믿음을 보이기도 한다.

오픈채팅방을 주요 정보 창구로 이용하는 박새롬씨는 "정보 얻기가 쉬운 대신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채팅방에서 학자금 대출을 바로 받아 투자에 활용하는 사람도 꽤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활비 명목으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친구도 몇명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오픈채팅방을 주요 정보 창구로 활용한다는 대학생 여지인씨(여·25)는 주식투자 후 손해를 보고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그
는 “LG화학 주가가 폭락하면서 반등효과가 일어날 것이라는 정보를 들었다”며 “이익을 보기 위해 삼성SDI를 샀는데 하루만에 5만원 떨어지고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투자는 대표적인 고위험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20대의 주식투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연구위원은 “밀레니얼 세대로도불리는 20대의 특징을 잘 활용하면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이들은 작은 것을 결정할 때도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는 특징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가령 화장품을 사거나 노트북을 살 때 밀레니얼 세대는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방대한 양의 정보를 모아 독자적인 판단을 한다. 무작정 남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묻지마 투자’의 방향성과는 다르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통찰력있게 유행을 바라보고 많은 정보들을 가려내서 취사선택한다면 의미있는 투자 방향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식 투자에서의 성공 방법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