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 창구/사진=임한별 기자
은행권의 전세대출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연말 시중은행은 신규 대출이나 주택보증 금융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거나 대출 한도 상향을 제한하는 등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부동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전세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시사했다.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질지 관심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01조6828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세대출은 2016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고 9월(99조1623억원)에 비해 2조5000억원 가량 늘었다.

금융권에서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포함된 임대차법 개정안이 시행된 7월말 이후 전세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졌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대차법 시행 후 서울과 수도권 지역 전세 가격이 급등한 것이 대출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전세대출이 가파르게 늘면서 시중은행들은 내부 대출 한도를 맞추기 위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갈 방침이다. 연말 주택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찾는 이들의 선택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오는 16일부터 주택담보 대출 한도를 상향 조정할 수 있는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을 중단한다. 대출상품은 ▲가가호호담보대출 ▲변동금리모기지론 ▲원클릭모기지론 ▲혼합금리모기지론 ▲아파트론 ▲월상환액 고정형 모기지론 등이다. 

우리은행도 최근 MCI와 MCG 보증서 발급을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연말까지 아파트전세대출 우리전세론 취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당장 대출 제한이나 중단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아직 대출 한도 소진이 임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은행들의 대출 일시 중단으로 쏠림 현상이 생기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중단될 금융상품이나 대출 고삐를 죄는 은행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연말까지 주택 매매나 전세 자금을 마련하기가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을 두고 다른 입장을 보이다. 국토부는 전세대출에 DSR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에는 DSR을 적용하지만 전세대출은 DSR 규제를 적용하지 않아서다. 

반면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을 두고는 신중한 입장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부동산 투자)'이나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등 투기적 목적이 짙던 신용대출과 달리 전세대출은 실수요자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일종의 총량 규제를 하는 것"이라며 "전세대출은 전세살이에 필수적으로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규제하면 오히려 서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 조심스러운 영역"이라고 말했다.