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11월의 여자 김혜수가 돌아왔다.
김혜수는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로 또 한 번 가을 극장가에 새 작품을 내놨다. '내가 죽던 날'은 외딴섬 절벽 끝에서 유서 한 장만을 남긴 채 사라진 소녀의 사건을 맡게 된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혜수는 이 영화에서 오랜 공백 후 복직을 앞두고 사라진 소녀를 추적하게 된 형사 현수 역할을 맡았다.
'내가 죽던 날'에서 김혜수는 특별한 존재감으로 관객들의 몰입을 끌어낸다. 영화 자체는 겉으로 뚜렷하게 드러나는 사건이 없어 다소 밋밋하다는 평이 많은 상황. 하지만 스토리의 중심에서 끌고 가는 김혜수의 연기가 이정은, 노정의로 이어지는 영화의 감정선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것에 대해 많은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김혜수의 영화 최근작들은 주로 11월에 개봉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미옥'과 2018년 개봉한 '국가부도의 날'이 그랬고, '내가 죽던 날' 역시 두 영화의 뒤를 이어 11월에 개봉한다. 연말 대목을 앞둔 11월은 극장가의 전통적인 비수기다. 손익분기점이 높은 블록버스터보다는 중형급의 영화들이 개봉하는 편이며, 상업성이 강조되기 보다 새로운 시도나 작품성이 엿보이는 작품들이 출사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김혜수가 연이어 출연한 세 편의 작품은 상업성이 부각되지 않았던 작품들로 각각의 개성과 의미를 갖고 있어 더욱 특별했다.
'미옥'은 24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실패했지만 남자 배우들만의 영역이었던 누아르 장르의 주인공으로 여성을 내세운 점에서 돋보였던 작품이다. 김혜수는 극중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기업으로 키워낸 언더보스 나현정 역할을 맡아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남성 누아르와의 차별점으로 '모성애'라는 식상한 요소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영화는 혹평을 피하기 어려웠지만, 사연을 간직한 여성 보스 나현정의 캐릭터만큼은 독보적이었다.
김혜수가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할을 맡았던 '국가 부도의 날'은 375만4983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경제 위기 당시 IMF 협상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김혜수가 맡은 한시현은 영화 속에서 남녀차별이 당연했던 90년대 지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여성 리더의 캐릭터였다. 이는 기존 영화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었던 캐릭터였고, 절제된 연기로 이 같은 캐릭터의 매력을 오롯이 보여준 김혜수의 역량이 드러났다.
'내가 죽던 날'의 경우 세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된 영화인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벌새'나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등의 영화부터 시작해 최근에 나온 '디바'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까지 여성 중심의 영화들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내가 죽던 날' 역시 같은 흐름을 이어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두 편의 영화에서 한국 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줬던 김혜수는 이번 영화에서도 캐릭터 본연의 개성이 드러나는 연기를 보여주며 배우로서 새로운 지점을 찍었다.
11월 개봉작들로 늘 '믿고 보는 배우'의 면모를 보여줬던 김혜수가 '내가 죽던 날'로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두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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